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가십은 정치, 경제 쪽 뉴스보다 흥미롭습니다. 스토리도 잘 아는 주인공이 나오다 보니, 남 일 같지 않고, 불거지는 각종 찌라시와 목격담이 상상력을 자극하죠. 그런 거 다 조금 재껴두고 객관적인 숫자로 추정을 해보려 합니다. 이승기와 후크엔터테인먼트 소속사 대표 사건 말입니다.
사건의 골자는 가수 겸 배우 이승기 씨가 소속사인 후크엔터테인먼트(이하 후크엔터)로부터 음원정산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주장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승기 씨는 후크엔터 측에 음원정산 관련 내용증명을 보냈고, 이에 후크엔터 권진영 대표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더욱 세간의 주목을 끌게 되었습니다.
▶회 사 명: ㈜후크엔터테인먼트 ▶회사개요: 주식회사 후크엔터테인먼트(이하 "당사")는 2002년 7월 2일 설립되어 공연기획, 제작연예인 매니지먼트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으며,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81길 49에 본점을 두고 있습니다. ▶대 주 주: 초록뱀미디어 100%.
(주)후크엔터테인먼트는 2002년 설립, 2021년 기준 20년이 넘은 기업입니다. 자산총계 447억 원, 영업수익 176억 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2018년 영업수익 221억 원의 최고치를 찍는 등 매년 흑자를 내는 우량 엔터기업입니다.
이번 사건은 이승기 씨와 후크엔터테인먼트 권진영 대표 사이의 문제로 이야기 되고 있는데 후크엔터는 2021.12 기준으로 대주주가 바뀐 상태입니다. 그러나 2021년 기준 감사보고서 상으로 대표는 여전히 권진영 대표로 나와 있습니다.
2022년 현재 후크엔터의 대주주는 초록뱀미디어로 2021.12.9 440억 원의 양수대금을 권진영 대표 외 23명에게 현금지불을 완료합니다. 후크엔터는 초록뱀미디어 경영 아래 놓여 있습니다. 직전까지 후크엔터테인먼트는 100% 권진영 대표 지분으로 1인 주주구성이었는데 매각 직전에 23명의 주주가 늘어났습니다.
후크엔터테인먼트는 2021년 재무상태 상으로 큰 변화는 유형자산의 감소(토지 등 매각 167억 원)입니다. 청담동 소재 빌딩을 매각하였으며, 이후 차입금 구조도 단기차입금에서 장기차입금로 좀더 좋은 조건으로 변했습니다. 투자자산 중에는 회원권 20억 원, 미술품 19억 원이 있으며, 신기하게도 전속계약금은 자산항목에 매우 적게(5천만 원) 기재되어 있습니다.
손익계산서의 특이점은 2021년에 -136억 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한 것입니다. 영업비용 중에 주식보상비용 141억 원이 일시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비용이 없었다면 예년과 마찬가지로 4~5억 원의 영업이익이 났을 것입니다. 당기순이익은 그나마 유형자산의 처분이익 덕분에 -86억 원 정도로 줄어 있긴 합니다.
<주석11번 기타자본잉여금>
당기 중 당사의 이전 최대주주는 보유하고 있던 당사의 주식 중 일부를 임직원 및 그 특수관계자에게 무상으로 증여하였습니다. 당사는 주식기준보상 회계처리를 적용하여 주식보상비용으로 인식할 금액에 대해 주식의 공정가치에 근거하여 관련 비용을 인식하고 기타자본잉여금으로 계상하였습니다.
손익계산서의 주식보상비용 141억 원은 상기 무상증여로 회계처리된 흔적입니다. 실제로 비용이 나간 것은 아니며, 회사는 100% 권진영 대표 자본구성에서 23명의 주주(투자)가 생긴 것으로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손익계산서의 비용처리 그리고 자본항목의 자본잉여금 계상을 합니다. 결과적으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회계적으로 큰 손실이 발생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금흐름은 좋습니다.
