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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재무제표로 객관적 or 소설적으로 살펴 보기

2024년이 되자마자 한미약품 관련 뉴스가 흥미롭습니다.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40112_0002590862&cID=10434&pID=13200


한미약품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와 OCI그룹의 지주사 OCI홀딩스가 통합을 한다고 합니다. 양사의 지분 교환이기에 M&A가 아니라 ‘통합’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피는 썩지만 몸은 각자 움직이는 구조라네요. 2015년 신약개발, 라이선스 계약체결 등 국내 바이오산업의 역사를 새롭게 쓴 한미약품은 의약품을 국내외 판매해 매년 1.3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입니다. 


OCI는 태양광 에너지 사업으로 유명한데 현재는 반도체 관련 소재 등 폴리실리콘 및 카본블랙 등 관련제품의 제조 및 판매를 주력 사업으로 2022년 OCI홀딩스 기준 4.6조 원의 매출을 기록한 회사입니다. 양사 모두 해당 분야에서 한 가닥은 하는 중견그룹이지만.... 

너무 다른 곳입니다. 그런데 합친다? 

그러니 굉장히 놀라운 일이죠. 헌데 이유를 살펴보니 한미약품의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그리고 지배구조를 공고화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미약품 창업주 임성기 씨가 2020년 타계하면서 고인의 지분 34.27%가 부인과 자녀들에게 상속이 되었습니다. 당시 상속세가 한 7,500억 원 정도 나온다는 기사가 있습니다. 유가족들이 상속세를 해결하기 위해서 한미사이언스(한미그룹 지주사) 지분을 사모펀드 쪽에 처분하려고 했는데 그게 실패합니다. 그런 와중에 회사에 우호적인 회사와 지분을 나누고, 경영권을 보장받는 선택을 한 결과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한미약품의 현재 최대주주 임성기 의 부인 송영숙 씨가 OCI 창업주 이수영 씨의 부인 김경자 씨랑 친분이 있고, 이번 통합의 연결고리가 두 분이 함께 활동한 사회공헌활동에서 출발합니다. OCI홀딩스 2024.1.15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결정> 공시를 보면 “(1) 송영숙, 재단법인 가현문화재단 각 보유 한미사이언스 발행 보통주식 합계 7,440,674주를 회사가 매입하는 거래”로 약 7,703억 원의 거래대금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한미사이언스의 전체 지분 중에 일부이고, 송영숙, 임주현 2명의 지분입니다. 발표에는 이사회 통과된 그룹 간의 통합이라고 하는데….


곧바로 새로운 뉴스가 등장합니다. 한미약품의 장남(임종윤)과 차남(임종훈)은 엄마(송영숙)와 딸(임주현)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네요.

https://www.sedaily.com/NewsView/2D44Q4YFAU

아니 이거 서로 백기사가 되고 전격적인 통합 아니었어? 그냥 지분 매각에 OCI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매입인 거야?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뉴스를 보고 난 후 한미약품과 OCI 재무제표를 살펴보았습니다. 한미약품은 한미사이언스의 대주주로 지주사는 한미사이언스입니다. 한미사이언스의 <주주에 관련된 사항>이 의미심장 합니다. 고만고만한 임 씨 성을 가진 주주들… 


한미약품의 임원진 리스트를 보면 2015년 이후 변한 임원 구성이 눈에 들어옵니다. 2015년에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 준 걸로도 화재가 되었었는데 그때 직원들은 다 퇴사했는지… 그 외에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생깁니다. 

그룹의 통합은 발표되었지만 역시 험난한 길이 예상되는 이야기 나옵니다.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고 장남과 차남이 가처분 소송을 냈고, 한미사이언스의 지분을 흡수해 지배력을 되찾겠다고 하는데요. 이미 지분을 산다는 OCI홀딩스도 민망하고, 한미그룹 역시 곤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회사 분위기가 엄청 나쁠 거 같습니다. 시장의 반응도 만만찮습니다.


한미만 영향이 있는 건 아니죠. OCI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우선 이런 상태라면 양 그룹이 객관적으로 유불리를 따져서 통합을 선택했나? 좀 의심스럽습니다. 거래의 요소들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OCI에 넘긴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가치가 제대로 산정된 것인지? 


