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 대신 읽어 줍니다(3호)
삼성중공업 관련 기사가 흥미롭습니다. 안 팔리던 드릴십 4척을 사모펀드에 매각하고, 유동성을 확보했다는 기사입니다. 아래 링크 참조.
https://www.koreamonitor.co.kr/view.php?ud=2022042211513626640bb0cd1e55_41
이번 거래에 대해서 삼성중공업은 2022.4.21. 큐어리스파트너스㈜ 사모펀드 출자 등에 대한 공시를 DART에 게재했습니다. 공시와 관련한 주요 내용은 '안 팔리던' 드릴십을 매각해 판매대금이 들어와 '유동성의 위기'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사모펀드와의 거래 예정일은 2022.5.18 2분기 보고서 재무제표에 수치가 반영될 예정이네요. 현재 확인할 수 있는 2021년 연결 기준 재무제표를 통해 유추를 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재무상태표의 부채항목을 보면, 삼성중공업 입장에서는 필요한 조치라고 보입니다. 2021년 연결 기준 삼성중공업의 부채비율은 약 200%이며, 1년 안에 갚아야 할 유동부채가 약 7조 원입니다. 직접적인 빚인 단기차입금 9,224억 원 + 유동파생금융부채 3,506억 원 + 유동장기부채 9,271 등 2022년 올해도 자금 조달 또는 부채관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게다가 2021년 현금흐름표 상의 '기말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이 5,712억 원뿐입니다. 2021년 유상증자로 1.2조 원을 조달했고, 1,946억 원의 사채발행도 있었습니다. 지배주주가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인데 이들이 삼성중공업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자금조달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부채가 많아도 잘 벌면 걱정이 없는데 문제는 손익입니다. 최근 3년 당기순손실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2019년 약 -1.3조 원, 2020년 약 -1.5조 원, 2021년 약 -1.4조 원입니다. 물론 삼성중공업은 불황의 파고만 잘 버티면 높은 수익을 내는 수주산업 조선 회사입니다.
매출의 99.7%가 조선해양 즉 대형 선박의 제조이며, 대부분 해외수출로 이뤄져 있습니다. 선주와의 직접 매매 계약을 통해서 판매를 하는데, 이게 어려운 상황이 될 때가 발주처인 선주가 파산을 하거나, 3~4년간 죽어라 만든 배를 안 산다고 ‘배 쨀’ 경우입니다. 실제로 이번에 매각 대상이 되는 드릴십 역시 비슷한 사례라고 합니다. 대형선박은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파는 일도 만만찮은 일이네요.
삼성중공업이 2021년 수주한 계약사항 리스트를 보면 73척 정도 됩니다. 앞으로 몇 년 간 일거리가 확보되어 있는 거죠. 하지만 이게 4~5척만 어긋나도 손실이 큰 게 한 척당 몇 천억 원이라서....
이번에 재고자산으로 잡혀 있던 배 4척을 미리 사모펀드에 넘기는 것도 일종의 ‘자산유동화’ 방법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했는지 찬찬히 살펴 볼까요?
사모펀드가 출자 1,600억 원 + 은행 대출 3,200억 원 + 삼성중공업이 출자 5,900억 원을 해 1조 700억 원을 마련합니다. 그리고 사모펀드가 드릴십 4척을 1조 400억 원에 삽니다. 이제 배는 큐어리스파트너스㈜ 꺼죠. 한 대당 2,600억 원 꼴이니 '정가' 보다는 싸게… 인수한 셈이네요. 우선 공개된 숫자 상으로 사모펀드에 남는 차액은 300억 원입니다. 보통 사모펀드 운영비라고 하는데….
삼성중공업 쪽 상황을 살펴보면 재고자산 중에 '완성공사 9,559억 원'이 잡혀 있는데 드릴십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매각이 되었으니, 매출 1.04조 원이 생길 테고, 영업이익은 1,400억 원 정도 발생합니다.(정확한 수치는 아닐 듯 싶습니다만) 현금의 입출입 상으로는 5,900억 원을 출자했으나, 매각 대금으로 1조 400억 원 들어오니 4,500억 원이 플러스로 생기는 거래입니다.
“안 팔리고 있던 배를 우선 넘기고, 현금도 챙기는”
신박한 거래 같습니다. 게다가 사모펀드 출자를 통해서 향후에 배가 제 값에 팔리게 되면, 이익도 함께 챙기겠다는 '안전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드릴십과 같은 큰 대형 선박은 마구 팔리는 제품은 아닙니다. 헐값에 내놓는다고 해도 인수자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팔리지 않는 상황이 오래 된다면 사모펀드와 삼성중공업 둘 다 곤란해질 수 있습니다. 삼성중공업이야 잠시 재고자산을 사모펀드로 옮겨 놓고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배가 안 팔리면 여러 가지 갈등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1)투자한 5,900억 원 회수 문제와 2)너무 싼 값에 팔면 관련 손해, 3)사모펀드 준 300억 원 운영비(?) 역시 손실 쪽으로 봐야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잘 매각이 되면 훈훈한 사례로 기록될 수 있습니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대우조선해양에 있었는데, 큰 이익으로 돌아 온 경우입니다. 이번 삼성중공업의 드릴십도 좋은 마무리를 기대해 봅니다.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19/05/286478/
글쓴이 소개- 숫자울렁증 재무제표 읽는 남자 저자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094377
♣참고 자료 출처 - 방대한 기업 데이터를 손쉽게 다룰 수 있도록 제공하는 딥서치 https://www.deepsearch.com/
♣이미지 출처 - 상기 사용한 모든 이미지는 Dart 또는 unsplash.com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