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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재무제표 보는 법은 다르다”

안녕하세요, 재무제표 칼럼리스트 이승환입니다. 2023년 5월부터 재무제표 읽기 스터디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기업의 재무제표가 궁금하시거나, 재무제표에 흥미를 느끼시는 분들, 함께 정보도 나누고 도움을 주고받는 스터디입니다. 

회계를 처음 접하는 분에게는 ‘회계개론서’ 보다 재무제표를 많이 보라고 권합니다. 재무제표 중에서도 산업의 형태가 단순한 제조업을 우선 샘플로 삼으라고 합니다. 숫자와 표가 가득한 재무제표 형식눈에 익히, 재무제표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경영활동이 심플한 예시로 '숫자와의 연관성'을 몸소 체득해야 쉬워집니다. 재료(자산)를 만들어(제조∙원가) 판매(매출)하고 이윤(이익)을 남기는 공장(제조업)의 장부가 발전해 지금의 재무제표를 완성시킵니다. 재무제표 기본형은 제조업입니다.

그러나 이후 서비스업, 금융업, IT 등 다양한 산업이 생겨났고, 이를 표현하는 좀 달라진 재무제표도 속속들이 등장합니다. 그 중에 다소 어려운 업종이 바로 ‘은행’입니다. 기본형(제조업)과 달리 표현되는 용어(영업수익, 영업비용 등)가 많을 뿐만 아니라, 돈이 상품(금융상품)이기 때문에 생기는 어려움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실제 은행의 재무제표를 보면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기본 단위가 높습니다. '백만 원'입니다. 주눅들지 말아야 합니다. 은행은 돈을 빌려주는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기본 자산이 수백 조입니다. FY2020 기준 우리은행의 자산총계는 374조 3,104억 원, 부채 350조 7,901억 자본 23조 5,202억 원입니다. 시장점유율 3위 은행이 대충 이렇습니다.


자산항목 중 대출채권(과거에는 대여금및수취채권) 계정이 바로 고객에게 빌려 준 돈 與信(여신)입니다. 우리은행의 대출채권이 약 300조 원입니다. 자산 374조 원 중에 80%가 빌려 준 돈입니다.

은행 재무제표 대출채권 주석을 찾아보면 어떤 대상에게 빌려줬는지 알 수 있습니다. 기업금융, 가계대출 등 주석 정보로 주택자금, 일반자금처럼 세부적으로 나눠 기록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기업대출을 업종별로 대출규모를 정리해 둔 주석도 있습니다. 국민은행의 주택담보 대출이 약 86조 원인 것을 재무제표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은행 고객들에게 빌려준 돈은 어디서 나올까요? 그쵸! 은행이잖아요. 고객 예금에서 조달합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고객의 예치금에서 ‘빌린’ 셈이니 부채입니다. 국민은행의 부채 항목에 제일 비중이 큰 약 330조가 바로 受信(수신)입니다. 고객에게 받은 돈 즉 예금으로 재무제표 상의 표현은 예수부채(예전에는 차입부채)입니다. 예수부채와 직접 자금을 조달한 발행사채 두 가지 방법이 대표적인 자금조달 방법입니다.

은행업이라는 게 좀 거칠게 말해 ‘돈놀이’인데, 예금뿐만 아니라 ‘빌려서도’ 빌려준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빌리는 데가 은행의 은행인 '한국은행'이고, 금리 등이 경제질서를 조정하는 기능이 있어  은행은 대표적인 정부의 규제 산업입니다.


재무상태표 상에서도 제조업과 다른 특징적인 항목(계정)이 있지만, 손익계산서도 무척 다릅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매출액’이 없다는 점입니다. 매출과 그 외 수익을 구분하지 못할 때 이런 손익계산서를 작성합니다. 은행뿐만 아니라 광고(제일기획), IT 서비스(네이버) 등의 산업도 손익계산서가 이런 구조입니다. 수익과 비용 개념으로 손익계산서를 정리해 영업이익을 주로 상단에 둡니다.

모 은행의 공시를 보면 자신들의 ‘영업이익’이 매출액과 동일하다고 아래와 같이 표현해 놓았습니다.  

“상기 '1.연결실적내용' 중 '매출액' 항목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재무제표상 대응되는 계정과목이 없으므로, 이자수익, 수수료수익, 기타 영업수익 등을 합한 수치를 기재하였습니다.”

은행마다 살짝 다른 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은 이자수익과 수수료수익을 구분하고, 영업이익을 산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은행은 이자를 통한 예대마진과 수수료수익으로 이익을 만들어 냅니다. 이를 얻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을 뺀 금액을 수익으로 손익계산서에 표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손익계산서가 제조업과 달리 거꾸로 영업이익에서 출발해 영업외손익을 차감한 당기순이익이 나오는 구조입니다. 은행의 이익의 질을 판단하고 싶으면 ‘순이자이익’과 ‘순수수료이익’ 하단의 ○○수익과 ○○비용을 꼼꼼히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 현금흐름표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제조업일 경우 영업이익, 당기순이익과 같은 이익 지표와 함께 꼭 현금흐름표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체크해 보라고 알려 줍니다. 영업이익이 흑자인데도 내리 몇 년째 마이너스 현금흐름이라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수주산업 등 특수한 경우 아니면 마이너스 현금흐름은 경영 상황이 안 좋다고 알려주는 신호등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은행은 현금 즉 돈이 돌고 돌아, 그리고도 돌아서 이익이 되는 영업 구조이기 때문에 현금흐름표 상에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 몇 천억이 되어도 제조업처럼 놀랄 일은 아닙니다. 돈이 상품이라서 이유와 복잡한 금융상품(파생상품 등)이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회계공부를 계속하면, 기본형인 제조업만 다룰 순 없습니다. 그러나 형식이 달라져도 재무제표는 재무정보를 요약해 둔 것에 불과합니다. 차이가 어디서 나는지 정도만 알아 두면 쉬워집니다. 최근 카카오뱅크의 상장으로 은행 업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카카오뱅크 보다 자산과 이익에 훨씬 높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의 주가가 왜 카카오뱅크 보다 낮은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재무제표 리뷰가 필요할 것입니다. 은행 재무제표 보는 법에 익숙하면,  보험과 증권사 재무제표가 조금 편해질 것입니다.


#재무제표보는법 #DART





*저자 소개     

지은이 이승환

회계사나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도 회계와 재무정보를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데 관심이 많다.  ‘재무제표 읽는 남자’라는 필명으로 브런치, 아웃스탠딩, Zum금융 등에 기고하였으며, 재무제표를 쉽게 보는 방법을 꾸준히 알리고 있다. 지은 책으로 『숫자 울렁증 32세 이승환 씨는 어떻게 재무제표 읽어주는 남자가 됐을까』, 『취준생, 재무제표로 취업뽀개기』, 『핫한 그 회사, 진짜 잘 나갈까』, 『재무제표로 찾아낸 저평가 주식 53』 등이 있다. 가장 최근에 쓴 책은 아래 『나는 회계 몰라도 재무제표 본다』2023 경향B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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