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로 맨땅에 헤딩 -28
남미 여행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남부 파타고니아 지역. 물가가 비싸지만, 그만큼의 값어치를 해 호평 일색인 그곳. 그런 파타고니아를 못 가게 생겼다. 애초의 계획은 푸에르토몬트에서 칠레의 최남단에 있는 푼타아레나스(Punta Arenas)로 이동, 다시 아르헨티나로 넘어가 엘 칼라파테(El Calafate), 우수아이아(Ushuaia) 등을 둘러본 후 올라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푼타아레나스로 떠나는 장거리 버스는 일주일 뒤에나 있었고, 비행 편 역시 여의치 않았다. 이곳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떠나자니 2월 말에 리마에서 조인하기로 한 여동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힘들어 보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사흘을 더 보내고 바로 갔어야 했는데.”
아쉬움과 함께 뒤늦은 자책만 든다.
누구보다 산을 사랑하는 산악인의 표정은 침통하기 그지없다.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Torres del Paine National Park)’과 ‘엘 찰튼(El Chalten)’을 비롯한 파타고니아 빙하 도보여행 계획이 눈앞에서 사라졌으니 이해가 간다.
터미널에 벤치에 앉아 고민을 거듭한 끝에 파타고니아 지역 관광을 포기하기로 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언제 또 남미 대륙에 오겠는가! 당장 약 150~200만 원정도 금전적인 절약을 했다고 자위하면서 마음을 달랠 수밖에.
이 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다시금 마음을 다잡는다. 앞으로 더한 시련과 돌발 상황이 생길지 모르는데 이 정도쯤은 별것 아니다. 더 좋은 곳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될 것이다.
“헤이! 아미고(안녕! 친구)”
우리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키 작은 소년이 내 배낭끈을 붙잡고 흔든다. 많아 봐야 7살 정도 되는 꼬마가 터미널까지 나와 호객을 한다. 듣자 하니 자기 집에서 숙소를 운영하니 와서 묵으라는 말. 어딜 가도 싼 집은 자기네 집이라고 우기는 그 모습이 매우 귀여워 따라갔다. 엄마한테 칭찬받을 꼬마를 생각하니 웃음이 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