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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re Dec 26. 2019

나만의 2010년대 최고의 게임

최근 타임지에서 2010년대 최고의 게임을 뽑았다. 아마 많은 사람이(필자를 포함해) 그런 것처럼, 10년을 되돌아보며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그들도 했나 보다. 필자 역시 최근 10년대 최고의 영화 10편을 이미 뽑은 바 있다. 게임은 영화만큼 대중적인 장르가 아니지만, 영화와 같은 이유로, 그러니까 다른 사람과 공감하고 모르는 사람에게 소개하기 위해 2010년대 최고의 게임 10개를 한 번 뽑아보았다. 순서는 순위가 아닌 발매순이다.



1. 스카이림 (2011)


'무인도에 가져갈 단 한 권의 책을 택한다면', '무인도에 가져갈 단 한 편의 영화를 택한다면' 뛰어난 작품을 수사하기 위한 질문들이다. 그리고 필자는, 여기에 쓰는 만큼 뻔한 질문과 대답이지만, 무인도에 가져갈 단 하나의 게임을 선택하라면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을 선택하겠다.


엘더스크롤 1~4에서 꾸준히 누적되어 완성된 세계관, 탐험할 곳 많은 넓은 대륙, 흥미롭고 새로운 몬스터와 존재들. <스카이림>의 장점을 열거하자면 끝도 없이 많지만 필자는 가장 큰 장점으로, '현실과 별개로 존재하는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창조했다는 것을 들고 싶다. 게이머는 <스카이림>에서 정말 도바킨(드래곤본)이 되어 세계를 탐험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많은 버그와 부실한 스토리가 단점으로 꼽히기는 하지만 RPG에 있어 스카이림이 하나의 이정표가 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2. 역전검사2 (2011)


<역전재판>의 스핀오프 시리즈 <역전검사>의 두 번째 작품, <역전검사 2>다. <역전검사> 시리즈는, 역전재판 시리즈에서 주인공 '나루호도 류이치'의 상대역이었던 검사 '미츠루기 레이지'가 주인공이며 역전재판 오리지널 캐릭터인 형사 이토노코기리 케이스케와 다양한 신규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이다.


역전재판 클래식(1~3)이 나루호도 류이치에게 '변호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게임이라면, 역전검사 시리즈는 미츠루기 레이지에게 '검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게임이다. 특히 역전검사 2는 그 질문에 대한 미츠루기의 대답을 완결하는 동시에 전작, 역전재판 본가 시리즈를 엮어가며 생각할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대단히 뛰어난 게임이다. 이야기가 이어지는 만큼 역전검사 1을 즐긴 후 플레이해야 하며, 더 큰 재미를 느끼기 위해선 역전재판 1~4를 한 뒤에 하는 것이 좋다.


3. 매스 이펙트3 (2012)


<매스 이펙트> 시리즈가 총 4편이 나온 지금, 최고의 매스 이펙트를 꼽으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아마 <매스 이펙트 2>를 선택할 것이다. 필자도 많은 고민을 했으나, <매스 이펙트 3>에 대해 가진 애정을 넘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매스 이펙트 3>는 과정은 굉장하지만 결과가 나쁜 게임이다(스토리 이야기다.). 이 게임의 엔딩에 대한 게이머들의 평가는 이제 비판과 비난을 넘어 조롱과 밈이 될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대단히 흥미롭다는 건 대부분의 게이머가 인정할 것이다. 튜리안과 크로건, 쿼리안과 게스 스토리, 수수께끼에 싸인 고대 종족 프로시안, 그리고 DLC 시타델은 많은 게이머들에게 큰 재미와 감동을 안겨주었다. 마지막 '지구' 미션과 특히나 엔딩은 정말 별로지만, 필자는 그 전까지의 스토리에 대단히 매료되었기에 매스 이펙트 2 대신 3에 한 자리를 주었다.


4. 스펙 옵스 더 라인 (2012)



<스펙 옵스 더 라인>에 대해서는, 이래 저래 여러가지 말을 하고 싶지 않다. 게이머가 별 다른 정보없이 스토리를 체험해보는 것이 가장 강렬하게 이 게임을 느끼는 방법이니 말이다. 조금의 소개를 하자면, <스펙 옵스 더 라인>은 '게임을 하는 행위에 대해 고민하는 게임' 이라 말할 수 있겠다. 기본적으로 게임의 시스템은 3인칭 슈터이며, 두바이에 생긴 의문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파병된 주인공 마틴 워커과 그 휘하 미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실 세상의 모든 게임이 이 게임과 같다면 게임하는 맛이 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우리의 행동을 되새겨 볼 수 있는, <스펙 옵스 더 라인>과 같은 게임은 하나 정돈 존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5. 바이오쇼크 인피니트 (2013)


<바이오쇼크>가 이제 바다의 랩쳐가 아닌, 하늘로 향했다. 공중도시 컬럼비아에서 일어나는 사설 탐정 '부커 드윗'과 수수께끼의 소녀 '엘리자베스'에 대해 다룬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다. 과거 바이오쇼크 1, 2의 주인공들이 그랬던 것처럼 주인공 부커 드윗은 컬럼비아와 엘리자베스의 비밀을 파헤치며 자신의 과거에 대해 반추하게 된다.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확실히 <바이오쇼크 1> 만큼 혁신적인 게임은 아니다. 그래픽과 게임 시스템 부분에서 상당히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1편과 달리, 인피니트는 많은 부분을 자신의 전작들, 그러니까 1편과 2편에서 가져왔다. 하지만 인게임 내의 아름다운 풍경들, 그리고 소품 배치는 마치 미장센을 강조한 영화를 보는 것처럼 아름답고 상징적이며, 스토리도 전작들만큼이나 훌륭하다. 또한 DLC <바다의 무덤>에서는 바이오쇼크 시리즈를 하나로 엮어 완결을 내는 데(다소의 옥의 티는 생겼지만) 성공했다.


