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2019)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브래드 피트, 쿠엔틴 타란티노의 결합. 그리고 60년대 화제가 되었던 폴란스키 가 살인사건을 다룬 영화. 타란티노 작품 중 10년 만의 칸 진출작. 화제가 될 수 밖에 없는 영화였다. 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을 먼저 말하자면, 기대보다는 별로인 작품이었다.
영화는 1969년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가상인물인 배우 릭 달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 그리고 그의 스턴트맨인 클리프 부스(브래드 피트 분), 마지막으로 실존 인물이자 폴란스키 가 살인사건의 피해자인 배우 샤론 테이트(마고 로비 분) 이렇게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사실 영화에 크게 스토리라고 할 건 없다. 1969년의 할리우드를 보여주며 우리나라로 치면 '응답하라' 시리즈 같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어찌보면 할리우드를 다룬 로컬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물론 배경이 할리우드니만큼 '로컬' 이라는 말이 어울리는지는 다소 의문이지만.
어찌되었건 지엽적인 세계를 다룬 영화인 건 확실하다. 미국 영화계와 더불어 히피 사회 정도. 거기다가 60년대인 만큼 우리나라 관객은 이 영화에 완전히 동질감을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건 그리 문제가 아니다. <바스터즈>나 <장고>, <킬 빌> 역시 좁은 세계를 다루거나 아니면 특정 팬층만 열광할 만한 요소를 잔뜩 심어 놓은 영화였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들은 외적 요소와 분리되어도 영화 내적 요소 만으로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요컨대 <바스터즈>를 즐기기 위해 2차 대전사를 공부할 필요는 없었고, <킬 빌>을 재미있게 보기 위해 홍콩 영화를 섭렵하고 이소룡의 팬이 될 필요는 없었다는 말이다. 알면 알수록 재미있어지는 것이 타란티노의 영화지만, 모른다고 재미있는 관람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그렇지 않다. 60년대 미국 문화와 할리우드에 대한 이해 없다면, 관객은 이 영화를 반도 즐기지 못한다. 이 점이 내가 <원스 어폰 어 타임~>에 대해 가지는 가장 큰 불만이다.
나는 이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도 샤론 테이트와 맨슨 사건에 대해 대략 알고 있었고, 히피 문화에 대해서도 다른 책이나 영화를 통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물론 정확하거나 자세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건 내게 모두 남의 일일 뿐이다.
영화에서 샤론 테이트 역을 맡은 마고 로비는, 영화관에 들어가 실제 샤론 테이트의 영화를 본다. 거기서 그녀는 관중들의 반응을 살피며 뿌듯해한다. 그리고 영화 막바지, 실제와 다르게 살아남은 샤론 테이트가 옆 집의 릭 달튼을 초대해 술자리를 가진다. 누군가는 이 장면들에서 연민과 따뜻한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딱히 그렇지 않았다. 내가 감수성이 메말랐다기보다는, 그녀와 이 영화의 세계는 내게 철저히 타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샤론 테이트의 사건은 안타깝지만, 그건 내게 너무 먼 이야기다. 잭 더 리퍼에게 살해당한 사람만큼이나 먼 이야기란 것이다. 나는 그것에 대해 안타까워 할 수는 있지만, 심정적으로 절실히 공감하지는 못한다.
난 샤론 테이트가 극장 관람하는 신에서 연민보다는 왜 굳이 계속 이런 장면이 나올까라는 생각이, 그리고 결말에서는 아, 여기서는 샤론이 살아남는구나라는 감동보단 뭐야, 이게 끝이야?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누군가는 이런 내게 '당신은 영화 산업을 사랑하지 않아서 그렇다' 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그럴 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이 영화가 아주 좋은 영화가 되려면, 외적 맥락을 제거하고서도 재미있는 영화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찰스 맨슨이나 샤론 테이트, 그리고 미국 문화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은 이 영화에서 뭘 즐길 수 있는지 의문이다.
비판만 늘어놓기는 했지만, 그건 아마 내가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영화가 나쁜 영화라는 건 절대로 아니다. 브래드 피트의 클리프를 포함한 캐릭터들은 굉장히 매력적이고, 대사는 타란티노 영화답게 유머넘치고 재미있다.
특히나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레오나르도의 릭 달튼 연기, 그리고 릭 달튼의 케일럽 연기다. 내리막길에 든 배우가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눈물짓고, 실수에 분노하며, 결국 훌륭하게 해냈을 때 기뻐한다. 그의 메타 연기를 보며 나는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비록 평이하고 때로는 웃음짓게하는 평범한 연기일지라도 거기서는 대단한 관록이 느껴졌다.
정리하자면, <원스 어폰 어 타임~>에는 그 동안 우리가 타란티노 영화에서 보았던 컬트적인 재미는 상당히 적다. 애초에 그걸 위해서 내놓은 영화가 아니니까. 대신 배우들의 대단한 연기가 있고, (비록 나는 절실히 느끼지는 못했지만)따뜻한 감동이 있는 영화다. 그의 다른 작품들처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되지 못한 건 약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