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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재무제표는 달라요

Feat. 한국투자증권

재무제표가 두껍다

은행, 증권, 보험 대표적인 금융업종 관련 재무제표를 보통 어려워합니다. 우선 제조업 기반의 일반 재무제표랑 생김새가 다릅니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페이지 수가 200장이 넘습니다. 양부터 질리게 만드는 편인데, 안 그래도 회계용어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 금융사 회계용어는 ‘감’잡기가 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상각후원가, 공정가치, 손실충당, 여신잔액 등 낯선 용어와 숫자로 재무제표가 빽빽이 채워져 있죠. 더욱이 금융사가 파는 건 금융자산과 금융상품입니다. 자동차나 신발과 같은 상품처럼 구체적으로 떠올리기도 어렵고, 숫자 단위가 높아서 재무제표 읽을 때 움츠리게 만듭니다. 


하지만 알고 나면, 금융사 재무제표도 쏙쏙 골라 볼 수 있다는!!!!

업종의 특성을 조금만 생각하면서, 재무제표를 보면 쉽습니다. 기본적으로 일반 기업과는 영업활동부터 성격이 다릅니다. “금융사는 돈으로 장사하는 데” “돈이 빠르게 도는 곳” 이 정도부터 시작하시죠. 금융업의 대표는 은행입니다. 오래된 산업 중에 하나입니다. 은행 재무제표 읽기는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고, 오늘은 증권사재무제표에 집중해 보겠습니다.

<은행 재무제표 보는 법은 다르다>

https://brunch.co.kr/@lshkorea/113


2023년 3분기 1등 이익 증권사 K

참고로 국내 증권사의 2023년 3분기까지 영업이익을 높게 낸 회사는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입니다. 한국투자증권 6,473억 원, 삼성증권 7,434억 원, 키움증권 8,41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중입니다. 역시 돈을 만지는 금융사 이익 수치가 높습니다. 

증권사의 영업활동은 고객(증권 투자자)의 주식투자를 중계하는 데서 나옵니다. “업계 최저 수수료”라는 광고문구가 증권사 광고에서 매번 등장하죠. 물론 요즘은 해외투자와 연금 등 증권사가 안 건드리는 금융상품이 없을 정도입니다만, 핵심은 주식거래 중계입니다.   

그런데 증권사 재무상태표를 보면, 가장 비중이 높은 자산이 바로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입니다. 일반적으로 상기 계정은 금융자산(금융 관련 투자로 이자와 이익을 배분 받는) 중에 가치 변동이 많기에 시장가격을 재무제표 보고 시점에 반영하는 항목입니다. 

2023년 3분기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자산총계는 79.3조 원입니다.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이 45.8조 원이네요. 전체 자산 비중으로 57%로 가장 많습니다. 이 자산을 갖고 뭔가를 한다는 것인데 <주석>을 찾아보면 흥미롭습니다. 지분증권, 채무증권, 출자금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중에도 <채무증권>이 대부분입니다. 채무증권은 국채∙지방채, 특수채, 회사채, 기업어음증권, 전자단기사채, 외화채,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즉 증권사는 돈을 모아서 각종 금융자산에 투자해서 돈을 벌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증권사는 “고객님, 주식투자를 하세요~ 자산 증식의 최고는 주식”이라고 말하는 비즈니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社의 투자처는 안정적인 “국채∙지방채, 특수채, 회사채 등” 채무증권 비중이 높네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증권사의 가장 많은 자산은 채무증권


이 돈은 어디서 왔을까요? 

한국투자증권을 통해서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개인, 기관이 맡긴 돈이 우선 있습니다. <예수부채> 6.8조 원이 그 숫자인데요. 위탁자예수금, 장내파생상품거래예수금 등 7~8개 예수금입니다. 돌려 줘야 할 돈이라서 예수금이라는 부채로 재무제표에는 표기합니다. 

은행 비즈니스는 고객의 예금(예수부채)가 운용하는 자금의 대부분이지만 증권사 예수부채는 전체 부채의 10%가 안됩니다. 그렇다면 위에 45조 원의 금융자산을 산 돈은 어디서?? 직접 빌린 돈이 더 큽니다. 

