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외딴 폐건물, 영화 촬영팀이 좀비물을 찍고 있다. 감독은 컷을 외치더니 연기가 실감나지 않는다며 배우들을 꾸짖고 나가버린다. 분장 스태프가 주인공 배우 둘을 다독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바깥에서 갑자기 진짜 좀비가 안으로 들어온다. 다들 혼비백산한 가운데 감독은 이거야말로 진짜 영화라며 카메라를 끄지 말라고 하는데....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1시간 반 가량의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고 있는 영화다. 코미디이자, 호러이자, 메타 영화, 그리고 가족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는 크게 세 파트로 구성된다. 영화 속의 드라마인 <원컷 오브 더 데드> 방송 장면, 그리고 그 방송을 만들게 된 경위, 마지막으로 <원컷 오브 더 데드>를 찍는 현장의 상황.
주인공 감독과 아내, 딸
그 외에도, 영화에선 셋으로 나뉘어지는 걸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전체 영화의 주인공은 감독인 아버지, 은퇴배우인 어머니, 감독지망생인 딸 이렇게 셋이며, <원컷 오브 더 데드>의 주인공 역시 남녀 주연과 분장 스태프로 셋이다. 그리고 <원컷 오브 더 데드>라는 드라마에 관계된 사람들 역시 세 층위다. 드라마 제작을 추진한 방송 관계자와 간부들, 현장을 컨트롤하는 스태프들, 그리고 드라마 속의 배우들.
이렇게 많은 '3가지' 분류 중 가장 중요한 건, <원컷 오브 더 데드>라는 작품을 바라보는 인물의 태도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당연히 이것도 셋으로 나뉜다.
첫 번째 시각을 대표하는 인물은 주인공 '히구라시 타카유키'(하마츠 타카유키 분)의 딸인 '마오'(마오 분)다. 그녀는 영화 감독을 꿈꾸며 관련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소녀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고분고분한 일용직 스태프가 아닌, 자신의 작품에 대해 깊은 신념을 가지고 있다. 아역 배우에게 인공 눈물을 쓰지 말라고 꾸짖는 데서 그녀의 그런 면모를 볼 수 있다. 그녀의 어머니인 하구라시 하루미(슈하마 하루미 분) 역시 이 분류에 들어간다.
두 번째 시각을 대표하는 인물은 <원컷 오브 더 데드>의 주연인 배우 마츠모토 아이카(아키야마 유즈키 분). 그녀는 배우라는 직업에 큰 신념이나 직업정신을 가지지는 않은 것처럼 보이며, 단순한 일로 생각한다. 그렇기에 눈물이 필요한 장면에서 인공 눈물을 사용하고, 토를 뒤집어 쓰는 장면을 수정해달라고 요구한다.
감독, 스태프들, 방송사의 프로듀서
세 번째, 작품을 상품으로 보는 사람들이다. 여기엔 방송사 사람들이 포함된다. 그들은 방송이 적당히 잘 마무리되고 인기를 끌면 다른 건 어찌돼든 크게 상관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주인공인 <원컷 오브 더 데드>의 감독 히구라시 타카유키는 영화에서 이 세 가지 시선을 모두 경유한다. 처음에는 생방송 원테이크 드라마 <원컷 오브 더 데드>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기 캐치프라이즈대로 '그럭저럭' 상품 찍어내듯 만들면 되겠지 싶어 받아드리고, 리허설 과정에서는 인기 배우와 스태프들의 등쌀에 시달려 현실과 타협, 수용하면서 빠르게 일을 마치고 싶어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여러가지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터지자, 직접 연기를 하는 모험까지 강행하면서 작품을 살려내기 위해서 고군분투한다.
영화 내내 강조되고 반복되는 세 가지 분류들, 필자는 그것이 삼위일체에 대한 일종의 비유라고 생각한다. 성령과 성자와 성부를 구별할 수 없듯, 드라마나 영화 같은 영상 예술을 창작하는 데는 앞서 살펴본 세 가지 시각이 모두 공존할 수 밖에 없고 언제나 그 세 시각이 섞여 들어가 작품이 탄생된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결국 마지막엔 한 시각으로 모이는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저 세 종류의 인물이 모두 존재하지 않았다면 결국 <원컷 오브 더 데드>는 제대로 제작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필자의 약간은 과잉스러운 해석은 차치하고라도,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누구나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는, 그야말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다. 1부, 그러니까 초반 30분 가량의 약간 이상하고도 어설프고 귀여운 좀비물 파트를 넘기고 나면 그 뒤부터 본격적인 재미가 찾아온다. 특히 3부에선 1, 2부의 복선(?)이 코믹하게 회수되며 영화의 백미를 장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