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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제표로 다르게 보기(Feat. 한송네오텍)

https://news.mtn.co.kr/news-detail/2024012214293546262

'상패위기' 한송네오텍 채권압류까지... 커지는 '회계부정 의혹'이라는 기사가 1월 22일자 났습니다. 

한송네오텍은 코스닥 상장사인데 유기발광 다이오드 장비 제조업체로서 법원으로부터 채권 압류 처분을 받았다고 합니다. 요약하자면 회사는 주식거래 정지 중이고 소액주주와 소송까지 하는 등 최악의 상황입니다.


이 회사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요? 제3자라면 그냥 지나칠 수 있지만 혹시 이해관계자거나 주식투자자(한송네오텍)라면 불안하기 그지 없을 순간입니다.  


한송네오텍, 정말 문제 있는 거 아냐? 혹시 나쁜사람들이 경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온갖 의심에 휩싸입니다. 그럴 땐 회사의 걸어 온 길을 차근차근 되짚어 보면 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재무제표의 좋은 점은 매년 DART(전자공시시스템)에 기록되어 있으며, 과거 20년치 회사의 장부를 누구나 열람할 수 있습니다. 한송네오텍의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로 한 번 과거를 쭉 스캔해 보겠습니다.

“아무리 숨기려 해도 5년 이상 연결해서 보면 스토리가 나오거든요.” 

2015년 <사업보고서>를 열어 보니 한송네오텍이 상장될 수 있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네요. 

이야기는 #2015년부터 거슬러 올라 갑니다. 2015년 7월 30일 여름이네요. <동부제3호기업인수목적 주식회사>가 생깁니다. 씨와이인베스트먼트가 이 스팩(SPAC)회사의 대주주예요. 스팩 아시죠? 스팩은 알다시피 어떤 회사를 인수하려는 목적으로 상장되어 있는 페이퍼 컴퍼니입니다. 

흥미로와서 당시 스팩의 임원 4명의 경력을 찾아 보았습니다. 

이런 분들이 스팩을 만드시는 분들이군요!


[참고] 스팩이란? 기업인수목적회사(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 , SPAC) 비상장기업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서류상 회사(paper company)로 스팩(SPAC)이라고도 한다. 공모로 액면가에 신주를 발행해 다수의 개인투자자금을 모은 후 상장한 후 3년 내에 비상장 우량기업을 합병해야 한다. 일반투자자들로서는 SPAC 주식 매매를 통해 기업 인수에 간접 참여하는 셈이 되고 피인수 기업으로서는 SPAC에 인수되는 것만으로 증시에 상장하는 효과가 있다. 우회상장과 유사하지만 SPAC는 실제 사업이 없고 상장만을 위해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라는 점이 다르다. SPAC의 최종 목적은 기업 인수가 아니라 투자 차익이기 때문에 기존 경영진을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회사를 그 기간 안에 합병에 성공하면 투자자들은 비상장이던 우량기업이 상장되면서 가격이 오른 주식을 팔아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지정감사를 받지 않는 만큼 비상장기업 입장에선 기업공개(IPO)에 비해 1년6개월~2년가량 빨리 상장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2009년 도입됐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기업인수목적회사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 SPAC] (한경 경제용어사전)


여기에 동부증권이란 케이클라버스라는 회사가 스팩 설립에 참여했고요. 바로 전환사채를 발행해서 14억 원을 자금조달해서 스팩을 운영합니다. 그 이듬해인 #2016년 <사업보고서>를 보니 그새 소액주주가 1,090명이 참여해 스팩의 지분 48.55%를 갖고 있습니다. 자본잉여금이 80억 원 정도 된 걸 봐서 스팩이 어느 정도 성공을 한 셈이죠. 그런데 더 좋은 소식을 2017년 가져옵니다.

#2017년 드디어 스팩이 이름을 제대로 갖게 됩니다. <동부제3호기업인수목적 주식회사>가 12월 8일날 ㈜한송네오텍과 합병을 하게 되죠. 한송네오텍의 입장에서는 스팩을 통해서 우회 상장을 실행한 것입니다. 한송네오텍은 비상장 회사였는데 OLED 장비를 만드는 22년이 넘은 회사입니다.(재무제표 기수로 추정) 당시 자산이 365억 원, 부채가 240억 원, 자본이 124억 원으로 부채비율이 조금 높지만, 매출액 619억 원과 영업이익 88억 원으로 꽤 괜찮은 회사였습니다. 스팩의 주주도 좋고, 한송네오텍 역시 복잡한 과정을 생략하고 코스닥에 진입하는 Win-Win이죠. 상장 전의 한송네오텍의 임직원 현황을 보면 직원이 92명으로 “경상북도 구미시”에 위치한 “제조업” 회사입니다. 

