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로 맨땅에 헤딩 -26
초심을 잃었나? 이틀 연속 숙소에서 빈둥거린다. 하루에도 열 시간 가까이 걷고, 발에 물집이 여러 개 잡혀도 하나라도 더 보고 느끼려 노력했던 지난날과 무척이나 대조적인 모습. 밀린 연재소설을 읽고 한국에서 내려받아 온 영화를 보며 시간만 죽친다. 그러다 배가 고파지면 귀찮은 듯 슬렁슬렁 일어나 마트에서 사 온 작은 빵으로 끼니를 때운다. 또 앞으로의 루트와 방문할 도시의 정보를 찾느라 인터넷을 뒤지다 지치면 두어 시간 낮잠을 자기도 한다.
그렇게 마지막 날 오후가 되자 산악인에게 넌지시 물었다.
“뭐라도 봐야 하지 않겠어? 좀 나가볼까?”
하고 나서서 찾은 곳은 나우엘 우아피 호수. 오늘도 호수변에는 일광욕과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큼지막한 돌에 누워 따뜻한 햇볕을 받으니 절로 눈이 감긴다. 너무도 평화스럽다. 관광보다 휴식의 성격이 강한 장소라서 그랬을까? 장소가 사람을 늘어지게 하는 듯하다.
장기 여행에서 때로는 이런 휴식도 필요한 법. 개인차가 있겠지만, 며칠 몰아치고 며칠 늘어지는 것이 호흡이 긴 여행에는 효과적인 일정관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