그간 운전자본이 크게 들지 않아서인지 20~30억 원의 기말의 현금을 보유했던 후크엔터가 2021년에는 토지의 처분(167억 원) 등이 있어 투자활동현금흐름이 179억 원이고, 최종 기말 171억 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 2012~2021년까지 후크엔터의 영업이익은 흑자이나 크지 않은 편입니다. 평균 14억 원 정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흑자는 흑자이고, 회사는 당기순이익을 매년 가져 가고 있었습니다. 소속 연예인에게 “적자이니, 음원∙방송활동 이익을 적게 줄 수 밖에 없다.” 말하긴 힘든 상황입니다. "소속 연예인 지원하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 실제로 영업비용 중의 지급수수료가 10년 평균 100억 원이 지출되었습니다. 이 지급수수료가 소속 연예인 등의 활동을 지원하는 비용입니다. 영업비용의 약 80%에 달하는 비용 항목입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수익구조는 소속 연예인과 회사 사이에 수익을 5:5 / 7:3 등 계약조건에 따라 나누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소속 연예인이 충분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했고, 결과의 여부에 따라서 이익을 나눈다면 불협화음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저 영업비용 중의 지급수수료가 제대로 쓰이지 않았고, 이익은 적기에 분배가 되지 않았다면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겠죠. 반대로 처우는 그대로 유지하지만 수익(매출액)에는 도움이 안된다면 이익분배가 어렵다는 상황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후크엔터는 2014, 2018년 외에는 늘 비슷한 패턴의 수익과 비용의 사용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결론적으로 회사와 소속 연예인, 임직원들 모두 안정적인 이해관계를 유지했었다고 봅니다. 장기계약 관계이거나 서로 내부사정을 잘 알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거의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매니지먼트사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연예인은 매니지먼트사와 전속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합니다. 이 기간 동안 매니지먼트사는 소속 연예인에 대한 독점적 매니지먼트 권한을 갖고 연예인과 협의 하에 TV 및 광고출연, 행사 등 모든 연예활동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게 됩니다. 구체적으로는 연예인에 대한 교육, 방송출연 협의 및 계약, 연예인에 대한 홍보, 관련 콘텐츠의 제작과 유통까지 모두 매니지먼트사가 담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을 통해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 전속 매지니먼트 계약에서 정한 비율에 따라 연예인과 매니지먼트사가 수익을 분배하게 됩니다. 통상 대중의 인지도가 높고, 음악과 영상에 걸쳐 폭넓은 활동을 하는 연예인들은 더 높은 비율의 수익을 분배받도록 계약이 체결됩니다. 이러한 수익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해지는 것일까요?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전속계약서 제7조에 따르면 “수익은 연예활동으로 발생한 모든 수입에서 연예인의 연예활동을 보조·유지하기 위해 소요되는 차량유지비, 의식주 비용, 교통비 등을 공제한 금액”이라 정하고 있습니다. - 출처 [스포츠경향 아는변호사] 신동철 변호사(법무법인 은율) 코멘트 2021.11.27
→ 진짜로 정산 관련 문제가 심각하다면 ‘내용증명’으로 시작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후크엔터 대표의 살벌한 표현도 지나치게 감정적이라고 느껴집니다. 재무제표 상으로 흥미로운 주석이 하나 있던데 <차입금> 항목에서 이승기가 후크엔터 회사에 47억 원을 무려 2014년부터 8년 이상 무이자로 빌려준 사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승기가 47억 원이 이미 2014년에 있었다는 것도 놀랍지만 투자도 아닌 빌려주다니… 이 사실이 가장 석연치 않은 부분입니다. 소속사에 거액의 자금을 빌려줄 수 있는 연예인이 몇 명이나 될런지 싶고, 정상적인 경영자라면 이런 차입거래 역시 상식적이지는 않아 보입니다. 합리적이지 않지만 '무척 끈끈한 사이였다', '은행이자 외에 따로 챙겨주는 것이 있었다'가 없다면 이 거래가 후크엔터와 이승기 씨의 사이를 상징하하고 있습니다. 돈을 빌려 준 이에게는 직접적인 이자뿐만 아니라 투자의 기회를 잃는 손해도 생각해 볼 수 있는 비정상적인 거래이기 때문입니다.
