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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re Jan 25. 2020

조조 래빗(2019)

나치와 히틀러를 열렬히 사랑하는 독일 꼬마 조조 베츨러(로만 그리핀 데이비스 분)는 주말 나치 훈련에 참여했다가 수류탄 폭발 사고로 전신에 큰 부상을 입는다. 어느 정도 몸이 나은 후, 조조는 소년군을 담당하는 장교 캡틴 K(샘 록웰 분)에게 여러 허드렛일거리를 받아 나치를 위해 일한다. 한편, 조조의 어머니 로지(스칼렛 요한슨 분)는 집 벽장 속에 소녀 한 명을 숨겨두었고 조조는 우연히 그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조조 래빗>은 2차 대전 영화임에도 전체적인 분위기가 유머러스하고, 등장인물들은 상당히 나사가 빠져있다. 나치에 경도되었지만 자기 신발끈 하나도 못 매는 소년 조조, 그의 상상 속 친구 히틀러(타이카 와이티티 분, 감독) 상당히 과격하고 능청스러운 어머니 로지, 만사 귀찮아하고 대충 사는 것처럼 보이는 장교 K, 어딘가 모자라보이는 게슈타포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이후 이 정도로 유쾌하게 히틀러와 2차 대전을 다룬 영화가 있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캡틴 K, 루지, 조조

이런 영화는 사실 스토리가 뻔하다. 관객들은 영화를 조금 보다 보면 어떤 식으로 전개되고 영화가 어떻게 끝나겠구나를 대략 예상하게 된다. 감독이 미치지 않고서야 2차 대전 영화를 다루면서 금기시되는 이야기로 끌고 나가지는 않을 테니까. 그런 영화를 잘 끌고 나가는 것이 감독의 역량이다.


그리고 타이카 와이티티의 역량은, <조조 래빗>에서 제대로 터진다. 영화를 보다 보면 그가 정말 풍자가 뭔지 아는 감독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우스꽝스럽게 표현해도 되는 부분과 아닌 부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가 가벼워 보이는 건 절대 아니다. 우스운 상황을 보여주다가도 진지한 상황을 병치시켜 관객을 긴장시킨다.

우리는 <토르:라그나로크>에서 와이티티 감독을 본 적이 있다. 스페이스 오페라와 가족이라는 재료로 만들어낸 그의 히어로 코미디 영화는 평가가 다소 좋지 않던 토르 시리즈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조조 래빗>은 재미있게도 <토르 라그나로크>와 꽤 비슷한 점이 많아 보인다. 주인공의 모험과 성장, 부모의 결핍에 대한 문제, (유사) 형제 간의 갈등 등. <조조 래빗>에서는 화려한 cg와 히어로라는 강력한 무기가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보편적 휴머니즘과 사랑이라는 주제를 통해 오히려 더 탄탄해졌다.

마지막으로 배우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배우를 볼 때면 항상 감탄했고, 이번 <조조 래빗>에서도 그랬다. 그녀는 못하는 역할이 뭘까 싶다. <결혼 이야기>에서는 사랑의 끝에 선 아내의 역을, <그녀>에서는 사랑에 빠진 인공지능을, 마블 시네마틱과 루시 등에서는 여전사를, <헤일 시저>에서는 BITCH 스타일의 배우를, <언더 더 스킨>에서는 모든 것을 타자화해 받아드리는 외계인을, 그리고 <조조 래빗>에서는 강인하고 능청스러운 어머니 역을 완벽히 해낸다.


그녀의 연기는 항상 '나는 스칼렛 요한슨이다' 라고 말하는 듯 하지만 영화마다 다른 사람으로 관객에게 다가온다. 한 마디로 '블랙 위도우가 저기서 저러고 있으니 이상한데?' 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저렇게나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그녀 외에도 크리틱스 초이스에서 신인배우상을 받은 조조 역의 로만 그리핀 데이비스와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역시 정말 재미있고 훌륭한 연기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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