<주석1번 회사의 개요> 주식회사 한송네오텍(이하 "당사")은 1996년 12월 21일자로 설립되어 PDPㆍLCDㆍAMOLED관련 FPD장비와 각종 크린룸용 소모품 및 모바일용품을 제조하여 국내와 해외에 판매하는 제조업 및 도소매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경상북도 구미에 소재하고 있습니다. 2016년 12월 1일에 크린룸 및 모바일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함으로써 현재는 PDPㆍLCDㆍAMOLED관련 FPD장비 제조 및 판매업을 주요사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당사는 분할 후 존속법인으로서 2016년 12월 1일에 상호를 (주)한송에서 (주)한송네오텍으로 변경하였으며 분할 후 당사의 자본금은 1,081백만 원입니다.

이제부터가 재미있어요. #2018년 매출액이 줄어요. 직전 연도에 619억 원이었던 매출액이 61% 감소합니다. 상장했으면 쭉쭉~ 날라야지 이게 뭔 시츄에이션!! 영업이익 역시 15억 원으로 하락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스닥 기업이 되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개인 투자자들 ‘개미들’이 몰리었습니다. 2019년 소액주주가 6,043명이 되었고, 지분율은 57.11%에 달합니다. 비상장이었을 때도 최대주주는 형남신 씨였는데 한송네오텍의 지분율 24.27%를 갖고 있었습니다. 

상장 후에 주가는 1,330원에서 1,900원 사이를 왔다 갔다 합니다. 1,900원 기준으로 형남신 최대주주의 지분가치는 (2018년 기준 유통주식총수 38,418,848) 약 182억 원입니다. 개인투자자가 많아진 이유는 개미들에게 코스닥 1~2천 원짜리 종목은 투자자들이 좀 가볍게 생각하는 회사 같아요. 당시 LED 쪽 업황 등 잘 판단이 안 되지만 이 정도 작은 규모 회사에 주가가 낮기 형성되어 있어서 적은 돈으로 투자할 수 있는 종목으로 보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 #2019년도에 이제 회사가 상장사가 되니까 자금조달 방법이 여러 가지로 가능해지거든요. 140억 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했고요. 그걸 가지고 <단기금융상품>에 92억 원을 투자한 흔적이 있습니다. <현금흐름표>를 보면 알 수 있는데요. 즉 상장사가 되니까 본연의 사업보다는 다른 쪽에도 관심을 갖게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야흐로 코로나 시절 #2020년 우회상장한지 다음해, 회사가 또 한 번의 변신을 합니다. 사실 이 회사의 형남신 대주주는 건대 무역학과 출신으로 여기 말고도 사업체가 있습니다. ㈜한송 / 한송무역의 대표이사입니다. 한송네오텍의 경영자는 최영복 씨(카이스트 기계과)로 기술력에 대한 식견이 있는 분 같습니다. 2019년 역시 매출액이 줄어 듭니다. 215억 원의 매출액, 영업이익 8억 원. 회사의 성적표가 점점 B- → C+ → C-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새 대주주는 딴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아니 어쩌면 오래 전부터 고민했을 수도 있습니다. 지분 매각을 결단합니다.

시너웍스㈜라는 경영참여형 사모투자와 거래가 성사됩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이게 대박이거든요. 형남신 대주주는 본인 지분 + 회사경영권이겠죠. 이 둘을 합쳐서 약 188억 원에 넘깁니다. 당시 거래 기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2020년 가을쯤이겠죠.


- 계약체결일 : 2020년10월15일 - 총양수도금액 : 18,849,772,333원 – 계약당사자 1) 양도인 : 형남신 외 2인(9,765,009주) 2) 양수인 : 시너웍스(주)외 2인 - 대금지급일정 및 조건 1) 계약금 : 1,884,977,233원(10%) 2020년 10월 15일 2) 잔금-1 : 11,718,208,354원(62%) 2020년 11월 26일 3) 잔금-2 : 5,246,586,746원(28%) 2020년 11월 30일 - 2020년 11월 30일 잔금 지급 완료후 시너웍스(주)가 최대주주로 변경 완료되었습니다.


