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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곰천사 Oct 20. 2016

짧은 시간 알찬 관광, 밴쿠버 투어

남미로 맨땅에 헤딩 -4

밴쿠버 다운타운의 명물, 증기 시계

약 10시간의 비행 끝에 첫 번째 경유지인 밴쿠버(Vancouver)에 닿았다. 이곳에서 약 20시간을 대기할 예정이라 도시관광에 나선다. 이것저것을 의심스럽게 물어보는 까다로운 밴쿠버 입국 심사를 겨우 마치고 공항을 나섰다. 비행기에서 시종일관 떠드는 아이들 때문에 잠을 설쳐 피곤했지만, 그렇다고 밴쿠버 관광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산악인도 잠을 제대로 못 자 피곤해 보였다. 


공항과 도심이 연결된 전철을 타고 약 30분 달리면 밴쿠버의 중심가인 워터프런트 역에 도착한다. 워터프런트 역에서 나오자 전망대로 추정되는 고층의 높은 건물이 눈앞에 나타난다. 이름 하여 하버 센트로 전망대. 이곳에 오르면 밴쿠버 시내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경유지에서의 쓸데없는 지출을 막기 위해 오르지 않고 그냥 지나친다. 


거리는 매우 깨끗했다. 그 흔한 쓰레기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 깔끔한 거리와 여유 넘치는 시민의 표정을 보니 밴쿠버가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에 해마다 상위권에 매겨지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다운타운은 작아서 걸어 다닐 만했다. 한두 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정도. 게다가 춥지 않고 쾌적했다. 한국보다 기온이 따뜻한 편인 밴쿠버의 1월 평균기온은 0도를 넘나 든다. 아마도 태평양 난류의 영향을 받는 듯하다.


10분 정도 걸어 구시가 지역인 개스타운(Gastown)에 도착했다. 제일 먼저 반긴 것은 밴쿠버의 명물 ‘증기 시계’. 15분마다 한 번씩 요란한 소리를 내며 증기를 내뿜는 이것은 세계 최초의 증기 시계다. 조금 더 걸으면 술통 위에 서 있는 개시 잭(Gassy Jack)의 동상이 나온다. 영국 상선의 선원이었던 존 데이턴이 최초로 이곳에 정착했는데 그의 별명인 개시 잭이 알려지면서 개스타운으로 불리게 되었다. 당시의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어 19세기의 냄새가 그대로 맡아지는 듯하다. 


시민이 즐겨 찾는 하버 그린 파크(Harbor Green Park)를 지나 밴쿠버 컨벤션 센터를 찾았다. 인근에 있는 독특한 인공 조형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즉석식으로 늦은 점심을 먹으니 비가 오려는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벌써 해가 지려는 모양이다. 겨울의 밴쿠버는 해가 너무 짧아 오후 5시 정도만 되면 어둠이 내린다. 


밴쿠버 도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롭슨 거리를 가로지른다. 반짝반짝 아기자기하게 불을 밝힌 상점들의 모습은 매혹적이다. 이곳에 와서 놀란 점은 한국인 유학생이 정말 많다는 것. 길에서 만나는 사람 셋 중 하나가 한국인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밴쿠버 국립 미술관과 그곳에 자리한 스케이트장 구석에 앉아 지친 다리를 달랜다. 눈이 부신 레이저 조명 아래 스케이트를 타며 키스를 나누는 젊은 연인의 모습이 아름답다. 


눈요기 수준이었던 밴쿠버 도심 관광을 마치고 토론토(Toronto)로 떠나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공항 벤치에 기대어 새우잠을 청해 본다. 브라질로 가는 길은 아직도 멀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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