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동산 경기 지표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매매가격, 건축허가실적, 가계 부동산대출 증가율, 미분양 재고 등 많습니다. 다 부동산의 향후 전망을 하기 위해서죠. 늘 우상향만 한다면 언제나 사야합니다. 하지만 자칫 한 번의 거래로 '벼락 거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개인들의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최근에 읽은 <부동산을 공부할 결심>이란 책에서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건설사가 적자이면 부동산 가격이 바닥이다!
아파트와 같은 주택 공급자가 손해가 날 수밖에 없는 시장이란 뜻은 구매자인 수요자에겐 유리한 환경이라는 거죠. 적자인데 짓고 있는 아파트를 비싸게 팔 순 없죠. 당장 팔아서 이익을 내야 하는데 말입니다. 게다가 모든 건설사의 실적을 다 지표로 삼을 필요가 없다고 하네요. HDC현대산업개발(주) 여기만 잘 관찰하면 된다고 합니다. 이유는 아래 글로 설명드릴게요. 여하튼 재무제표를 읽는 저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니 당연히 HDC현대산업개발의 재무제표를 읽어야 하죠.
♦회사명(코드): 에이치디씨현대산업개발㈜ (294870)
♦회 사 개 요 : HDC현대산업개발㈜는 9개 종속기업을 갖고 있으며 해외건설업과 토목 및 건축공사 등이 주력 사업입니다. 2018년 5월 1일을 인적분할을 통해 현대산업개발에서 HDC㈜와 HDC현대산업개발㈜로 나눠졌습니다.
♦주 주 구 성 : 최대주주 HDC㈜ 41.53%, 소액주주 51.99%(112,655명)
♦주가/유통주식/시가총액 : 11,380원(2023.3.17 기준) / 65,907,330주 / 7,500억 원
HDC현대산업개발 이모조모
HDC현대산업개발은 창사 이래 약 40만 여 세대의 주택을 건설해 온 주택전문 건설사입니다. 1976년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시작으로 80~90년대 우리나라 아파트 문화를 선도했던 회사입니다. 지금은 현대아파트 대신 'IPARK(아이파크)'라는 브랜드를 사용합니다. 아시죠? 래미안 이후에 우리나라 아파트 브랜드가 아주 화려해졌습니다. 결론적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은 국내 주택 시장을 대표하는 건설사입니다. 이유는 GS나 대우 등의 대형 건설사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쪽 토목, 건설 등으로 사업분야를 다각화 하고 있습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주택사업 즉 아파트에 특화되어 있고, 재개발∙재건축 포트폴리오 등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습니다. 또한 사업장이 서울, 수도권 비중이 높습니다. 다른 건설사에 비해서 국내 부동산 경기와 직접적인 사업구조입니다.
재무제표 읽기
2022년 지난해 HDC현대산업개발을 뒤흔든 사건은 광주화정 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입니다. 그로 인해 1,754억 원의 손실을 반영했고, 모든 단지의 전면 재시공 등으로 추가손실 추정금액 1,646억 원입니다. 뿐만 아니라 당시에 8개월의 영업정지 처분까지 받았는데 이후 관련 사항은 행정소송 중입니다. 여하튼 사업적으로 꽤나 심각한 데미지를 입은 2022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무제표 상으로 보면 자산총계 약 7.3조 원으로 전년 대비 12% 상승합니다. 물론 구체적으로 증가항목을 따져보면 늘어난 자산이 미청구공사와 재고자산입니다. 공사를 진행했지만 발주처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미청구공사’ 채권이 6,356억 원 → 9,104억 원 증가했고, 재고자산 역시 1.5조 원으로 늘어난 상태입니다. 미청구공사는 정상적으로 진행이 된다면 현금이 되지만 늘어난 기간 등으로 원가율이 낮아질 위험성이 존재합니다. 좋지 않은 시그널이죠. 건설사의 재고자산이란 미분양 주택일 경우가 많습니다. 벌써 미분양이 많이 잡혔나? 다행히 HDC현대산업개발 재고자산 주석을 보니 '용지 1조 원'이 잡혀 있고, 미완성 주택은 4,635억 원입니다.
