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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전력공사


“절대 망할 일 없는 회사”, “나라가 보증하는 회사”

이런 수식어가 무색하게 수년간 매년 수조 원이 적자기업이 되어 버린 한국전력공사. 2022년 -32조 원의 영업적자로 시장에 큰 충격을 줍니다. 보통 기업이었으면 이미 파산했을 대규모 손실인데 이게 계기가 되었을까? 한국전력공사는 창립 이래 최초로 국회의원 출신의 사장을 맞이합니다. 당연히 취임 이후 김동철 사장은 한전의 구조적인 개혁을 하겠다고 하는데요, 비상경영, 혁신 등 심지어 퇴근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입니다.

하지만 말처럼 한순간에 바뀔 수 있을지…. 한전은 IT기업도 아니고 자산 규모 240조짜리 대기업입니다.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전력공사의 적자는 전기료 때문이라는 걸. 재무제표 곳곳에서 그 원인을 짚어 볼 수 있기에 새해 첫 재무제표 읽기 기업으로 골라 봤습니다.


한국전력공사는 민영화되어, 국내와 국외(나스닥)에도 상장되어 있는 회사입니다. 투자자 관점에서도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는 회사죠. 왜냐하면 국민주, 우량주 등 개미 투자자에게 굉장히 인기가 높았던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보편적인 논리죠. “설마 한전 주가가 2만 원 아래로 떨어지겠어? 한전인데?”  

자~ 자~ 대략의 상황은 다들 아실 테니 곧바로 재무제표로 들어갑니다. 한국전력공사 2023년 기준 부채총계는 약 204조 원. 부채비율을 보자면 2021년 213% → 2022년 455% → 2023년 564% 달하고 있습니다. 부채비율만 봐도 최근 2~3년간 한전에 뭔 일이 발생했죠. 그 원인이 대규모 신규 사업을 실행을 위한 자본조달이거나 혹은 이미 실행한 사업에서 발생한 사업실패(계열사 정리 등)을 위한 것이라면 앞날을 도모해 볼 수 있을텐데…. 그냥 단지 영업적자 탓입니다. 

2021년 영업적자 -5.2조 원을 이어 2022년 -32.6조 원의 역사적인 기록을 남깁니다. 2022년 당시에 대략 746,421명(2021년말 기준)의 소액주주가 한국전력공사의 지분 약 42%를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전년도 5조 원의 손실에도 버티었는데 -32조 원이라….. 생각이 많아질 수치입니다. 


원래도 한국전력공사의 적자는 예견된 것이라 전혀 몰랐다고 할 순 없습니다. 한국전력공사의 기본적인 성향이 시장에 반하는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입니다. 알다시피 한국전력공사의 대주주는 국가입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18.20%의 지분을 갖고 있고, 한국산업은행이 32%. 물론 기타 소액주주 등이 48%를 갖고 있지만(외국인 주주가 13.86%) 한전의 전기료 가격 정책을 뭐라 할 수 없습니다. 전기세라고 불리던 적이 있던 전기료 상승을 시장 논리 대로만 올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물가 상승 등의 서민경제에 어려운 경제환경이면, 손실을 감내하였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32조 원 적자는 쫌!!!

“한전 적자의 원인은 간단합니다. 전기요금이 연료비 등의 발전원가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전기를 팔면 팔수록 한전이 더 손해를 보는 구조입니다. 작년 한 해 평균 전력도매시장가격(SMP)는 킬로와트시 당 196.7원이었습니다. 하지만 평균 판매단가는 120.2원이었습니다. 한국전력은 1킬로와트시당 76.5원의 손해를 보면서 전기를 판매한 것입니다. 올해 초 13.1원을 올렸지만 적자를 회복하기는 커녕 여전히 원가에도 못 미치고 있습니다. 작년 1월 전력도매시장가격(SMP)은 킬로와트시당 154원이었지만 올해 1월은 241원, 2월은 254원이나 될 정도입니다. 지난해 말 산업부는 2026년까지 한전의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올해 전기요금을 kWh당 51.6원을 올려야 한다고 국회에 보고했습니다. 1월에 13.1원을 올렸으니 38원 인상요인이 남아있습니다. 올해 국제 유가와 가스 가격이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라서 최소한의 인상 수준입니다. 고금리·고물가에 무역적자는 심화되고 있고, 경기는 날로 악화일로에 있어서 지금 국민들은 너무나 힘든 상황으로 내물리고 있습니다. 전기요금을 올리자니 고물가 어려움에 국민들 고통을 가중하는 것이고, 전기요금을 안 올리자니 한전을 깡통기업으로 만들어 파산까지 몰아가는 것이니 정부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꼴입니다.”