당시 주가는 한 1,510원에서 2,670원까지 “왔다 갔다” 했어요. 새로운 대주주 그리고 사업목적 변경 등 희망이 약간 주가에 뽐뿌질 되었을 것입니다. 역시나 소액주주들도 이곳에 몰리었습니다.  많이 늘었죠. 15,666명이 됐고 지분율은 79.76%입니다. ‘솔까말’ 시너웍스라는 회사가 한솔네오넥을 인수했을 때 경영 참여형이라고 하지만 회사가 코스닥 상장사라서 매력을 느꼈다고 봅니다. 어쨌든 대주주는 188억 원으로 EXIT를 한 셈입니다. 매출이 떨어지고 있지만 자산이 3~400억 대였던 회사이기 때문에 적절한 거래 같습니다. 2020년 M&A가 됐을 당시 매출액은 193억 원이고, 영업이익 4억 원으로 수익은 더 나빠지는 중입니다. 2022년 경영권이 이전된 이후에도 최영목 씨는 대표이사로 그대로 재직합니다. 다만 그 밑에 모든 임원진이 싹 다 바뀝니다. 재직이 10년 이상 된 분이 많았는데 다 나가신 거 같습니다. 쩝….. ㅠㅠ 

#2021년 사업보고서 제출이 지연됩니다. 아마 회사의 재무나 경영관리 쪽이 제대로 인수인계 되지 못했거나 후에도 정리가 안 되는 불협화음이 이런 시그널로 보인 것 같습니다. 시너웍스 지분율이 14.95%에 불과한데요. 1년 겨우 지나 회사를 정리합니다. 2022년 2월 21일 ㈜알파홀딩스라는 곳에 지분을 넘깁니다. 알파홀딩스에 회사가 매각되는 순간 소액주주는 2만1,144명 지분율이 74.48%입니다. 주가는 2천 원대를 횡보하고 있었습니다. 매출액 조금 늘어 262억 원, 영업이익 약 5억 원입니다. 임직원 수가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알파홀딩스 역시 지분은 큰 차이 없는 대주주입니다. 15.96%이고, 알파홀딩스가 한 1년 정도 경영하는 시기에 소액주주에게 날벼락이 떨어집니다. 한송네오텍 2022년 3월 23일 거래 정지. 외부 감사인의 “의견 거절” 때문입니다. 보통 회계법인 감사인이 의견 거절을 한다는 건 “회사의 재무제표를 감사할 수 있는 자료를 못 받거나, 제출받지 못했을 때” 나옵니다. 한송네오텍이 2번째 팔린지 1년 만에 이런 최악의 상황이 되었습니다. 

“글쎄요.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직전 연도에 좀 경영 상황을 보면 <투자부동산>이 76억 원으로 늘었고요. 결손은 마이너스 100억 원, 매출액은 247억 원. 생산 원가가 매출액을 넘어 영업적자 -14억 원을 기록합니다. 판관비가 67억 원 정도인데요. 직원은 이미 53명으로 거의 절반으로 구조조정은 한 뒤입니다. 


여러 가지 상황을 봤을 때 회계부정의 의혹이 있다고 하는데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회사가 안 좋아지면 재무제표나 경영상 이익 조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마사지’라고 표현도 하는데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 선택한 경우…. But 한송네오텍은 그보다 이 회사가 영업활동 외에 다른 목적으로 자꾸 주인이 바뀐 게 아닌가 그게 더 안타깝습니다.  

이 회사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스토리텔링 이유는 정말 투자하면 안 되는 나쁜 회사의 전형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첫째 기본적으로 물론 사업에 있는 본연의 사업에 있는 매출액이 줄어들고 있죠. 둘째, 게다가 대주주가 자꾸 바뀝니다. 형남신 씨가 최초로 회사 지분과 경영권을 정리할 때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요? 회사가 더 이상 사업적인 성과가 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죠. 최대주주의 판단이 이렇다면 그 뒤로 투자에 뛰어든 소액주주는 무슨 배짱으로…. 셋째, 사업보고서나 재무제표 상으로 자금의 흐름이 전형적입니다. 이익은 없는데 전환사채 발행과 자본의 구성을 바꾸는 거래가 많습니다. 


 https://brunch.co.kr/@lshkorea/26 나쁜남자와 같은 재무제표를 피합시다.


본연의 사업에 집중하고, 열씸히 노력하는 회사에 투자를 해야지 않을까요? 회사의 재무제표라든지 사업보고서를 조금만 봐도 좋은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단지 어떤 소문과 내용의 정확한 팩트가 없는 근거를 ‘호재’로 단정하고 투자하시지 말기를 바랍니다. 제가 한송네오텍을 잠시 보고 평가한다는 게 부담스러우나 제가 본 재무제표 기록은 “여기엔 투자하지 말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한송네오텍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 <유형자산> 양도 공시가 나 있습니다. 차입금 등 자금조달을 위해서 강남에 있는 빌딩을 파네요. <투자부동산>으로 사둔 걸 정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외부감사인을 통해서 '의견거절'에서 '적정'으로 다시 회계감사를 받았다는 뉴스도 나왔습니다. 과거 기록으로 추측했던 것과 다른 상황이 앞으로 펼칠 수 있습니다. 회사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데는 여러가지 요소가 개입됩니다. 그러나 반드시 빠뜨리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재무제표'라고 생각합니다. 재무제표만큼 정확하고 많은 정보가 공개된 게 없거든요.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40125_0002604211&cID=10403&pID=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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