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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곰천사 Nov 10. 2016

캄파나리오 언덕에 올라

남미로 맨땅에 헤딩 -25

 

캄파나리오 언덕 전경

다음 날 아침 일찍 찾은 곳은 바릴로체 중심가에서 버스로 30분 거리에 있는 캄파나리오 언덕(Cerro Campanario). 산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낮고 언덕이라기엔 높은 애매한 높이의 전망대다. 이곳에 오르면 수려한 바릴로체의 풍경을 한눈에 관람할 수 있다. 


이곳을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 약간의 비용을 내고 5분이면 도착하는 케이블카를 타거나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진 등산로를 따라 오르는 방법이 있었다. 산악인은 금방 오를 것 같다며 무조건 걷자고 하는 통에 난 툴툴거리며 그의 뒤를 쫓는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오르는 산길은 상쾌했고 눈길을 끄는 독특한 식물도 많아 눈도 즐거웠다. 힘차게 오르는 산악인의 뒷모습은 아주 물 만난 물고기 같다. 운동부족으로 체력이 떨어졌는지 금세 숨이 차올랐고 먼저 오른 산악인의 뒷모습은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졌다. 


“치얼 업!” 


헉헉거리며 정신을 못 차리자 근처에서 같이 오르는 유럽인 청년이 응원한다.


약 30분 정도 올라 전망대에 도착했다. 해발 700m 정도에서 출발했기에 해발 1,000m 정도에 있는 전망대는 생각보다 가까웠다. 고개를 들어 전망대 꼭대기를 바라보니 이곳을 찾은 몇몇 유럽인 관광객과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산악인의 뒷모습이 보였고, 그 뒤로 크고 작은 호수를 감싼 안데스의 비경이 펼쳐졌다. 전망대에 있는 작은 카페 계단에는 고양이 두 마리가 졸고 있는 것이 평화로워 보인다. 이곳에 직접 서 보니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명당자리임을 깨닫게 되었다.


멋진 경치에 힘들게 오른 보람을 느낀다. 오늘도 대자연 앞에 모두 부질없음을 느끼고 겸손해진다. 이 마음 고이 담아 한국에 돌아가서도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캄파나리오 언덕에서 바라본 안데스 산맥

홀로 감상에 젖어있자니 아르헨티나 청년 둘이 사진을 같이 찍자며 말을 건다. 


“데 돈데 에스 우스뗃?(어디서 왔어요?)”


라고 묻자 이제 자연스레 입에 붙은 


“소이 데 코레. 소이 코레아노(한국에서 왔고 한국인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수르? 노르테?(남쪽? 북쪽?)”


이라고 묻는 것이 한국에 대해 제법 아는 듯하다. 남쪽이라고 말하자 


“오 지숭 팍!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라며 환호하는 민머리의 청년은 아마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인 모양이다. 


“아이 노 리오넬 메시, 앙헬 디 마리아, 곤살로 이과인, 세르히오 아게로, 카를로스 테베즈.” 


좀 더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아는 아르헨티나 축구선수들의 이름을 줄줄 늘어놓기 시작하자 그들은 매우 신이 났는지 시원한 맥주를 대접하기에 이르렀다. 축구 하나로 지구촌의 남자들은 하나가 될 수 있음이 오늘 또 한 번 증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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