→ ㈜후크엔터테인먼트는 2021년 12월 ㈜초록뱀미디어로 지분 100%와 경영권이 넘어갑니다. 이때 권진영 외 23명의 지분이 정리가 되는데 권대표가 440억 원에 후크엔터를 매각하기 전에 소속 연예인과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주식을 증여했기 때문입니다. 증여지분은 전체 38%로 167억 원입니다. 뭐 훈훈한 이야기 같아 보이지만, 회사를 정리하기 위해서 100% 지분을 가진 대표가 소속 연예인을 붙잡기 위한 방편이지 않나 추측해 봅니다. 계산 상 273억 원은 대주주인 권대표가 현금으로 갖는 결과입니다. 167억 원의 23명이니 7억 원 꼴로 분배되었습니다. 누구의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이게 만족스러운지 아닌지는 분명 달라집니다.
결국 사건의 시작은 초록뱀미디어의 후크엔터테인먼트 인수가 시작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후크엔터테인먼트는 초록뱀미디어의 100% 종속회사입니다. 초록뱀미디어는 후크엔터를 통해 엔터 쪽 사업을 확장하고, 보강하려고 했습니다. 당연히 회사뿐만 아니라 소속 연예인의 가치를 따져 인수를 결정했을 것입니다.
https://www.hankyung.com/entertainment/article/202112109751H
배우 및 가수인 이승기 씨가 음원정산만에 대해서 내용증명을 보낸 것만 봐도 그 외의 활동에 대한 지원이 전혀 없지 않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오랜 계약관계지만, 소속사를 바꾸려는 생각이 있었던 건 맞습니다. 실제로도 2021년 6월경 1인 기획사로 독립을 선언했으니까요. 그런데 이승기 씨가 다시 후크와 재계약을 했을 때 당연히 모종의 약속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후크가 M&A 될 것이고, 이후 지분 증여 등의 언질이 있었거나, 이승기 씨가 몰랐더라도 후크엔터는 M&A 되기 전까지 이승기 씨를 붙잡아 둬야 하기에 정말로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초록뱀미디어 쪽의 인수의향을 고려해 본다면 후크엔터의 매각은 소속 연예인들에게 다 사전에 알려지고, 조율이 되어야 할 중요한 사항입니다. 굉장히 오랜 시간 이런 조율이 이뤄졌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진짜로 M&A가 성사되자 그동안 지속되었던 모든 조건과 활동지원에 대해서 ‘판을 뒤 엎는’ 생각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또한 2021년 12월 이후 지분증여가 실행되자 후크엔터의 M&A 성과에 대한 분배가 또 한 번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20년을 키워온 회사의 대표는 증여, 시혜, 선물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반대쪽은 당연한 나의 몫 그리고 헌신의 대가로 받아들이지 않았을까요? 사람이라면 당연한 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회계를 딱딱한 장부정리, 골치아픈 회사 셈법, 나와는 상관없는 업무로 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회계가 왜 중요하고, 이해관계자의 득실을 따질 때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되는지는 이승기 - 후크엔터테인먼트 사건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회계는 한자어 會計 = 모일 회, 계산할 계 두글자가 모여 있습니다. 각자 '쓴 돈'과 '벌어들인 돈'을 모여서 함께 계산해 본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번 돈이 누구의 공인지, 누가 더 쓰고 있는지, 일일이 따지는 게 회계입니다. 이게 투명하게, 원칙적으로 이뤄지면 함께 일하는 사랍들의 불만이 적거나, 이해득실을 따질 때 공평함을 가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혼탁했고, 기록이 정확하지 않으면면 늘 사단이 나게 마련입니다. 이번 사건도 과거의 기록이 얼마나 정확한지, 양측의 주장을 얼마나 타당한지 재무제표(회계)가 증명해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떠도는 이상한 말보다 말입니다.
※상기 내용은 FY21~17 연결감사보고서 첨부된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를 참조해서 작성한 내용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검토한 내용이오니, 간혹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