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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곰천사 Oct 19. 2016

출발

남미로 맨땅에 헤딩 -3

중남미 17개국 종단, 긴 여행의 출발

이번 여행은 오랜 친구이자 선배인 친한 형과 동행한다. 나와 함께할 여행을 위해 그 역시 회사에 사직서를 던졌다. 6개월 동안 미지의 대륙을 함께 탐험할 파트너이자 든든한 동반자의 이름은 해송. 등산을 무척 좋아해 산악인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앞으로 편의상 '산악인'으로 부르겠다. 


여행 중간마다 부분 동행을 함께할 일행도 만들었다. 남미 여행을 준비하는 모임에서 만난 여동생 둘은 2월 말에 페루의 리마에서 조인하기로 했다. 또 필자의 여자 친구(지금의 와이프)는 4월 말에 멕시코 칸쿤에서 함께할 예정. 일행들을 모두 잘 만나기 위한 일정을 철저히 검토하고 준비했다. 부디 돌발 상황이 생기지 않길 기도할 뿐이다. 


1월 12일. 드디어 떠나는 날 아침이 밝았다. 부모님에게 인사를 드린 후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 있는 한식당에서 점심으로 마지막 한식을 먹는다. 메뉴는 순두부찌개. 앞으로 오랜 기간 한식을 먹지 못할 텐데, 얼큰한 국물 맛이 자주 생각날 듯하다. 오후 3시가 지나자 절차를 알리는 안내 방송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배웅을 나온 여자 친구를 뒤로한 채 게이트를 통과한다. 4월에 멕시코에서 만나자는 약속과 함께.


비행기에 탑승하니 밴쿠버로 떠나는 한국인이 많이 보였다. 특히 겨울방학을 맞아 어학연수를 떠나는 어린아이들로 꽉 찬 기내는 그야말로 초등학교 운동장을 방불케 했다. 


“쉿, 컴 다운” 


금발의 스튜어디스는 입술에 검지를 가져다 대면서 아이들에게 주의를 시켰지만 아이들은 말을 들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당황한 스튜어디스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동료에게 어깨만 으쓱할 뿐이다. 


6개월. 브라질부터 시작되는 17개국 종단. 이제 시작이다. 눈을 감고 마음을 다잡는다. 설레는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한 채 안내책자를 연신 뒤적거리다 비행기가 날짜 변경선을 지날 무렵 겨우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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