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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re Dec 04. 2019

지구 최후의 밤(2018)

루오 홍우(황쥬에 분)는 아버지의 부고 때문에 고향 카일리로 돌아오고, 그곳에서 옛 친구 백묘의 살해와 관련된 여인 완치원(탕웨이 분)을 만난다. 그리고 루오 홍우는 그녀와 사랑에 빠지며, 자신도 구분할 수 없는 기억과 꿈의 세계를 헤매게 된다.


7월, KOFA에서 이 영화를 처음 보았고 오늘 국내 최초 3D 상영회로 같은 곳에서 두 번째 보았다. 사실 이 영화는 여러 번 본다고 뭔가 떡밥이나 분석할 거리가 더 보이는 영화는 아니다(어쩌면 필자가 부족해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뻔한 말이지만, 아름다운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다. 여러 번을 봐도 말이다.


어쩐지 이 영화를 보고 있자니, 최근 마틴 스코세이지가 한 발언이 생각났다. 그렇다, MCU를 위시한 영화들에 대한 비판 말이다. 그는 MCU와 같은 영화들은 CINEMA가 아닌 테마파크 FILM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고자하는 CINEMA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아마 필자가 추측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연륜이 담긴 생각일 것이다.


나는 이 영화가 그림, 혹은 시 같다고 느꼈다. 마틴이 말한 '테마파크'에 완전히 반대에 있는 영화. 그가 말한 CINEMA 보다 오히려 더 말이다. 



한 편의 시나 그림이라기보다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하는 '인상파 화가 특별전' 이나 'XXX 작가 전시회' 라는 느낌. 분명 영화 내내 같은, 비슷한 얘기를 계속 하는 느낌이면서도 이음새가 분명하지는 않다. 영화 전체에서는 분명 어떤 동질적인 감각과 감정이 느껴진다.


이 영화를 읽어내려는 것은, 마치 꿈에서 깬 뒤 그것을 기억해내려 애쓰는 것과 같다. 우리의 좌뇌로 꿈을 재구성해내려 할 때, 우리는 뭔가 비이성적인 것을 넘어 뭔가 설명하기 힘든 기억에 부딪힐 때가 많다. 분명 그 느낌은 알겠는데 우리가 아는 개념으로 풀어놓기 힘든 꿈의 기억들.


꿈은 아름답기도, 두렵기도, 슬프기도 하다. 이 영화 역시 그렇다. 아름답고 행복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상념에 젖기도 한다. 그리고 밤이라는 심지가 다 타들어간 후 현실로 돌아왔을 때, 그 복합적이고도 기묘한 감정을 느낀다.



비간 감독은 그 꿈의 이미지를 스크린에 옮겨두었다. 마치 시를 쓰듯, 그림을 그리듯. 때로는 당황스럽거나 뜬금없는 대사나 장면들도 나오지만, 어쩌겠는가? 이 영화 자체가, 꿈을 그린 시이고 꿈을 적은 그림인데.


평론가들이 말했듯, <지구 최후의 밤>은 많은 다른 영화나 감독을 떠올리게 한다. 전체적으로는 린치 감독의 <멀홀랜드 드라이브>가 떠오르고, 많은 씬에서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나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감각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영화들의 열화판이라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절대로 말이다. 비간 감독은 많은 영화의 모티브와 감각을 차용해 하나의 영화를, 하나의 꿈을 <지구 최후의 밤>으로 완성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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