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러브리스>
러시아의 한 아파트. 제냐와 보리스는 이혼을 결심한다. 남편 보리스는 이혼을 하게 되면 직장에서 해고당할까 걱정한다. 인간은 반드시 가정을 이루어야 한다고 믿는 그의 근본주의적인 상사 때문에. 아내 제냐는 아들 알로샤를 기숙학교에 넣었다가 다시 군대로 보낼 작정이다. 그녀는 친구에게 아들에 대해서 불평한다. 제 아버지와 같은 냄새가 난다고 말하며.
보리스와 제냐는 가정에 염증을 느낀다. 서로에 대해, 아이 알로샤에 대해, 그들이 공유하는 집에 대해. 제냐는 부유한 이혼남인 안톤과, 보리스는 어린 마샤와 불륜 중이다. 둘 다 새로운 상대, 새로운 집에는 사랑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라디오에서는 지구 종말에 대해서 떠들어댄다.
그리고 알로샤가 실종된다. 무언가의 가치는 그것이 사라졌을 때 정말 절실히 느껴진다. 제냐는 놀라 경찰에 신고하지만 경찰은 실종된 아이를 찾을 생각이 전혀 없었고, 시민 단체의 주도로 수색이 시작된다.
제냐와 보리스에게 알로샤는 소중한 존재다. 알로샤가 사라진 후 그들의 행동을 보면 분명하다. 하지만 그들은 사랑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들은 알로샤의 교우 관계도, 취미도, 평소에 뭘 하고 지내는지도 잘 모른다.
영화에서 보리스와 알로샤가 대면하는 장면은 하나도 없다. 그는 직장을 잃지 않기 위해 이혼 후 빨리 다시 결혼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제냐는 알로샤를 돌보지만 눈조차 거의 마주치지 않는다. 그녀는 지긋지긋한 아이는 기숙학교에 보내고 부유한 새 남자와 만날 생각뿐이다.
그들이 알로샤를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게 알로샤는 영원히 사라진다. 그렇게 하나의 가정이 종말을 맞이한다. 잊히고 낡은 그의 실종 포스터만이 전봇대에 쓸쓸히 붙어있다. 티비에서는 러시아가 개입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 보도한다. 제냐와 보리스는 새로운 가정에서 사랑을 찾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못한다.
마치 보물이 없는 보물찾기 같다. 제냐와 보리스는 사랑이 없는 사회에서 사랑을 찾아 헤맨다. 정치적 이유로 민간인을 죽이는 정부, 아이 실종 신고에 먼저 어머니가 아이를 죽인 게 아닌지 조사하는 경찰, 아이가 무얼 하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부모. 이런 사회에서 그들은 사랑을 찾길 바랐다.
알로샤와 친구가 아지트로 사용한 건물은 다분히 상징적인 공간이다. 사람들은 거기에 알로샤가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찾아 헤매는 사랑이.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있는 거라곤 진흙탕과 알로샤의 옷 하나뿐이다.
우리가 사랑이 있을 거라 기대하는 어디에도 사랑이 없다. 부부 간에도, 부모 자식 간에도, 내연 관계에도 사랑은 없다. 사랑이 없는 가정은 사랑이 없는 사회로 이어지고, 사랑이 없는 사회는 다시 사랑이 없는 가정으로 이어진다. 보리스는 아이를 시끄럽다는 이유로 집어던져버리고 군인들은 민간인을 사살한다.
제냐는 러시아 국기가 그려진 트레이닝 복을 입고 관객을 응시한다. 냉혹하고 비정한 영화의 이미지가 현실로 치환되면서 영화는 끝난다. <러브리스>는 우리에게 어떤 교훈도 남기지 않는다. 그저 현실을 처절하게 곱씹어 보게 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