한국투자증권의 전체부채 71.4조 원 중에 <차입부채> 43.8조 원이 제일 크고, 차입부채는 콜머니, 은행차입금, 기업어음, 사채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중에 <환매조건부매도>*가 개념이 쪼금 어려운데 갖고 있는 사채를 담보로 단기 자금을 빌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증권사는 자산 쪽에 안전한 채무증권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증권사의 금융자산은 이익을 내기도 하지만, 레버리지(자금운용의 크기를 키우는)를 만들기 위한 담보자산의 역할까지.

*환매조건부매도 - 채권 이외에 주식 및 부동산 등도 환매조건부매매의 대상이 될 수 있으나, 전통적으로 Repo 거래라고 할 때는 채권을 담보로 단기자금을 거래하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Repo 시장은 채권시장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Repo 거래는 채권을 매개로 하기 때문에 채권시장의 수급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Repo시장과 채권시장간의 차익거래 기회를 제공하여 채권가격이 보다 합리적으로 형성되도록 합니다. 이처럼 Repo 시장은 단기금융시장과 자본시장을 연결시켜 주는 기능을 합니다. 


그래서 증권사의 돈 버는 방법

한국투자증권의 손익계산서를 열어 보면 <영업수익>, <수수료수익>, <이자수익>, <배당금수익> 등이 순차적 등장합니다. 증권사 손익계산서는 총 매출액(영업수익)에서 각각의 비용을 차감해 <영업이익>을 보여주는 구조입니다. <영업수익> - <영업비용> = <영업이익>이죠. 

한국투자증권의 2023년 3분기까지 <영업수익>은 17.1조 원이고, 수수료와 이자, 금융자산처분 등의 대표적인 이익이 나오는 곳입니다. 각각의 비용을 차감해 보면 ‘수수료’가 가장 많은 이익기여도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최저 수수료라고 해도 거래중계가 돈이 됩니다. 생각해 보니 하루에 몇 번씩 주식을 사고 팔면, 저의 투자결과에 상관없이 증권사는 돈을 버는 군요! 

공통비와 같은 <판매관리비>가 어떻게 배분될지 알 수 없지만 <영업비용> 16.5조 원이 사용되어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 누적 6,47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키움증권도 마찬가지 구조입니다. 영업수익 7.3조 원 – 영업비용 6.5조 원 = 영업이익 8,416억 원. 영업수익 사이즈가 적은 데도 이익은 키움증권이 높습니다. 키움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손익계산서를 비교해 보면, 외환거래와 금융자산 관련 이자수익에 있어 한국투자증권이 좀더 손실을 낸 숫자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증권사는 고객(주식투자자)이 주식을 사고 파는 것을 중개해 주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가 이익의 대부분이고, 금융자산을 통한 이자, 파생상품, 외환거래 등을 통해서 발생된 수익으로 돈을 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익이 증가하기 위해서는 증권사 가입 고객수가 늘어야 하고, 금융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 사이즈가 커야 합니다. 


증권사의 <현금흐름표> 역시 당기순이익이 아무리 많이 났더라도 마이너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보이길 것입니다. 제조업일 경우에는 부정적인 시그널이지만 금융사는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의 증감 ⇒ 돈의 나감 ⇒ 금융사 영업활동의 증가로 보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투자활동현금흐름>에는 금융자산이나 관계기업투자 처분/취득의 숫자가 큽니다. 다른 업종과 달리 이게 일이니까요. <재무활동현금흐름> 쪽에 차입부채와 사채의 증가 역시 영업활동의 일환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다만 특징적인 점은 <배당금>으로 증권사 역시 금융지주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증권사의 이익을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지주사(Ex 한국투자증권 → 한국금융지주)에게 고배당을 매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 밖의 <주석>에서 얻는 정보

증권사 <종속기업>과 <관계기업> 내역에는 수십 개의 ****투자신탁, ****혁신펀드, 자산유동화 SPC 기업 명칭을 볼 수 있습니다.  FUND와 투자신탁은 불특정 다수가 출자한 기금으로 안정성과 수익성이 높은 곳에 투자해 출자액에 비례해 투자자에게 나눠주는 간접투자 상품입니다. 증권사는 자산운용사를 종속회사 또는 지분을 갖는 관계회사로 갖고 있습니다. 간접투자 상품을 만드는 제조사인 자산운영사를 함께 갖고 있으며,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구조입니다. 덕분에 증권사 종속기업 리스트가 길어졌죠. 

