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곰천사 Nov 05. 2016

마테를 사랑하는 사람들

남미로 맨땅에 헤딩 -20

몬테비데오의 저녁, 어느 상점

와이파이도 되지 않고 에어컨도 없는 저렴한 1성급 호텔을 찾아 짐을 풀고 야간의 시내를 배회했다. 부랑자 하나 보이지 않는 것이 이곳의 치안은 양호해 보였다. 열대야 때문인지 자정이 임박했는데도 거리에는 많은 시민이 나와 있었다. 독립광장 인근을 걷다 보니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사람들이 하나같이 보온병과 함께 호리병 모양의 컵에 꽂힌 빨대를 빨고 있었던 것이다. 산책을 하는 연인도, 벤치에 앉아 쉬는 노인도, 건널목을 건너는 아주머니들까지 모두 그것을 들고 있었다. 


“저게 뭐지? 물담배 같기도 한데.”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컵 안에 가루가 들었는지 빨대로 짓이기곤 다시 빨기를 계속했다. 


그것은 바로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남미 전통 차 마테(Mate)다. '남미의 녹차'로 불리는 마테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세 나라 국경이 만나는 이구아수 폭포 주변에서 재배되는 식물이다. 호리병 모양의 그릇에 마테 가루를 넣어 뜨거운 물을 붓고 우린 다음, 빨대를 넣어 천천히 빨아 마신다. 피로 해소에도 좋아 이곳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국민 음료다. 또한, 혈압에 좋고 소화에 효능이 있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몬테비데오 독립광장의 밤

우리가 너무 빤히 쳐다봤는지 벤치에 앉은 젊은 아가씨 둘이 서로 자신의 마테차를 한 번 빨아보라며 권한다. 대답할 새도 없이 보온병에 담긴 물을 붓더니 웃으며 호리병을 건넨다. 


“씨 노 에스 프로바도(안 먹어 봤으면 한 번 먹어봐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맛을 보라는 말일 것이다. 산악인과 받아서 쭉 들이켜니 달콤 쌉싸름한 묘한 맛이 혀를 휘감는다. 


“에스타 리코!(맛있어요!)”


라고 말하자 환호를 터뜨린다. 스물한 살이라고 밝힌 유쾌한 아가씨들은 대학생이며 현재 휴가 중이라고 했다. 열대야에 잠이 오지 않아 이렇게 바람을 쐬고 있다고. 몬테비데오를 찾는 외국인은 드문데 이곳이 어떤지에 특히 관심을 보였다. 기회가 되면 한국과 일본에 와보고 싶다며 연신 수다를 떤다.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제주 아일랜드”


라고 대답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친한 친구나 외지인에게 마테차를 권하는 것은 최고의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것을 거절하는 것은 대단한 실례라고 했다. 남미로 여행을 떠나는 이가 있다면 꼭 알아두자.

작가의 이전글 우루과이로 가는 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