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포! 연결 재무제표의 매력
HMM의 새 주인이 육가공류 회사 ‘하림’으로 결정되었습니다. HMM 채권단(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지분을 6.4조 원에 인수하고, 2024년 상반기까지 거래를 마칠 계획이라고 합니다. 후일담으로는 인수전에 참여한 동원그룹은 예정가격 밑으로 쓴 바람에 인수는 실질적으로 하림그룹의 단독 입찰입니다. 어째 거나 우리나라 최대 해운사고, Big Deal에 성공한 하림은 현재 축배를 들고 있습니다. 오늘(2023.12.20) 하림과 HMM 주가를 보니 시장 역시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작은 그룹이 큰 기업을 삼켰다가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사례가 많기 때문입니다. 컨소시엄을 통해 재무적 투자자가 있다고 해도 역시나 빚으로 회사를 인수한 경우 부담이 되는 건 사실입니다.
그걸 판단해 볼 수 있는 건 하림의 재무건전성을 따져 보면 가능합니다. ‘아무나 못하는’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쉽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림의 재무제표를 열고, 계산기를 두드리면 되니까요. 게다가 하림의 지배구조는 ㈜하림지주를 중심으로 지주사 체제이기에 종속회사의 숫자를 더한 ‘연결기준’ 재무제표로 한 방에 해결이 됩니다. 즉 하림지주의 연결재무제표 숫자로 그룹 전체의 재무건전성을 엿볼 수 있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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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질문, 하림이 6.4조 원을 낼 수 있어?
사고 싶다고 세상 모든 걸 다 살 순 없습니다. 우선 가진 돈이 있거나, 신용으로 살 때는 가진 재산이 많아야 합니다. 상식적인 사고입니다. 2022년 기준 주식회사 하림지주와 그 종속기업의 재무상태표를 보면 전체 자산총계가 13조 2,689억 원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 13조짜리 회사라면 덩치가 좀 크네…” 그런데 인수대상인 HMM은 자산총계가 26.5조 원인 회사입니다. 그룹전체가 13조 원인데 2배 이상의 큰 기업을 품겠다고 하니 정작 주변에서는 걱정을 보태고 있습니다. 좀 차이가 나긴 나죠. 게다가 하림지주 부채가 8조 원 정도 됩니다. 자본총계 5조 원이니깐 부채비율이 약 160% 정도 나옵니다. 빚이 꽤나 있는 수치입니다. 또 다른 걱정거리가 보이죠. “하림이 매각대금 6조 4천억 원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냐 없냐” 여부입니다. 고런 관점에서 재무상태표를 쳐다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봐야 할 자산이 무엇일까요? 그쵸 현금 얼마 가지고 있는지. 하람지주의 2022년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조 2,611억 원입니다. 계약금은 충분이 마련되어 있어 보입니다. 그래도 부족한 편이죠. 그러면 현금으로 바로 대체할 수 있는 ‘자산’들까지 체크해 봅니다. <단기금융상품>이 4,044억 원이 있고요. <매출채권> 역시 1.1조 원이 있습니다. 매출채권도 외상값으로 나중에 현금이 될 수 있는 자산입니다. 아직 팔기 전인 <재고자산> 9,579억 원도 포함시켜 보죠. 하림은 좀 독특한 재고자산이 있습니다. <생물자산>이라고 닭, 오리, 소, 돼지 등 살아 있는 자산이 있습니다. 이것(?)들도 3,678억 원이 있습니다. 대략 더해 보면 약 4조 원입니다. 최대한 가지고 있는 자산의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을 통해 하림이 만들 수 있는 현금이 4조 원입니다. 이래도 2.4조 원이 부족하죠. 그럼 담보 잡고, 대출받는 거까지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건 보통 땅이나 건물이죠. 하림의 <유형자산>이 6.7조 원입니다. 이렇게까지 생각해 보면 HMM 인수를 하림이 감당할 수 있을 꺼 같죠?
큰 변수가 하나 있습니다. 부채죠. 이미 가지고 있던 빚을 파악해야 합니다. 재무상태표로 다시 돌아 갑니다. <매입채무>는 영업상 돌아가는 돈이니 놔두고, 직접적인 실질 부채가 얼마나 있는지 봅니다. <단기차입금>이 3.5조 원 있습니다. ‘이건 쫌! 문제가 되겠네요’ 당장 1년 안에 갚아야 할 빚이 이미 3.5조 원이나 있는 회사가 이번 인수자금을 자신들의 신용으로 빌릴 데가 별로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야기가 나오는 게 ‘컨소시엄’ 재무적 투자자 등인데 그 조건이 어떨지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인수는 했지만 돈 버는 족족 누구 좋은 일만 한다면 하림에게는 향후 몇 년이 고난의 행군이 될 수 있으니까요.
아! 마지막으로 봐야 할 재무제표는 <손익계산서>입니다. 있는 돈으로 인수자금을 대는 게 아니라 앞으로 벌어서 충당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림그룹의 2022년 매출액은 13조 원이고, 영업이익이 9,413억 원을 냈습니다. 역시 믿는 구석이 있습니다. 거의 1조 원의 이익을 지속적으로 낸다면 HMM 인수로 필요한 자금을 5~6년 안에는 해결할 수 있습니다. 또한 HMM의 2023년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5,424억 원입니다. 단 해운업 경기가 앞으로 계속 좋다라는 가정 하에 내릴 수 있는 판단입니다.
