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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곰천사 Nov 06. 2016

라플라타 만에서 바라본 대서양

남미로 맨땅에 헤딩 -21

몬테비데오의 중심, 독립광장

우루과이의 화폐 단위는 우루과이 페소(Peso). 물가는 아르헨티나보다 쌌지만 화폐 단위가 높으니 계산하기 헷갈렸다. 나라마다 통화가 모두 다르니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어림잡아 뽑은 현금은 모자라거나 많이 남기가 일쑤였다. 재환전을 하면 터무니없는 환율로 돌려받기가 쉬우니 국경을 넘기 전에 그 나랏돈은 모두 쓰고 가는 것이 현명하다.


다음날은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우비를 입기도 안 입기도 모호한 그런 날씨. 게다가 무거운 배낭을 앞뒤로 메고 걷자니 짜증이 솟구친다.  


하루만 체류할 예정이었기에 다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떠나는 야간 버스를 예매하고 큰 짐을 터미널에 맡겼다. 남미의 버스 터미널에는 약간의 돈을 내면 짐을 맡겨주는 창고가 있으니 매우 편하다. 소하물이란 뜻의 에키파헤(equipaje)란 글귀와 가방을 나타내는 그림만 찾으면 된다.  


지도를 보고 해변의 위치를 확인한 후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야간 버스를 타기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10시간. 시간은 충분했다. 발길 닿는 대로 걷고 우루과이를 느끼는 거다.


터미널에서 바로 보이는 대형 십자가 상이 위치한 대로를 따라 천천히 내려갔다. 일요일을 맞은 몬테비데오는 벼룩시장이 열리는지 골목마다 볼거리가 가득했다. 6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벼룩시장은 매주 일요일에만 열린다. 아주 기막힌 타이밍에 몬테비데오를 찾은 것! 신선한 과일, 귀여운 애완동물, 알록달록한 마테 찻잔에 체 게바라의 캐리커처가 프린팅 된 티셔츠까지 없는 것이 없어 보였다. 과일 가판 옆을 지나니 상큼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지나는 가판마다 상인들은 


“올라! 아미고!(안녕! 친구!)”


라고 시끄럽게 우리를 부르며 손짓했다. 눈만 마주치면 부르는 통에 나중에는 아예 고개를 숙이고 걸었을 정도였다. 


벼룩시장을 둘러보는 사이 이슬비가 그치고 날이 갰다. 어젯밤에 이어 다시 찾은 독립광장은 다른 느낌이다. 몬테비데오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이곳엔 국회를 비롯해 각종 정부 부처가 들어서 있다. 이곳부터 해변이 있는 라플라타 만까지가 몬테비데오 관광의 핵심이다.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아기자기한 물건이 진열된 상점과 고풍스러운 건물이 좌우로 늘어서 있다. 

몬테비데오 라플라타 만

그렇게 10분 정도 걸으면 눈앞에 대서양이 모습을 드러낸다. 탁 트인 바다를 보니 또다시 설레기 시작했다. 작년 포르투갈과 며칠 전 리우에서 본 후 세 번째 대서양과의 조우다. 제각기 다른 얼굴을 지닌 대서양을 바라보며 해변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린다.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지 해변에는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주말을 맞은 해변은 일광욕을 즐기는 연인들로 미어터졌다. 


여행한 지 10일이 지나니 스페인어가 늘기 시작했다. 해변에 젊은이들이 보이기에 불쑥 말을 붙여본다. 말을 걸 필요가 없는 상황임에도 어제 암기한 스페인어 한마디를 오늘도 시험해보기 위해서다. 멈칫거리며 조심스레 


“케 오라 에스?(지금 몇 시죠?)”


라고 묻자 곧바로 


“도스 트레 인타 싱코(오후 2시 35분)”


란 말이 돌아온다. 그러면서 


“텡가 부엔 비아헤(좋은 여행 하세요.)”


란 말까지 덧붙인다. 활기찬 남미 사람들은 항상 유쾌하다. 이렇게 스페인어를 한 마디 한 마디 익히다 보면 여행을 마치는 5월이면 기본적인 회화는 통달할 것 같은 자신감에 헛웃음마저 나온다.  


그렇게 해변을 걷고 도심을 가로질러 버스터미널까지 돌아왔다. 대서양의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걸어서 그런지 바닥을 쳤던 체력이 올라오는 느낌이다. 짧았던 우루과이 관광, 마테차를 즐기는 시민의 여유와 탁 트인 라플라타 해변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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