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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곰천사 Nov 19. 2016

숙소 찾아 삼만 리

남미로 맨땅에 헤딩 -34

산티아고 센트로의 아침

푸콘에서 산티아고(Santiago)까지는 꼬박 10시간이 소요됐다. 20시간 이상 걸리는 장거리 버스를 경험해보니 이제 10시간 정도는 우습다. 


숙소 정보 없이 온 것이 실수였다. 푸에르토몬트나 푸콘처럼 작은 도시가 아닌 산티아고는 대도시였다. 도심 쪽으로 한참을 걸었으나 오스페다헤는커녕 그 흔한 호스텔 하나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산티아고는 무더운 초여름 기후를 보이고 있어 체력적으로 힘에 부에 부쳤던 상황. 눈에 보이는 벤치마다 주저앉아 휴식을 취했다. 20일 정도 다녔으면 체력이 어느 정도 올라와야 하는데 전혀 그럴 기미조차 없다. 


걷다 지친 나머지 벤치에 앉아 오가는 시민을 바라본다. 무엇에 쫓기는지 다들 바빠 보이는 모습. 이어폰을 꽂고 서둘러 걷는 젊은 학생부터 신문을 옆구리에 끼고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는 아저씨까지, 평일 아침 산티아고의 출근길 풍경은 지구 반대편 서울과 매양 한 가지였다.  


대통령이 있는 모네다 궁전을 지나 산티아고의 중심인 아르마스 광장까지 걸어왔는데도 숙소는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이젠 너무 지친 나머지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안내책자를 보면서 찾아가도 숙소를 구하지 못하자 와이파이가 터지는 쇼핑몰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검색을 시작했다. 그렇게 찾은 ‘할머니 민박’은 중심가에서 북쪽으로 도보로 30분 거리에 있었다. 겨우겨우 주소를 찾아 도착했을 땐 기절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도합 4시간을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걸었으니 지칠 만도 했다. 


초인종을 누르자 인상 좋은 할머니가 창문으로 고개를 내민다. 


“누구여? 예약도 안 하고 왔어? 용케도 잘 찾아왔구먼. 배고프지? 돼지고기 남은 것도 있고 오이지도 무쳐놨어. 어여 들어와.” 


씩 웃으며 문을 열어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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