★출처 – 국회의원 양이원영 의원 성명서 중


이런 상황 속에도 여전히 투자자가 붙고, 한국전력공사가 존립할 수 있는 이유는 즉 망하지 않을 거라는 강한 신뢰가 있기 때문입니다. 전력 자원의 개발과 발전, 송전, 변전, 배전 및 이와 관련된 영업 등을 목적으로 한국전력공사법에 의해서 82년에 설립되었으며, 2007년 이제 시장형 공기업으로 민영화가 되어도 여전히 독점기업입니다. 전기 안 쓰고 살 수 있는 게 어디 사람뿐일까요? 자동차도 이젠 전기차가 대세입니다.

한전의 2022년 연결 기준 자산총계 약 233조 원에 부채는 192.8조 원, 자본은 약 42조 원입니다. 재무상태표 상의 234조 원 자산 중에 가장 큰 비중은 <유형자산> 177조 원입니다. 주석을 보면 각각 약 50조 원의 기계장치, 구축물과 30조 원의 <건설중인자산>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국의 가정에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전선, 송전탑 등이 다 한국전력공사의 유형자산입니다. 또한 새롭게 짓고 있는 발전소 등을 포함합니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이 3조 원, <유동금융자산>이 4조 원, <매출채권>이 10조 원입니다. 그런데 재무상태표에 <매각예정자산> 역시 4.4조 원으로 이미 한국전력공사의 상태에 “뭔가를 팔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2022년에는 이연법인세 자산이 10조 원라는 것도 좀 독특합니다. 세금은 돈을 벌어야 내는 대원칙이 존재합니다. 워낙 속실이 많은 한국전력공사. 향후 10조 원 이상의 법인세를 감면받기 때문에 ‘자산’으로 재무제표 상으로 표기되는 것입니다. 좀 웃픈 숫자죠.


그리고 부채가 왜 이렇게 많이 늘었나 보자면 145조 원에서 192조 원으로 1년 사이에 거의 한 30~40조 원 정확히는 47조 원이 증가했습니다. <비유동금융부채>가 66조 원에서 98조 원으로, <유동금융부채> 역시 14조 원에서 22조 원으로. 손익이 안 좋은 상태인데 빚을 더 지는 이유는 뭘까요? 


한국전력공사의 손익계산서를 보면 21년과 22년에 마찬가지로 매출액은 증가합니다. 60조 원 → 71조 원으로, 우리나라 전력 사용 가구수가 급증한 것은 아니고, 약간의 가격 상승이 있긴 했습니다. 그런데 당연히 매출원가 상승이 발생했고, 이 폭이 매출액 상승 보다 높습니다. 63조 원 → 100조 원으로 원가가 판매가 보다 높은 구조입니다. 팔면 팔수록 손실이 됩니다. 그 최악의 결과가 2022년 -32조 6,551억 원입니다. 현금흐름표를 보면 당연히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엉망입니다. 그런데 <투자활동현금흐름> 23조 원이 흥미롭습니다. 금융자산 취득이 16조 원이 되거든요. 돈은 재무활동으로 약 39조 원을 땡겨옵니다. 사채 및 장기 차입금 차입이 43조 원이나 되네요. 제가 보기엔 재무상태나 손익이 더 악화되기 전에 버티기 위해서 자금을 더 축적해 놓는 현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전력공사는 영업부문 정보를 보면 1)전력판매사업 부문, 2)전력발전(원자력)사업 부문, 3)전력발전(화력)사업 부문, 4)전력지원사업 부문, 5)기타 산업 부문으로 나눠집니다. 이 중에 가장 비중이 높은 거는 전력판매 쪽이고요. 전력발전 매출액은 화력이 오히려 원자력보다 4배 정도 높습니다. 근데 이익을 보면 원자력이 높습니다. 2022년 원자력 부문의 이익이 6,538억 원이라면 화력은 3169억 원에 달합니다. 2022년 전력판매 부분이 -34조 원의 원인입니다. 