다음 손익계산서를 리뷰해 봅니다. 손익부분은 영업이익 1,164억 원으로 2020년 주택경기 호황기에 비해 확실히 이익률이 줄고 있습니다. 언급 드렸던 각종 사고 관련 손실도 영향이 있습니다. 현금흐름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1.7조 원으로 좋지 않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하락기로 돌아섰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래도 흑자라는 점은 '아직은 괜찮은 건가?' 싶습니다.
매출액 구조
HDC현대산업개발의 매출 구조를 보면 절대 다수가 아파트, 주상복합, 오피스텔 등입니다. 2022년은 여러 가지 악재에 의해서 주력 부분이 60%로 비중이 줄었습니다. 큰 건설사들은 이렇게 국내 건설경기가 안 좋을 경우 해외 쪽에서 이익을 보충한다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은 온전히 경기변동을 반영해야 합니다. 역시나 2022년은 주택이 아니라 토목부분에서 48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이게 가장 이익 기여도가 높습니다. 매출 비중이 전체의 14% 밖에 안되는데 이익으로만 따지면 41%가 넘으니까요.
현재는 그런데 앞으로 어떤지는 수주잔고를 보면서 파악해야 합니다. 건설업도 대표적인 수주 산업입니다. 장기간에 걸쳐 계약을 맺고, 매년 새로운 계약을 통해서 2~3년 동안의 먹거리를 확보합니다.
수주 잔액
HDC현대산업개발의 2022년 기준 수주 총액은 25조 5,256억 원이며, 이중에 이미 완성시킨 부분은 4조 6,084억 원입니다. 즉 아직까지 20조 9,172억 원어치의 공사가 남아 있습니다. 사업보고서와 재무제표 등에서는 이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디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지 <수주상황 상세표>를 참고하면 됩니다. 기본적으로 공사는 민수, 관수라고 하여 발주처가 누구냐에 따라 크게 구분을 합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92% 대부분이 민간 영역입니다. 상세표를 보면 흥미로운 공사지역이 많습니다.
둔촌주공재건축 약 1조 원, 청라의료복합타운 6,920억 원,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1조 원, 이문 3구역 재개발 5,510억 원, 광명동굴 도시개발 4,662억 원,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 4,630억 원, 부산 대연 3구역 재개발 4,535억 원, 광명제4R구역 주택재개발 4,842억 원, 성남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4,184, 관양동 현대아파트지구 4,174억 원 등 기본이 수천 억 원에 달하는 수주입니다. 이게 남아 있는 수주잔액이 많은 게 좋은 건지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국내 건설자재 등의 원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존 계약 당시와 달리 이익률이 낮아질 수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다 손실이 될 수 있는 20조 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보통 건설업에서 수주는 계절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으며, 정부의 정책 변화 및 국내외 경기상황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남은 20조 원의 수주를 진행하는 2~3년 동안 괜찮을까요?
★소결 : 악재가 2년 연속 있었고, 경기둔화가 시작되었는데 우선 2022년 실적으로는 HDC현대산업개발 흑자입니다. 물론 2019~2020년 5천억 원씩 영업이익을 내던 때와 비하면 어렵죠. 낮아진 이익입니다만 그래도 남는 장사를 했습니다. 앞으로가 어떨지 관건인데 이미 3월달이 지나가는 시점입니다. 물론 1분기 보고서를 확인할 수 있는 시점은 5월이나 되어야 합니다만.....
건설사가 정말 힘들 때는 손실을 앉고 가기 보다는 미리 선제적으로 해결을 할 때가 있습니다. 수주산업의 특징일 수 있습니다만 발생할 매출과 앞으로 적용해야 할 원가를 잘 계산해 미리 손실을 회계적으로 반영할 수 있죠. 쌓아두다 공사 끝날 때 쯤에 '3~4년 공사 총계 내보니, 오메!!! 대박 적자네요'라고 안하는 거죠. 미리미리 반영을 시킬 수 있습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선택을 재무제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과거 부동산 사이클이 크게 어려울 때 딱 2번 적자를 냈다는 회사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당연히 우리나라 부동산 관련 정보나 시장판단이 빠른 회사가 아닐까요? 그런 회사가 실적이 적자다! 대규모 손실을 미리 반영했다! 이 이야기는 부동산이 바닥이라는 뜻이겠죠.
그럼 우리 함께 사요. 아파트 재무제표로 읽는 부동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