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를 알면 기업이 보인다(14)
한글매뉴얼까지도 홈페이지에서 유료로 판다는 CNC(컴퓨터 수치제어 공작기계) 기업이 있다 길래, 어떤 곳인가 싶어 재무제표를 살펴 봅니다.
“얼래? 무시 못할 기업이네요.”
창원에서는 “우리동네 신의 직장”이라고 불린답니다.
한국화낙은 1978년 한국과 일본의 합작법인으로 설립되었으며, 공작기계용수치, 제어장치, 산업용로보트 등을 판매합니다. 경남 창원시에 본사 및 공장, 충남 천안시에 공장을 두고 있습니다.
재무상태표의 자산총계 1조 1,108억 원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그래도 꽤 큰 기업이네. 근데 홈페이지는 왜 이리 촌스럽지?” 입니다. 회사 개요와 대주주가 일본화낙(FANUC Corporation 지분율 94.05%)인 걸 보고 나서 조금 이해가 갔습니다.
‘겉치레는 전혀 없는 기업이구먼’.
재무상태표도 심플합니다. 매출채권, 유형자산, 재고자산은 여느 공작기계 만드는 회사랑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부채비율이 9%, 사실상 그조차 매입채무 뭐 이런 거라서 부채는 없는 셈입니다.
근데 놀라운 건 ‘현금및현금성자산’ 8,602억 원입니다. 사내에 유보되어 있는 현금이 무척 많습니다. 자산의 77%에 달합니다. 아직도 논란이 되는 재벌 사내유보금(이런 회계용어는 없습니다. 이익잉여금을 갖고 호도해서 쓰는 건데요.)에 사내 유보된 현금이 많은 그나마 ‘사내유보금’에 비슷한 회사입니다. 물론 이 회사의 자본항목의 이익잉여금도 9,846억 원입니다. 40년 이상 된 회사지만 대단한 성과죠. 이것도 놀라운데 현금 보유량이 8,602억 원.
“도대체 이 회사는 뭐야???”
많이 벌어서 그런가 봤더니 지난해 매출액은 5,312억 원입니다. 영업이익률이 17.2%나 되지만 매년 꾹꾹 현금을 담아둘 수 있는 여유가 있을 것입니다. 오잉!! 2015년에는 매출액이 1.5조 원이었습니다. 기업을 대상으로 필요한 기계를 납품하는 회사입니다. 어떨 땐 대량 수주가 있을 수 있죠. 하지만 그래도 저 정도의 현금 보유량은 납득이 잘 가지 않습니다. 게다가 현금흐름표를 보니 매년 264 → 906 → 443 배당을 합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스마트팩토리 공급분야의 선두업체라고 합니다. 하지만 사실 이 회사는 일본화낙의 투자회사이며 특수관계자 거래를 봐도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공작기계의 부품매입(3,318억 원)이 일본화낙으로부터 수입됩니다. 2017년에는 이전가격 문제 때문에 관세로 648억 원의 손실이 있기도 했습니다. 원천기술이 일본화낙에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화낙에 대해서 검색해보니,(늘 없을 것만 같던 글이 툭툭 튀어나옵니다.) 재미있는 키워드가 나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로봇 머신제작회사, 단 하나의 사업분야, 최악의 아날로그 경영, 최첨단 기술보유, 노란색성애자 등” 참고 글 링크 : http://thegear.net/8465 애플이나 삼성도 이 회사에서 만든 로봇머신을 쓴다고 합니다. 테슬라도요.
창원이라는 지방에 있으면서도 많은 현금보유량, 높은 이익율 등 몇 가지 신기한 점이 설명됩니다. 화낙은 첨단기술 기업이기 때문에 기술유출에 대단히 신경을 쓴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메일로 안 쓰고, 공장을 외국에 두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제품은 전적으로 일본에서 만들고 전세계에 한국화낙처럼 지사와 판매회사를 둡니다.
일본화낙의 영향이지만, 재무적으로 한국화낙도 대단히 좋은 회사입니다. 어떤 채용사이트에서는 ‘우리동네 신의 직장’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링크 :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6893578&memberNo=43015566
사이트에서는 직원들 평균 급여가 매우 높다고 합니다. 지난해 기준 202명의 정규직이 있고, 매년 종업원 수도 늘고 있습니다. 급여 총액이 280억 원(제조원가+판매관리비) 정도이니 평균급여는 1.3억 원.(맞지 않을 순 있습니다만…. 재무제표에 나온 것으로 계산해 보았습니다.) 복리후생과 회사 분위기는 알 수 없습니다만. 그래도 국내 시장에서도 이 분야의 시장점유율이 70~80%에 달한다고 합니다. 영업의 압박이 덜하면 임직원의 스트레스도 덜하죠. 일본화낙은 오컬트(Occult) 집단 등에 비유되지만, 부럽기도 합니다.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기술력이 있으니,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이런 기업이 나왔으면 합니다.
글쓴이 소개- 숫자울렁증 재무제표 읽는 남자 저자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094377
이미지 출처 - 상기 사용한 모든 이미지는 DART, 한국화낙 홈페이지 등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