전체 자산 중에서도 ‘전력판매’ 부분이 많지만 이 부분이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으니, 근본적인 문제점인 원가를 좀 봐야 될 것 같습니다. “도대체 원가 중에 뭐가 손실이 많나?” 주석 중에 사용된 <비용의 성격별 분류> 항목을 찾아보니 구입 전력비가 엄청 나게 숫자가 늘었습니다. 한국전력공사 역시 모든 전기를 직접 생산하는 건 아닙니다. 민간 발전소가 있고, 한국전력에 판매를 하는 회사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GS파워, SK E&S, 포스코에너지, 한화에너지, SK D&D, 한화큐셀앤드솔라시스템즈, 한국엔지니어링 등과 같은 기업입니다. LNG를 이용한 발전회사인데 공급망 이슈 등 LNG 가격 상승으로 전력생산비가 증가했습니다. 이 외에도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인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이 있습니다.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 쪽인데 마찬가지로 여기도 생산비가 증가했습니다. 이들에게 사는 전기는 한국전력판매 입장에서 보면 전력구입비와 원재료입니다. 한국전력공사의 원가가 ‘구입비’에서 올랐는데 국민들에게 제공할 때 ‘판매비’는 올리지 않는 이상 한국전력은 계속 적자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https://view.asiae.co.kr/realtime/sokbo_viewNew.htm?idxno=2024010207034807248

♦소결 – 다 아는 이야기를 재무제표로 장황하게 언급했습니다. 한국전력 관련 제가 본 가장 최근 기사는 자회사(한국전력기술) 지분 매각 3500억 원과 한전 종속회사로부터의 중간배당 3.2조 원입니다. 막대한 부채를 돌려 막기 위한 자금조달 내용입니다. 부채를 갚을 수 없을 때는 빚으로 빚을 막아야 합니다. 한국전력공사가 이조차 힘들어진 상황이 되기 전에 뭔가 새로운 대안이 나와야겠죠. 이건 시간을 끄는 대책 밖에 안되니까요. 가장 쉬운 방법은 전기료 인상입니다. 문제는 언제? 그리고 ‘어떻게’겠죠. 선거가 지나서야 실마리가 보일 듯싶습니다. 그전까지는 투자자들은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상기 글은 2022~2023년 해당 회사의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를 참고해 작성한 내용입니다. 비상장사의 경우 공개된 기업정보를 찾기가 힘듭니다. DART(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재무제표 읽기’를 통해 최대한 객관성과 근거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글쓴이- 재무제표 읽는 남자

♣이미지 출처 – DART(전자공시시스템) or https://unsplash.com/


*글쓴이 소개 - 회계사나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도 회계와 재무정보를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데 관심이 많다.  ‘재무제표 읽는 남자’라는 필명으로 브런치, 아웃스탠딩, Zum금융 등에 기고하였으며, 재무제표를 쉽게 보는 방법을 꾸준히 알리고 있다. 지은 책으로 『숫자 울렁증 32세 이승환 씨는 어떻게 재무제표 읽어주는 남자가 됐을까』, 『취준생, 재무제표로 취업뽀개기』, 『핫한 그 회사, 진짜 잘 나갈까』, 『재무제표로 찾아낸 저평가 주식 53』 등이 있다. 가장 최근에 쓴 책은 아래 『나는 회계 몰라도 재무제표 본다』2023 경향BP.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995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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