→ 최근 주가로 따지면 거의 3,709억 원 정도 가치(7,440,674주 * 49,850원)인데 이걸 약 7,703억 원에 넘겼으니까요. 시가총액으로 약 3.5조 원의 기업 지분 약 25% 가치니깐 8,750억 원으로 말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의미는 경영권은 보호 받는다는 점인데 그건 OCI가 한미그룹의 최대지분을 가지지만 반대로 2명(송영숙, 임주현 씨)가 OCI그룹의 최대주주가 되는 걸로...   

어떻게 두 개 회사가 합쳐지게 되었을까? 계기는? 

→ 둘이 합친다고 하니깐 다시 보이게 된 사실인데 두 회사의 현재 지배구조 형성 히스토리가 너무 비슷해서?

창업주의 사망 … 유가족의 대주주가 되었지만 지분이 작아서 경영권 방어가 불안불안… → 부인들이 최대주주가 되어, 창업자가 제대로 선정하지 못한 후계구도로 형제간의 갈등 발생 → 경영권 혼란 야기

OCI도 2017년에 창업2세인 이수영 씨의 사망으로 상속이 된 케이스입니다.  

그렇다면 한미그룹은 상속세를 낼 여력이 없는 창업2세 탓이라고 봐야겠지만 OCI는 왜 갑자기....


OCI의 입장은 뭘까? 제약 쪽으로 공격적인 확장으로 봐야 하는지?

https://biz.sbs.co.kr/article/20000145461?division=NAVER


→ OCI가 한미 이전에 제약 쪽 회사를 산 적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거래를 통해서 OCI 측은 기존의 사업은 탄탄하게 유지하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챙길 수 있지 않겠냐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합니다.


아직 부광약품은 매출액 1,009억 원에 최근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OCI가 약 10%의 지분으로 최대주주이긴 하나, 현재까지 제약 쪽에 그렇다할 실적을 내는 상황은 아닙니다. 한미와 통합이 된다고 해서 부광약품을 지원해줄 거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한미나 OCI 관계자야 어쩔 수 없다 치지만 그 외 주주들은?


현재 상황으로 보면 지배구조상의 송영숙, 임종윤, 임주연, 임종훈, 임종호, 임진희 임종민, 임종철, 임성현 임씨들이 이번 상황에 대해서 각자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상속세와 상관이 없는 제3자들 국민연금(7.38%) 그 외 소액주주(4만 1,461명 약 21%)들의 목소리는 어떨지?


특히 재밌는 분이 한 분 있습니다. (주)한양정밀의 대표 신동국 씨가 지분 12.15%를 가지고 있습니다. OCI측 소액주주도 마찬가지죠.  OCI홀딩스 11만 5,801명의 60.9%를 갖고 있는 소액주주들이 있습니다.


대주주는 경영권을 보호받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들을 생각하죠. 합병이다, 지분구조 변경을 위한 무상, 유상증자를 선택합니다. 하지만 기타 주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 주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주주들을 위한 선택이라는 말이 언론에도 잘 나오지 않는 이유입니다.

한미사이언스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없습니다. OCI로부터 들어온 자금은 한미그룹이 아니라 한미의 대주주에게 주는 돈이니까요. 한미는 경영권에 대한 확보라고 한 약속뿐인데 한미사이언스 주주는 현재보다 더 지배력이 약한 경영진을 마주하게 된 셈입니다. 아울러 OCI홀딩스는 지배력도 갖지 못하는 계열사도 아닌 곳에 약 7,703억 원의 자금을 태운 걸 용인해야 합니다. 가진 돈 1조 원 정도 있으니..... 자금 여력은 있지만 그래도 배당금 지급을 더...(아! 약간 오르긴 했네요) 

지금은 남매간의 갈등과 이 거래의 파급력에 대해서 말이 많습니다.

https://www.moneys.co.kr/article/2024011816045941895

실제로 대주주 입장에서는 상속세를 줄이고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로 보이는 면도 없잖아 있습니다. 다만 먼 미래... 회사의 역량이 더 커졌을 때 혹은 나빠졌을 때 변수가 남아 있어 보입니다. 지금도 중요한 캐스팅 보트를 가진 한미사이언스 지분 약 12%을 소유하고 계신 신동국 씨입니다. 한미약품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시던 분이라는데 이번 사건에 대해선 장기적인 포지션을 취할까요? 대단히 궁금합니다. 이 분이 생각하는 한미약품의 5년 뒤 가치에 따라서 지금까지의 논의와는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질 수 있겠다고 상상해 봅니다. 그저 상상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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