두번째 질문, 하림은 어떻게 변할까?
단순하게 재무상태와 손익만 갖고 인수를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크게 보아도 2024년 인수 마지막 절차와 미래 하림그룹의 행보가 조금은 구체적으로 그려질 것입니다.
<주석> 사항에서 하림그룹의 이번 HMM 인수랑 관련이 깊은 점들을 한 번 점검해 볼까요? 아시다 시피 하림그룹에는 꽤 많은 <종속기업>들이 있습니다. 그룹을 지어 보면 ‘하림과 종속기업’, ‘선진과 종속기업’, 제일사료, ‘팬오션과 종소기업’이 리스트로 보입니다. 이번 인수로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말하는 팬오션은 자산이 6.4조 원입니다. 하림이 이번 인수를 또는 사업 변화를 꿈꿀 수 있었던 것은 2015년 인수한 팬오션 덕분입니다. 게다가 코로나 이후 해운업 특수가 기반이 되었습니다.
<차입부채> 주석은 다시 한 번 살펴 봅니다. <단기차입금>이 2.6조 원이 있고, <유동성장기차입금>이 4,223억 원, <유동성선박차입금>이 2,461억 원. 토탈 3.4조 원입니다. <우발채무> 관련 주석에는 주의 깊게 봐야 할 내용이 많습니다. 주식회사 팬오션이 현재 국내 어느 기업과 장기 화물 운송 계약을 체결한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먹거리 확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죠. 그리고 재미있는 사항은 선박 투자가 계약이 되어 있네요. 노후된 선박을 대체하기 위해 15척 이상 건조하거나 중고선을 사기로 계약해 놓은 상태입니다. ‘이것도 돈이 나갈 내용이잖아요.’ 그래서 지출 예상 금액이 1,911,141천USD = 약 2.4조 원입니다.
하림지주의 재무제표에는 <영업부문> 주석을 통해서 하림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엿볼 수 있습니다. 1)지주업 및 투자 부문 2)가금 부문 3)사료 부문 4)육가공 부문 5)신선육 부문 6)양돈 및 계열화 부문 7)유통업 부문 8)운송 부문 9)기타부문 총 9개로 나눠져 있습니다. 현재도 하림그룹이 가지고 있는 가장 비중이 큰 부분은 운송 부분입니다. 매출액 분포 33%인데 더 크게 변화가 될 것입니다. 예상 컨데 HMM 인수 이후 하림그룹을 닭고기의 하림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싶습니다. 물론 막대한 자금을 대기 위해서 전에 하지 않던 의사결정이 내려 질 수도 있습니다. 주력 사업이 옮겨지면 장기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적자 사업부의 정리가 거론될 수 있으니까요. ‘승자의 저주’는 외부의 시각으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하림그룹 안에 있는 분들에게는 다른 차원으로 체감이 될 것입니다.
인수 결정 이후에 하림 김흥국 회장의 인터뷰가 곳곳에 실리고 있습니다. 인수전에 뛰어 들 때부터 인수자금은 마련이 되어 있다고 하네요. 재계 순위가 올라가고, 식품을 주로 다루던 회사에서 거대한 선박을 운영하는 회사가 되었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아직은 안전한 상태가 아닙니다. 하림지주 재무제표로 본 바로는 그룹 전체가 달라붙어서 HMM 인수를 위한 경영활동을 펼쳐야 합니다. 그 와중에 희생되어야 할 부분이 생기고, 시너지라는 이름 하에 바뀌어야 할 게 많을 것입니다. 하나 하나 다 하림그룹 직원들의 손길이 닿을 것입니다. 주목은 오너이자 경영자인 김흥국 회장에게 몰리지만 하림그룹 임직원들에게 응원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아울러 HMM 임직원들도 파이팅 하시길! ‘우리가 닭고기 회사에 먹혔어!!’ 이러심 안됩니다~
※상기 글은 2022~2023년 사이 해당 회사의 재무제표(사업보고서 등)를 참고해 기술한 내용입니다. 일상 생활 속에 만나는 기업의 재무제표를 있는 그대로 읽어 갑니다. 그러는 동안 회색의 숫자들이 말하는 기업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글쓴이- 재무제표 읽는 남자
♣이미지 출처 – DART(전자공시시스템) or https://unsplash.com/
*저자 소개
지은이 이승환
회계사나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도 회계와 재무정보를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데 관심이 많다. ‘재무제표 읽는 남자’라는 필명으로 브런치, 아웃스탠딩, Zum금융 등에 기고하였으며, 재무제표를 쉽게 보는 방법을 꾸준히 알리고 있다. 지은 책으로 『숫자 울렁증 32세 이승환 씨는 어떻게 재무제표 읽어주는 남자가 됐을까』, 『취준생, 재무제표로 취업뽀개기』, 『핫한 그 회사, 진짜 잘 나갈까』, 『재무제표로 찾아낸 저평가 주식 53』 등이 있다. 가장 최근에 쓴 책은 아래 『나는 회계 몰라도 재무제표 본다』2023 경향B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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