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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re Jan 09. 2020

스타워즈 9: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한숨만 나온, 스카이워커의 마무리

사람마다 영화에 기대하는 것은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야기를, 누군가는 cg를, 혹은 액션을 중시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 사람의 기준에서도, 장르와 작품, 감독 등에 따라 영화에 기대하는 게 달라질 수 있다. 같은 관객일지라도 <킬빌>과 <러브레터>에서 기대하는 것은 다를 게 아닌가?

클래식 트릴로지의 메인 빌런 다스 베이더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필자가 스타워즈에 기대하는 건 두 가지다. 우주적 스케일과 캐릭터의 매력. 보통 스토리가 좋은 작품을 가장 좋아하지만, 스타워즈에는 기대하는 것이 다르다. 방대하고 매력적인 세계관과 캐릭터만 있다면 다른 부분의 단점은 좀 묻어둬도 괜찮다. 스타워즈 클래식 트릴로지가 엄청난 인기를 누린 이유도 아마 거기에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다스베이더라는 대단한 빌런이 있었으니까. 프리퀄 트릴로지는 클래식에 비해 인기와 평이 좋지 못했지만, 3편에서 상당히 전율적인 마무리를 보여주며 부정적인 여론을 반전해냈다.


그럼 시퀄 트릴로지는? 솔직히 말하면 셋 중 최악의 트릴로지라 생각한다. 7편을 보았을 때는 괜찮았다. 스토리도 나쁘지 않았고, 클래식 캐릭터도 비중있었으며, 주인공들은 다소 미성숙해보였지만 오히려 그게 매력적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나갈지 기대할 수 있었으니까.


말도 많고 탈도 많던 8편, 라스트 제다이. 해외건 국내건 평이 극과 극으로 갈린 작품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극단적인 평을 내릴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나름 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한 건 긍정적이었지만, 스타워즈 설정을 달달 외울 정도로 매니아가 아닌 필자에게조차 너무 이상한 부분이 많이 보였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냥 저냥 볼만한 영화였다. 장단점이 명확하지만, 관점에 따라 나름 나쁘지 않게 볼 만한 영화.

그리고 조금 전 스타워즈 9: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를 보았다. 그리고 영화에 대한 감상은, 그 동안 개인적인 최악의 스타워즈는 2편이었지만 이제 9편으로 바꾸어야 할 것 같다는 거다.


일단 몇 안되는 장점부터 적어보자. 카일로 렌과 레이의 대전은 괜찮았다. 그리고 클래식 팬들이 감상에 젖을 수 있게 하는 몇몇 장면들, 나름 괜찮게 나온 신 캐릭터들의 디자인, 이 정도가 장점인 듯하다.


그럼 다음은, 이 글의 주 내용이 될 단점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가장 큰 문제는 영화에 전체적인 인상이 없다는 것이다. 한 솔로나 기타 클래식 캐릭터의 등장, 엔딩 등 몇 장면은 기억에 잘 남으나 전체적으로 영화가 관객에게 어떤 인상을 남기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필자는 영화를 본 지 몇 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영화의 여러 부분을 잊어버렸다.

카일로 렌, 엔도 행성에서

이런 일이 생긴 가장 큰 이유는, 각본이 수준 미달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각본에 있어 문제를 하나씩 짚어보면, 첫째로 카일로 렌에 대한 묘사다. 렌이 트릴로지 내내 아버지와 자신의 힘 사이에서 갈등하며 흔들려 온 건 사실이다. 그 점만 미루어보면 9편에서 그가 제다이로 전향했다는 게 이상하지 않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에 대한 묘사는 트릴로지 내내 너무 단편적이었다. 8편에서 렌이 왜 다크 사이드로 전향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만, 그 외에 그의 심경이 어떠하며 무슨 이유로 갈등하고 있는지에 대한 묘사가 거의 없다. 그저 레이나 한 솔로와 마주했을 때, 렌의 배역을 맡은 배우 아담 드라이버의 연기력으로 때우고 대충 넘어간다.


그렇기에 9편에서 그가 도대체 왜 마음을 고쳐먹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8편에서 그가 왜 다크사이드에 빠졌는지 나온 만큼, 이번 작에서는 그가 어떤 점에 있어 갈등을 하고 있으며 레아와의 정신적 접촉이 어떻게 그에게 그렇게 결정적이었는지 묘사했어야 한다. 직전까지 오히려 주인공인 레이를 다크 사이드에 끌어 들이려던 그가 잠깐 어머니 레아와 접촉했다고 갱생한다고? 애초에 카일로 렌은 스승을 배신하고 아버지를 죽인 인물이었는데 그렇게 쉽게 마음을 고쳐먹는 게 가능할까?