6. 에보랜드 2 (2015)


'게임을 품은 게임' <에보랜드 2>를 묘사하는 가장 대표적인 문구다. 그 말처럼 <에보랜드 2>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뭉쳐진 게임이다. 기본적으로 RPG에, 횡스크롤 액션, 레이싱, 비행 슈팅, 격투, CCG 등 많은 장르의 게임을 한 게임 안에서 맛볼 수 있다.


<에보랜드 2>는 시간 여행과 타임 패러독스를 다루고 있는데, 그 표현 방식이 흥미롭다. 시간이 과거이면 그 만큼 그래픽이 단순해지고, 미래로 갈 수록 3D의 입체적인 그래픽으로 변한다. 스토리는 약간 진부할 수 있으나(스토리가 단순하지는 않지만 많은 영화와 소설에서 다룬 이야기다.) 흥미로운 떡밥과 설정이 여럿 존재해 생각해볼 만한 여지를 남긴다. 또한 다른 게임을 패러디한 요소를 찾는 소소한 재미도 있다. 스토리 상 1편과는 연결점이 없으니, 2편만 즐겨도 무방하다.


7. 소마 (2015)



'현실이란, 그것을 믿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SF 작가 필립 딕의 말과 함께, SOMA는 시작된다. 시한부 인생을 살던 주인공은 임상치료를 위해 어떤 촬영을 하던 중 정체 모를 세상으로 이동하게 되고, 끔찍한 연구시설과 괴생명체들을 지나며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게 된다.


SOMA는 게임의 스토리텔링에 대한 최고의 예시를 보여주었다. SOMA를 개발한 프릭셔널 게임즈의 전작인 암네시아는, 훌륭한 공포감 조성과 흥미로운 떡밥을 보여주었으나 스토리는 다소 피상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허나 SOMA에서, 프릭셔널의 개발자들은 '게임'이 가진 특징을 십분 활용해 정말로 체험자가 인간과 존재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밖에 없게끔 게임을 설계해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면서도 호러 게임 본연의 임무, 즉 공포감 조성에도 성공하며 그 동안 떡밥만 흘리며 뭔가 있어보이는 척하던 공포 게임들에, 웰메이드 공포 게임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주었다.


8. 필리스 오브 이터니티 (2015)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는 굉장히 철학적이며 종교적인 게임이다. 이는 게임이 암시적이거나 상징적이라는 뜻이 아니라, 정말로 종교와 철학, 그리고 신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의미다. 인격신이 등장하는 게임, 그러한 인격신이 주요 등장인물인 게임은 많으나 이 게임처럼 인간과 신의 관계에 대해 깊게 탐구한 게임은 없다.


게이머는 영혼과 교감하고 그들의 기억을 볼 수 있는 '주시자'가 되어, 자신과 세계에 내려진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애쓴다. 종장에 주인공은 마침내 신 앞에서, 인간으로서 어떤 선택을 할 지 결정하게 된다.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는 끊임없이 신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현실에서 인간과 종교에 대해 고민하게끔 한다.


9. 오버워치(2016)



필자는 <오버워치>를, 블리자드가 내놓은 2010년대 최고의 성공작이라 말하고 싶다. 매력적인 캐릭터 디자인과 빠른 속도감으로 무장한 <오버워치>는 출시와 동시에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중에 네 취향이 하나는 있겠지라고 말하는 듯한 다양한 인종, 성별, 무기, 특성을 지닌 캐릭터들과 직관적이고 단순하지만 적을 죽이기만 해서는 이길 수 없는 전략적인 요소가 <오버워치>의 매력이라 하겠다.


<오버워치>는 온라인 게임으로는 드물게 발매 당해년도 주요 시상식의 GOTY를 휩쓸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이후 블리자드의 운영과 관리 부실로 인해 다소 인기세가 꺾였다. 또한 발매 당시부터 지금까지도 <팀 포트리스>를 표절했단 의혹에 끊임없이 시달려 오고 있다. 하지만 이전까지 <리그 오브 레전드>, <스타크래프트 2> 등 MOBA나 전략 게임 위주로 형성된 온라인 게임 시장의 지축을 흔든 FPS 게임이라는 점에서 주목하고 인정해야할 게임임은 분명하다.


10. 디비니티 2 오리지널 신 (2017)


2015년 즈음부터 CRPG로의 회귀를 외치며 발매한 게임이 여럿 있다. 위에서 소개한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 <웨이스트랜드 2>, <토먼트: 타이드 오브 누메네라> 등.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 시리즈 역시 그런 게임 중 하나다. 2014년에 발매된 1편은 대단한 평론의 호평을 받았고, 2017년에 나온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 2> 는 그 이상의 찬사를 받았다.


필자는 이 게임을, 현대 CRPG 중 가장 높은 완성도를 지닌 게임이라 말하고 싶다. CRPG를 현대적으로 변주했으며 전작의 나쁜 점이 대부분 개선된 게임 시스템, 매력적인 캐릭터와 흥미로운 스토리, 초심자도 재미있게 즐길 만한 적절한 난이도 조절. 이런 장점들로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2>는 턴제나 쿼터뷰 게임을 싫어하는 게 아닌 이상 대부분의 게이머에게 만족할 만한 경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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