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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re Oct 29. 2019

아우터 월드(2019) 리뷰

지구 밖, 할사이온 행성계에서 일어난 이야기

아우터 월드, 옵시디언 엔터테인먼트


폴아웃: 뉴 베가스의 개발사로 유명한 옵시디언 엔터테인먼트에서 신작 게임을 내놓았다. <아우터 월드>. 핵 전쟁 이후의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다룬 폴아웃 시리즈와 달리, 미래 우주 식민지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다.


본격적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독자들이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아우터 월드>는 사실 뉴 베가스와 많이 다른 게임이다. 물론 SPECIAL을 떠올리게 하는 육성 시스템과 전투 중 사용 가능한, 폴아웃의 VATS와 유사한 TTD(Tactical Time Dilation)를 비롯한 전투 시스템은 폴아웃을 빼다 박았다.


하지만 전반적인 레벨 디자인, 게임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아우터 월드>는 폴아웃이나 엘더스크롤 시리즈처럼 오픈월드의 탐험에 중심을 둔 게임이 아니다. 순차적인 지역 개방, 우주선을 기점으로 사용한다는 점, 동료 퀘스트 등을 보면 매스 이펙트를 많이 참고했다고 느껴진다. 특히나 순차적으로 지역이 개방된다는 점은 오픈 월드 게임을 좋아했을 기존의 폴아웃 팬에게는 약간의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아우터 월드>는 나름 나쁘지 않은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하다보면 어쩐지 나쁜 인상만 계속 생긴다. 메타 크리틱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비평 점수는 분명 나쁘지 않고, 거기에 적힌 장점도 나름 긍정은 할 만한데 말이다.


모나크 행성

1. 볼륨


제일 큰 문제다. 풀 프라이스 게임 치고는 볼륨이 너무 작다. 비슷한 가격의 다른 AAA급 게임과는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작다. 맵 사이즈도 작고, 탐험할 곳도 마땅찮다. 물론 꼭 볼륨이 커야 좋은 게임은 아니지만, <아우터 월드>는 분명 탐험과 퀘스트 위주의 게임이다. 그런 게임에서 탐험할 곳이 적다는 건 큰 문제다.


게임 시작하면 처음 도착하는 엣지워터, 굉장히 작다. 그라운드 브레이커, 소소한 전투 이벤트 몇 개 있는 허브월드다. 스킬라 행성, 엣지워터보다 더 작다. 비잔티움, 좀 더 큰 그라운드 브레이커다. 그나마 이 게임에서 탐험할 만한 행성은 모나크 행성 하나 뿐이다. 여기가 그나마 좀 걸어다닐 만 하고, 상대할 세력도 꽤 여러 개 있으며, 적도 다양한 편이다.


같이 따라오는 문제로 플레이 타임도 짧다. 필자가 모든 퀘스트를 다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받을 수 있는 서브 퀘스트는 다 받고 모두 해결한 채 메인 스토리를 클리어했는데 걸린 시간이 20시간이 채 안 된다. 이것도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시간까지 합쳐서 그나마 이 정도다. 굳이 기를 쓰고 서브퀘스트를 해결하려는 사람이 아니라면 플레이 타임이 10시간 내외로 끊길 수도 있다. 우스개소리로 1달러 당 플레이 타임 1시간 뽑아주면 본전을 친 게임이라고 하는데, <아우터 월드>는 6만원이 넘는 게임이다. 돈값을 하는 게임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동료 캐릭터 엘리

2. 캐릭터


매력적인 캐릭터가 거의 전무한 수준이다. 일단 다른 캐릭터들은 제쳐두고 동료들만 살펴보자. 파르바티, 맥스 목사, 샘, 엘리, 펠릭스, 니오카 이렇게 여섯이다.


일단 동료와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너무 적다. 우주선에 들어갈 때마다 소소한 만담성 이벤트가 있기는 한데, 그것도 한 대여섯가지 돌려쓰기다. 처음 봤을 때나 좀 피식하지 나중에는 '그래, 뭔 짓을 하던가 말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매스 이펙트 시리즈와 비교해보면 너무 빈약하다. 매스 이펙트 시리즈는 매번 이벤트가 일어나지는 않더라도, 퀘스트 두 세개를 깰 때마다 새로운 이벤트나 동료 대화문이 생기는데 <아우터 월드>는 계속 돌려막기만 하고 있다.


동료 퀘스트도 별로다. 파르바티는 그냥 우주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자기 애인 줄 선물을 사 달라는 퀘스트라 별 재미가 없고, 맥스 목사는 심적으로 별로 공감이 안 된다. 엘리와 펠릭스는 내용 자체는 흥미로운데 좀 심하게 짧다. 심지어 기계 동료인 샘은 영입 퀘스트 외에 특별한 동료 퀘스트가 존재하지 않는다. 샘은 상호 작용도 거의 없어서 '기계 동료 하나 쯤은 있어야지!' 싶어서 어거지로 집어 넣은 캐릭터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게다가 동료 퀘스트를 깨야 할 당위도 그닥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파르바티 퀘스트는 하다보면 몇 천 크레딧이 날아가는데, 하다보면 재미도 없이 돈만 써야하는 퀘스트를 내가 왜 해야되지 하는 생각이 든다. 매스 이펙트처럼 퀘스트를 하지 않으면 동료가 사망하거나하는 디메리트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니오카의 퀘스트는 꽤 괜찮다. 평소에 유쾌한 술꾼인 그녀의 몰랐던 모습을 볼 수 있고 퀘스트 라인 자체도 꽤 긴 편이다.