각본 문제 두 번째. 이야기 흐름이 세부적인 부분에서 너무 빠르다. 두 장면을 지적하고 싶은데, 하나는 츄이가 잡히는 장면. 레이와 주인공들은 레이의 포스가 폭주해 츄이를 죽였다고 생각하며 슬퍼한다. 그리고 수 초 뒤, 살아서 퍼스트 오더에 포획된 츄이가 나온다. 다시 수 초 뒤,  주인공 셋은 츄이를 애도하며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자고 결의한다. 솔직히 이 장면은 필자에게 약간 티비에 나오는 코미디같아 보였다.


다음 장면은 키지미 행성에서 조리와 만났을 때. 키지미 행성에 가기 전부터 포는 명백히 거기 가는 걸 경계했다. 그리고 행성에 도착하자 이유가 밝혀지는데, 과거 자신이 뒷통수를 때린 동료 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갈등관계가 레이의 "야, 우리 좀 도와줘!" 한 마디, 그리고 조리의 "짜식, 너 멋지다."라는 식의 답으로 다 해결되어 버린다. 이런 허술한 전개들은 뭐라 생각해야할지 모르겠다.


레이, 파사나 행성에서


각본 문제 세 번째. 인물들의 힘, 특히 포스에 대한 묘사가 좀 이상하다. 필자는 무슨 영화나 책, 게임을 접하건 설정 놀음에 크게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 시퀄 트릴로지에 클래식 팬들이 지적하는 수많은 설정 구멍이 있지만, 굳이 그걸 지적하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하지만 이번 작은 심했다고 생각한다. 포스가 너무 만능으로 나오고, 주인공이 심하게 먼치킨이다. 포스로 공중부양도 할 수 있고,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날아가는 우주선을 세울 수도 있고, 그걸 터뜨릴 수도 있다. 그럼 왜 여태까지 레이가 모든 일을 다 포스로 해결하지 않은 걸까?


영화를 보며 이런 점들에서 스토리가 좀 이상하다고 느낀 필자는, 중반부터는 그냥 깊게 생각하는 걸 포기했다. '그래, 언제부터 스타워즈에 수준 높은 이야기를 기대했어? 마지막 편이니만큼 빌런과의 멋진 대결, 우주 함대전만 있으면 되지.' 라고 자기위안을 하며.


레이와 카일로 렌

하지만 연출마저도 좋지 않았다. 일단 중요한 장면들의 연출이 심하게 유치하다. 일단 위에서 말한 '츄이가 탄 우주선 장면'. 렌과 레이가 우주선 쪽으로 한 손을 뻗고, 우주선은 공중에서 왔다리 갔다리만 하고 있다. 다음으로 팰퍼틴과 레이의 결투 장면. 단순하게 묘사하면 레이는 쌍검 전진을 하고, 팰퍼틴은 터진다. 대체 이게 뭘까? 모든 트릴로지의 최종 보스 역할을 맡은 악당의 퇴장을 이런 식으로 해야만 했을까?


그 외에도 렌과 레이의 키스신, 렌이 죽는 장면, 엔딩 장면 등 여러 이상한 연출이 있었으나 이런 것들은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부분이라 생각해줄 수는 있다. 일단 넘어가자.


연출의 두 번쨰 문제, 스케일이 너무 작아보인다. 이 영화가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걸 절절하게 느낀 장면은 딱 하나, 전 은하에서 모인 지원군을 보여줬을 때 뿐이다. 그 외의 장면에서는 장대한 우주를 헤매는 것도 아냐, 저렇게 불러 모은 엄청난 함대로 함대전을 때깔 좋게 묘사하는 것도 아니다. 지상에서 레이가 이기고 포랑 핀, 랜도가 뿅뿅뿅 몇 번 하니까 이겼단다. 제국이 무능한거야 스타워즈의 전통이니 그렇다 치지만, 좀 더 멋있는 우주의 전투를 묘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사실 영화의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8편 라스트 제다이와 방향성이 완전 달라져 트릴로지의 정체성이 사라진 점, 팰퍼틴의 부활과 같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설정, 별 비중 없는 시스 등. 7, 8편을 보며 장단점이 명백한 작품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수준 미달의 영화일지는 생각도 못했다. 스타워즈가 엄청난 인기 프랜차이즈일 만큼 제작이 중단될 일은 없겠지만, 앞으로는 이런 식으로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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