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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re Mar 29. 2019

VICE, PRESIDENT

영화 바이스 소개

영화 바이스(VICE)는 조지 워커 부시(2001~2009) 대통령 시절 부통령을 역임한 딕 체니가 주인공인 전기 영화다. 영화의 내용은 단순하다. 딕 체니는 어떻게 정치에 입문했고, 공화당 정치인으로서 무엇을 했으며, 결국 어떻게 부통령이 되었는가에 대한 영화다.


미국 제 46대 부통령, 딕 체니

우리나라는 부통령이 없다. 대신 대통령의 탄핵이나 사망 등으로 집무 수행이 불가능하다면, 국무총리가 대행하되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시행해야 하도록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일을 최근에 겪은 적이 있다.


반면 미국과 같이 부통령제를 채택한 국가는 이와 다르다. 대통령이 공석이 될 때, 부통령이 이를 권한대행하는 게 아니라 아예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받게 된다. 한 마디로 임시가 아닌 진짜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대통령이 살아있는 동안 부통령의 권한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부통령의 명시적 권한은 상원의회 의장을 겸하여 상원에서 동률 표결이 나왔을 때 결정표를 던질 수 있다는 것 뿐이다. 미국의 초대 부통령이자 2대 대통령인 존 아담스는 그의 아내인 아비게일에게 부통령직을 일컬어, "세상에서 가장 하찮은 직책" 이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사실상 명예직에 가까운 자리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왜 나온 걸까? 훗날 대통령이 된 사람도 아닌, 그저 부시의 부통령라는 직책에 있었던 딕 체니를 우리는 왜 알아야 하는가?


그 답은 영화 시작부터 나온다. 911테러 당시, 딕 체니는 국방부 장관에게 "위협이 될만한 상황에 즉각 대응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그 말에 한 각료가 대통령의 지시에 있어야하지 않냐고 묻지만, 딕 체니는 상관없다는 듯 반응한다.

영화 바이스 중에서, 딕 체니(크리스찬 베일 분)

명예직인 부통령이 어떻게 이런 지시를 내릴 수 있을까? 그는 어떻게 대통령 못지 않은, 어쩌면 대통령보다 더 많은 권한을 지닌 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 영화는 여기서 시계를 과거로 돌려, 그가 어떤 정치적 성장과정을 거쳤는지 보여준다.


여기까지 보고 당신은 두려워할지도, 혹은 진저리 칠지도 모르겠다. '아, 따분한 정치 영화네.'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한없이 진지한 분위기로 무게감있는 톤을 유지하는 영화(D-13 등)나 다큐멘터리와 달리, 바이스는 상당히 코믹한 연출을 다수 사용하고 있다. 갑자기 만화 캐릭터가 나온다거나, 가끔 황당할 정도로 난데없는 전개를 보여준다거나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가 가볍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건 정말 뭐라 설명하기 어렵다. 그저 아담 맥케이 감독이 절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수 밖에 없겠다. 영화를 보고나면 당신 역시 맥케이의 풍자적 연출 재능에 무릎을 치게 될 것이다.

바이스의 감독, 아담 맥케이

감독 얘기가 나온 김에, 감독인 아담 맥케이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자. 그는 원래 코미디 작가로서, SNL에서 일하다가 여러 코미디 영화를 만들었다. 2015년에는 처음으로 비코미디 영화 감독을 맡아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하게 되니, 그 작품이 빅쇼트다. 그리고 다음으로 그가 감독 겸 각본을 맡은 작품이 바로, 바이스. 바이스 역시 아카데미에서 분장상을 수상했다.


빅쇼트와 바이스는 모두 대중이 '어렵다' 라고 느끼는 주제를 알기 쉽게, 그리고 풍자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빅쇼트에서는 경제를, 그리고 바이스에서는 정치라는 주제를 말이다.


맥케이가 영화 바이스에서 말하고자 한 주제는 상당히 명확하다. 너무 명확해서 영화 시작부터 알 수 있을 정도다. 부시 뒤에서 실권을 잡고 있던 부통령 딕 체니에 대한 비판과 풍자. 한 마디로 미국 극우파를 정조준하고 있는 영화, 정치적인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영화다. 당연히 미국 우파 지지자들에게는 편향적으로 만든 영화라며 비난을 받았다.


우리는 거기서 떨어져 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제3자의 시선으로 미국인 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맥케이의 날카로운 해학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 혹은 개인들 각각이 가진 정치적 터부를 덜 자극하면서 말이다.


영화 바이스 중에서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마냥 웃기만 하려고 이 영화를 봐야 할까? 그렇지 않다. 영화 내용이 팩트인지, 편견인지는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참 어렵다. 딕 체니가 악(VICE)인지, 부(VICE)인지는 관객이 각자 판단해야 한다. 그런 것보다도, 영화가 전달하려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이거다. '정치에 무관심하지 말라.'


영화 초반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복잡한 일들이 생길 수록, 사람들은 정치같은 문제에 신경쓰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부통령직에서 물러난 딕 체니가 방송에서 이런 말을 한다. "나는 당신들의 선거로 뽑혔고, 시키는 대로 일을 했다. 그리고 당신들을 지켰다. 그것에 대해서 결코 사과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를 모두 본 뒤에 이 대사가 당신에게 어떻게 느껴질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는 기억하라. 당신이 누구를 지지하건,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건 간에, 스스로를 정치로부터 격리시켜서는 안 된다. 그게 바이스가 말하고자 하는 바다.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는 정말 대단하다. 그것 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는 영화다.

++쿠키 영상이 있으니 되도록 보기를 권한다. 쿠키가 가히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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