세력 중 하나인 스페이서스 초이스


3. 세력 간 밸런스


옵시디언이 세력 간 밸런스를 맞추는 데 또 실패했다. 뉴 베가스의 시저의 군단에 이어, 이번 게임의 '대놓고 나쁜 놈들'은 이사회다.


<아우터 월드>의 스토리 테마는 질서와 통제, 그리고 자유와 방종 양 사상 간의 대립이다. 그런데 게임을 하다보면, 질서와 통제 측의 '이사회' 가 너무 나빠보인다. 그들은 사람을 말 그대로 기계처럼 대우한다. 일례로 이사회 산하에 있는 엣지워터에서 누군가 자살을 했는데, 자살은 이사회가 범죄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엣지워터의 사람들은 노동력을 분실한 죄로 벌금을 내야 한다. 게임 내에서는 여차저차해서 내지 않았다고는 하는데, 아무튼 그 자체로도 충격적이다.


자유 쪽 사이드에 있는 세력을 여럿이 있다. 피니어스 웰스 박사, 그라운드 브레이커, 이탈자들, 서브라이트, 타파주의자 등등(약탈자는 인게임에서 세력으로 구분하지 않기에 제외). 물론 여기도 나사빠진 인간이 꽤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사회만큼은 아니다.


특히 가장 극단적으로 대조되는 것이 이사회와 웰스 박사다. 게임 내에서 피니어스 웰스 박사가 미친 과학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게임 내 행보만 보면 굉장히 정상인 중 하나다. 이사회에서는 그가 불법 실험, 살인, 선동 등 엄청난 중죄를 저질렀다는데 그런 느낌이 전혀 안 든다. 그냥 아무튼 잘못했다고 우기는 것 같이 들린다.



4. 무기


개인적으로 FPS 게임을 하면 전통 화기를 선호하는 편이다. 레이저, 플라즈마, 중화기보다는 권총, 카빈, 돌격소총, 저격총을 좀 더 좋아한다. 하지만 <아우터 월드>에선 전통 화기의 성능이 너무 별로라 쓸 수가 없었다.


특히 저격총은 왜 존재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게임 특성상 장거리 저격을 할 일이 거의 없는데 데미지는 차지한 에너지 무기보다 약하고, 후반 가면 원샷원킬도 안 되고, 연사력도 당연히 떨어지고 기계 상대로는 몸을 돌리고 있으면 약점 저격도 어렵다. 그나마 DPS로 승부보는 기관총이나 돌격소총은 인간, 생물 상대로는 유효하고 방어력 높은 적을 상대로도 후반에 방깎과 명중 시 체력회복 같은 퍽을 찍어주면 쓸만해지지만 한 방 딜 위주의 전통 화기는 쓸 데가 없다. 결국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에너지 무기가 강요된다.


흥미로운 유니크 무기가 상당히 적은 것도 단점이다. weapons from void 라는 퀘스트로 얻는 무기를 제외하면 재미있어 보이는 유니크 무기가 너무 적다. 심지어 무기에 레벨이 있어 초반에 얻는 유니크무기는 후반가면 그냥 쓰레기가 된다. 물론 땜질로 대미지를 올려 줄수 있기는 하지만 초반 유니크템을 후반에도 써먹으려면 그 만큼 돈이 많이 든다. 


뉴 베가스와 비교해 보자면, 뉴 베가스의 유니크 권총 '럭키'나 근접무기 '찬스의 나이프' 는 극초반에 얻을 수 있지만 후반가도 쓰레기로 전락하지 않는다. 반면 아우터 월드는 그런 유니크 무기들이 너무 많다. 정리하면 무기 자체에 밸런스 문제도 있는데 다양하지도 않고, 성능 때문에 버리는 것도 너무 많다. 그러다보니 무기를 모아 다양한 플레이를 할 폭이 상당히 줄어든다.


5. 종합


단점을 쭉 쓰면서 게임을 하며 느낀 장점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는데, 사실 구체적인 장점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캐릭터 육성의 폭이 다양하다는 것과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것 정도. 그것도 앞서 비교한 폴아웃이나 매스 이펙트에 비하면 좋은 편은 아니다.


만약 당신이 매스 이펙트, 폴아웃 시리즈, 보더랜드를 재미있게 했다면, SF의 팬이라면 이 게임도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위의 세 게임의 라이트한 버전, 혹은 염가 짬뽕 버전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게임에 합당한 가격이 붙은 건지는 의문 부호가 생기긴 한다.


개인적인 점수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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