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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re Mar 05. 2020

드래곤 퀘스트: 유어 스토리

드래곤 퀘스트: 유어 스토리

류카는 산타로즈 마을에서 아버지 파파스, 하인 산쵸와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 파파스가 마물 게마에게 죽게 되고, 류카는 아버지가 남긴 말과 일기를 통해 어머니가 어딘가 살아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천공의 용사일지도 모른다는 걸 알게 된 류카는 천공의 검을 찾아 여행을 떠나게 된다.


<드래곤 퀘스트:유어 스토리>(이하 유어 스토리)는 드래곤 퀘스트 5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영화다. 주인공의 이름은 게임의 디폴트 네임인 아벨이 아닌 류카로 지어졌고, 류카의 아들 렉스의 이름은 아루스로 바뀌었고 그와 쌍둥이인 딸 타바사는 삭제되었다. 그 외 대부분 등장인물의 이름은 같다.


세부적인 설정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주인공이 왕족이라는 설정은 사라진 것으로 보이고(성이 '그랑바니아'이기는 하다) 리메이크 판 전용 아내 후보였던 데보라는 삭제, 이블은 게마와 합쳐진 것 등. 그 외에도 주인공이 바꿔치기한 오브가 골드 오브가 아닌 드래곤 오브 인 등 사소하게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비앙카와 플로라, 두 신부 후보의 성격도 상당히 변했다. 리메이크 판에서 하는 대화에 따르면 비앙카는 털털해보이지만 현모양처에 가깝고, 플로라는 반대로 정숙한 현모양처처럼 보이지만 말괄량이 같은 면이 있었는데 영화에서는 둘다 외견대로 비앙카는 선머슴 같은 털털한 성격으로, 플로라는 정숙한 성격이 되었다.


신부 후보 비앙카와 플로라

사실 스토리 자체는 드래곤 퀘스트 5를 심각하게 축약한 수준이라 크게 할 말은 없다. <유어 스토리>를 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결말에 관한 이야기를 할 것이고, 필자도 그러려고 한다.


영화를 끝까지 본 후, 가장 먼저 생각난 영화는 <레디 플레이어 원>이었다. 게임에 빠진 너드가 게임 세계를 파괴하려는 악역을 타도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하지만 감독이 너무 무리수를 뒀다. <유어 스토리> 세계가 가상현실이라는 게 밝혀지는 건 겨우 영화가 끝나기 10여분 전이다. 그리고 그 10분 안에 주인공은 멘탈이 깨지고, 현실의 자신을 다시 생각하고, 정신을 차리고 '이 게임은 나에게 소중한 추억이야!'라고 말하며 해커를 타도한다. 무려 1시간 반 동안 드래곤 퀘스트 5 스토리를 전개해놓고, 영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10분 만에 처리한다.


이건 어떻게 봐도 너무 무리수다. 차라리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처음부터 가상현실 게임이라는 걸 깔고 가거나, 아니면 중반 쯤 주인공이 현실을 깨닫게 하는 게 나았을 것이다. 물론 메타적인 연출이나 메타 발언으로 어느 정도 메타픽션이라는 걸 암시하기는 하지만, 대부분 관객은 그냥 영화에 게임적 연출을 접목한 것이거나 개그 정도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걸 복선이라고 하기는 무리가 있다.

드래곤 퀘스트 5 - 천공의 신부

<유어 스토리>의 가장 큰 문제는, 관객 상대로 선을 넘는데 그걸 제대로 수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일까? 주로 <드래곤 퀘스트 5>에 대해 추억이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상대로 1시간 반동안 드퀘의 세계를 보여주고는, '게임 끄고 현실을 살아'라고 말하는 악역을 등장시키는 건 관객 입장에서 매우 불쾌한 일이다.


물론 주인공이 그에 대해 반박을 하고 바이러스를 퇴치하긴 한다. 문제는 그 과정이 너무 짧다. 10분 정도 밖에 안되는 시간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건, 악을 상대로 우리의 감동과 추억을 지켜냈다는 카타르시스가 아닌, 감독이 결말을 개판쳤다는 불쾌감 뿐이다. 종반부로 향하는 <유어 스토리>의 관객 대부분이 기대한 건, 게마, 밀드라스와의 전투였을 터이다. 영화 내내 그 쪽으로 감정을 쌓고 빌드업을 해왔으니까.

레디 플레이어 원

여러 번 예를 든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는, 영화 내내 너드에게 게임과의 추억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그걸 파괴시키려는 악당을 타도해야 하는 정당성에 대한 설명을 꾸준하게 한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오마쥬되는 추억의 작품에 대한 이해가 크게 없어도 이야기만으로도 즐길 만 했다. 주인공들이 어째서 악을 타도하기 위해 그렇게 고군분투하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있으니까.


반면 <유어 스토리>는 추억을 가진 관객에게도 기존 관객에게도 좋지 못한 영화다. 신규 관객에게는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토리 전개가 너무 난삽하게 느껴지고, 기존 관객에겐 추억을 파괴했다는 인상을 주었으니까. 감독의 의도가 그게 아니었던 것 분명하나, 결말에서의 급발진이 영화를 그렇게 보게끔 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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