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곰천사 Nov 08. 2016

수정처럼 맑은 나우엘 우아피 호수

남미로 맨땅에 헤딩 -23

바릴로체의 중심, 센트로시비코

바릴로체에 도착하니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가슴속을 가득 채우는 맑은 공기였다. 게다가 청명한 하늘의 선선한 날씨! 남미에 온 이래 가장 쾌적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가 한여름이었다면 이곳은 초가을이었다. 조금만 더 내려가면 겨울 날씨를 보이는 아르헨티나는 땅덩이가 하도 커 다양한 기후대가 존재한다.


마을버스를 타고 센트로 시비코(Centro Cívico)라고 불리는 중심지역으로 이동해 저렴한 숙소를 찾아 3박을 체크인했다. 계속되는 강행군에 지쳐 재충전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여기서는 잔뜩 늘어지게 휴식을 취할 생각이다. 


바릴로체의 정식 명칭은 산 카를루스 데 바릴로체(San Carlos de Bariloche)다. 줄여서 바릴로체라고 부르며 북부 파타고니아 지역에 있다. 사파이어 빛을 띠는 투명한 호수와 그 뒤를 병풍처럼 둘러싼 안데스 산맥을 이루는 높고 낮은 산들의 정경은 한 폭의 그림 같다. 관광객들의 인기를 사로잡은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예쁜 호수 마을이자 남미의 알프스 또는 남미의 스위스로 불리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이곳의 특산품인 달콤한 초콜릿으로도 유명하다. 


숙소에서 개인정비를 마치고 센트로 시비코 지역으로 나왔다. 로카 장군의 동상이 서 있는 광장 잔디밭에는 하오의 태양 아래 누워서 일광욕을 즐기는 시민으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잠시 벤치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니 정말 아름답다. 눈부시게 아름답다는 표현은 바로 이럴 때 사용하는 것이리라. 옆에 앉은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치자 슬며시 말을 걸었다. 

바릴로체 나우엘우아피 호수 전경

“라구나 무이 비엔!(호수 좋아요!)” 


스페인어가 능숙하지 못해 호수란 뜻의 단어인 ‘라구나’와 좋다는 뜻의 ‘무이 비엔’만 던졌지만, 의미를 전달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아주머니는 미소로 화답했고 아주머니를 따라나선 커다란 불도그 한 마리는 옆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다. 주위를 돌아보니 모두 평화로운 모습 그 자체다. 서둘러 걷는 사람, 불안해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을 정도로 여유가 넘친다. 


호수 쪽으로 가까이 접근해봤다. 나우엘 우아피(Nahuel Huapi)라는 이름을 가진 거대한 호수는 수정처럼 맑은 물빛을 자랑했다. 호수변 역시 일광욕을 즐기는 현지인이 많았다. 날이 쌀쌀해 수영은 힘들어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현지인 몇몇은 이미 물에 들어가 있었다. 공기 맑고 인심 좋은 바릴로체. 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치안 걱정은 잠시 접어둬도 괜찮아 보였다.      

작가의 이전글 남미의 스위스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