증권사도 금융사이기 때문에 <손실충당금> 관련 정보가 주석에 많습니다. 가진 금융자산의 부실을 표시하는 것입니다. 각 금융자산 마다 부실징후를 정하는 기준이 다르고, 각 상품의 총액만 표시하는 재무제표 형식 때문에 부실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찾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손실충당금이 이전 기수와 달리 크게 상승할 때는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증권사는 각 회사의 환경에 따라 사업부문을 나눠 놓습니다. 키움증권은 홀세일총괄본부, IB사업본부, 투자운용본부, 리테일총괄본부 등으로 영업부문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재무제표 주석 <영업부문 정보>에서는 각 사업부의 손익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데 2022년 역시 증권 브로커리지 서비스(중계수수료) 등 고객접점 업무인 리테일총괄본부가 가장 영업이익이 높습니다. 2021년에 비해 기타부분은 적자가 났는데 이런 변화의 원인을 탐색해 볼수록 객관적인 재무제표 숫자를 200%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증권사 재무제표에는 각각의 수익과 비용(판매관리비 등)에 대한 세부 정보가 주석을 통해서 제공됩니다. 의외로 증권사는 매년 수익의 변동성이 높습니다. 그 변화가 숫자의 차이로 드러나기 때문에 꼼꼼히 증권사 주석을 통해 이해도를 높여야 제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상기 표는 한국투자증권의 2023년 3분기 기준 영업부문 정보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자산관리/위탁영업, 기업금융, 자산운용, 본사관리/기타, 집합투자업, 국외 영업부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부문에 대한 설명은 주석에 자세히 잘 나와 있는데, ① 자산관리/위탁영업부문: 개인 및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한 유가증권의 매매, 중개, 대리 등의 증권투자신탁 및 신탁형 증권저축업무 관련부문② 기업금융부문: 기업 자금조달 및 공급(증자, 회사채발행, 구조화금융,유가증권인수, M&A자문), PF 등 기업금융 서비스 업무③ 자산운용부문: 유가증권 및 파생금융상품 거래, 자기자본 투자업무④ 본사관리/기타부문: 지원업무 및 기타업무⑤ 집합투자업: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에 의한 집합투자업, 투자자문 및 투자일입업무⑥ 국외: 해외 현지법인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증권사 재무제표는 페이지 수도 많고, 복잡해 보입니다. 하지만 몇 가지 사실만 골라서 읽을 생각으로 본다면 어려울 게 하나도 없습니다. 우선 증권사는 중계수수료가 이익의 비중이 높은 가장 큰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그 다음은 증권사로 들어 오는 자금을 바탕으로 레버리지를 높이고, 금융자산을 운용합니다. 

기본적으로 자금조달은 차입부채(대출채권)으로 만듭니다. 이를 <채무증권> 국공채와 회사채 등에 투자를 해 금융자산 수익을 만들고, 또한 은행이 대출금의 사이즈를 예금으로 높이듯 증권사의 규모를 키웁니다. 증권사 역시 금융지주 형태를 띄며, 종속회사를 통해 각종 투자신탁, 펀드 등의 간접투자상품을 판매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사 본연의 이익은 역시나 개인, 기관 등의 투자자가 증권사를 통해 주식투자를 할 때 발생하는 거래수수료입니다. 하지만 증권사가 큰 손해를 발생하게 되는 경우는 투자했던 금융자산(파생상품 등)에서 손실이 커졌을 때입니다. 재무제표의 <손실충당> 숫자로 손실 추이를 확인할 수 있으며, 각 영업부문의 이익 추이도 구분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기 글은 2023년 해당 회사의 재무제표(사업보고서 등)를 참고해 기술한 내용입니다. 일상 생활 속에 만나는 기업의 재무제표를 있는 그대로 읽어 갑니다. 그러는 동안 회색의 숫자들이 말하는 기업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저자 소개     

지은이 이승환

회계사나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도 회계와 재무정보를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데 관심이 많다.  ‘재무제표 읽는 남자’라는 필명으로 브런치, 아웃스탠딩, Zum금융 등에 기고하였으며, 재무제표를 쉽게 보는 방법을 꾸준히 알리고 있다. 지은 책으로 『숫자 울렁증 32세 이승환 씨는 어떻게 재무제표 읽어주는 남자가 됐을까』, 『취준생, 재무제표로 취업뽀개기』, 『핫한 그 회사, 진짜 잘 나갈까』, 『재무제표로 찾아낸 저평가 주식 53』 등이 있다. 가장 최근에 쓴 책은 아래 『나는 회계 몰라도 재무제표 본다』2023 경향B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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