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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곰천사 Nov 07. 2016

남미의 스위스로

남미로 맨땅에 헤딩 -22

바릴로체로 가는 길. 버스터미널

다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아왔다. 애초의 계획은 남부 파타고니아 지역으로 이동하려 했는데 파타고니아로 가는 관문인 리우가예고스까지 바로 연결되는 교통편이 사흘 뒤에나 있었다. 그렇다고 무거운 배낭을 메고 다시 한인민박 ‘남미 사랑’으로 돌아가자니 귀찮았고 더군다나 사흘을 허투루 보낼 수는 없어 차선책으로 바릴로체(Bariloche)로 떠나는 버스에 올랐다. 


남미의 스위스로 불리는 바릴로체는 안데스 산맥과 크고 작은 호수가 연출하는 수려한 경치로 유명한 작은 휴양도시. 몬테비데오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장거리 버스를 9시간이나 탔는데 다시 바릴로체까지 25시간을 더 가야 하는 강행군. 이제 몸이 버스에 확실히 적응한 모양인지 어디 한 곳 이상 없이 상태는 쌩쌩하기만 했다. 어째 장거리 버스의 달인이 된 느낌이다.  


창밖으로는 계속해서 끝없는 팜파스의 풍경이 이어졌다. 몇 시간이 지나고 낮과 밤이 바뀌었음에도 어쩜 그리 풍경이 한결같던지. 마치 버스 창문에 똑같은 사진을 붙이고 달린 것처럼 말이다.


집에서 가져온 파울로 코엘류의 『순례자』 미니 북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자신의 꿈을 찾아 산티아고 순례 길로 떠난 본인의 이야기를 회고한 내용으로 적당히 지루한 것이 오랫동안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한 작품. 책 속의 젊은 코엘류가 어째 지금의 내 모습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팜파스 대초원의 풍경이 사라지고 호수와 메마른 땅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 안데스 산맥이 얼마 남지 않은 모양이다. 우리나라의 튀긴 만두와 똑 닮은 엠파나다(Empanadas)로 늦은 아침을 먹고 나니 바릴로체 버스터미널이 보이기 시작했다. 연착된 시간을 포함해 근 30시간을 버스에서 보내다니! 놀랄 만도 한데 이젠 당연한 듯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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