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위원회, 신라젠 '상장폐지' 여부를 최종 심의·의결
신라젠 재무제표를 처음 본 것은 2017년 신라젠의 주가가 하늘 모르고 나르고 있을 때입니다. 당시 신라젠은 ‘문은상 대표’가 2015년 12월 31일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밸류인베스트코리아 → 최대주주가 된 이후로 항암 바이러스 면역치료제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3상으로 엄청난 기대와 주가상승을 맛보는 순간이었습니다.
(1) 최대주주 : 문은상
(2) 주요경력사항 등
-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 러시아 모스크바 제1의과대학 졸업
- 주한 러시아대사관, 의사
- 신라젠 주식회사 부사장
- 신라젠 주식회사 대표이사 사장
미국 FDA가 승인해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이 한국, 대만, 태국, 뉴질랜드 등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대규모 자금이 필요했고, 신라젠은 이를 조달하기 위해 신주인수권, 전환사채 등을 발행했습니다.
신약개발을 시작한 바이오 벤처회사는 다들 이런 식으로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왜냐하면 10년 이상 걸리는 신약개발을 위한 투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신약개발을 시작하고 그리고 오랜 기간 동안 버티기 위해서는 자금조달이 용이한 IPO 상장이 필수조건이 되었습니다. 적자인 바이오 벤처는 ‘기술특례’라는 제도를 이용해 자본시장에 입성할 수 있었습니다.
글로벌 임상3상 그리고 암을 정복할 수 있다는 희망에 신라젠은 코스닥 시총 2위 기업이 될 정도로 주가가 상승했습니다. 개인투자자가 10만을 훌쩍 넘습니다. 신라젠의 이런 과한 주가 상승에는 신약개발이 성공한다는 확신이 뒷받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럴 가능성이 낮을지 모른다는 ‘경고’가 늘 있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2018년 신약개발의 낮은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회사의 허황된 주장에 대해서 간접적으로 제제를 가한다는 ‘감리절차’ 강화를 언급합니다. 임상3상에서도 절반 이상의 신약이 실패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과정까지의 각 단계별 성공율 아니 실패율을 따지면 신약개발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을 ‘신약개발’ 붐으로 이끈 한미약품 역시 신약개발은 10년 이상 소요되는 장기간의 개발이며, 성공할 경우 고부가 가치를 내지만 성공 가능성은 0.01%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5년 이래 몇 년간 1조 원대의 기술수출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신약개발의 명가로 자리를 굳건히 했던 한미약품 역시 라이센스 아웃 기술 수출이 실패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하이리스크 종목인 이런 신약개발 바이오 회사에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신라젠의 2018년말 기준 소액주주는 14만 명이 넘었습니다.
이런 신라젠에게 천청벽력과 같은 소식이 들립니다. 임상3상이었던 펙사벡이 효과가 없으니, 글로벌 임상을 중단하라는 권고입니다. 주가는 급락하고, 회사는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난리도 아닌 상황이 펼쳐 집니다.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결과일 수 있습니다. 그만큼 가능성이 낮은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런데 1년이 지나자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습니다.
신라젠 대표이사와 전직 임원들의 횡령∙배임 사건입니다. 신라젠의 문은상 대표이사는 자본시장과 금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현재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간략히 요약하면 신라젠 회사의 자금을 갖고, ‘신주인수권’을 수백억 원 챙겨, 시세차익을 남기는 등 신약개발과는 전혀 무관한 이익편취 행위를 한 혐의입니다.
신라젠은 이런 상황에 따라 거래소에 의해서 주식거래 정지가 됩니다.
그간 신라젠의 신약개발에 들어간 자금은 주식발행초과금 3,413억 원만을 봐도 어느 정도 규모인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15년 이후 그리고 이 돈이 들어 갔지만 아직 신라젠이 벌어 들이는 이익은 전혀 없습니다. 이익으로 회수될 것이라 믿는 투자자와 투자금이 쌓여 저 정도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상장폐지 사유 발생, 거래정지가 1년 이상 지속되고 있습니다.
신라젠의 소액주주들에게 거래 정지 중인 이 시간은 애타고, 회사에 대한 분노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신라젠은 최근 최대주주가 변하고, 아직 진행 중인 신약개발의 진행을 위해 다시금 유상증자를 하기도 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2020년 경영진의 배임행위가 밝혀지고도, 신라젠의 회사에 대한 가능성을 본 기업과 투자자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한국거래소는 신라젠의 상장폐지를 결정하고 최종 단계를 곧 남겨두고 있습니다. 신라젠의 신약개발, 재무제표, 회사경영상황 등 모든 것을 신뢰하기 힘들다는 의미입니다. 최종 상장폐지 처리가 되면 투자자의 주식이 휴지조각으로 투자금을 영영 찾을 수 없습니다.
보통 예전에 주식투자에 관한 농담으로 “내 앞에서 주식 말도 마라~ 상폐 3번 당했다!” 하곤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내가 투자한 주식이 상장폐지 될 것이라고는 절대 상상하지 않습니다. 어떤 조건이 벌어지면 투자한 돈을 다 날릴 수 있는지 잘 모릅니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투자한 회사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몇 년간 내지 못해도 상장폐지 조건이 될 수 있습니다. 배임/횡령은 회사의 재무제표를 신뢰할 수 없는 심각한 요소입니다. 그 외에도 투자자가 투자금을 잃어버릴 수 있는 상황은 무척 많습니다.
수많은 투자자가 관련이 깊어,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다시 한 번 투자는 ‘개인’의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상기했으면 좋겠습니다. 2015~2022년 사이에 벌어진 일입니다. 앞으로 나에게도 벌어질 수 있습니다. 투자하신 주식의 재무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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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소개- 숫자울렁증 재무제표 읽는 남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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