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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넷이브이

재무제표의 비밀(9)

재무제표 한 개로도 산업 분위기를 헤아릴 수 있다


Intro | 전기차 시대가 왔다


2020년입니다. 미래를 상징하던 해가 막상 닥치니 별로 달라진 거 없는 세상입니다. 그래도 세상이 무척이나 급하게 변한다는 걸 느끼고 삽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10년간 2010~2020년 요 사이가 가장 많이 변한 거 같은데, 핸드폰과 드론 등 역시나 기술의 진보가 이끌고 있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끼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전기차입니다.

아이들 장난감으로만 보였던 전기차 상용모델을 처음 나왔을 때, 서울시에서 몇 대 샀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여전히 상업화를 힘들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 뒤로 몇 년 지나니 이제는 전기 버스가 다니고, 지하 주차장에 파란색 번호판을 단 자동차가 심심찮게 보입니다. 아직은 하이브리드 차량이 많습니다. 환경규제도 규제지만 비싼 기름값과 점점 운전의 개념이 달라지는 시대.


전기차가 내연기관 운송수단의 대안이 아니라 새로운 운송형태가 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물론 기술과 함께 시장성이 있어야 합니다. 즉 전기차 만드는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잘 팔려야 하고, 전기차를 고려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기차 성능(주행거리, 속도, 안정성 등)과 더불어 주유소와 같은 충전시설, 초급속 충전 인프라 구축도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현재 전기차는 어느 수준까지 우리생활에 가깝게 다가와 있을까요?


Body | 아파트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코드가 있다


전기차 충전 전문 제조사 시그넷이브이(대표 황호철)가 북미 초급속 충전기 사업(2027년까지 진행 총 20억 달러 규모)에 참여한다고 합니다. 독점 계약은 아니지만 미국 폭스바겐 자회사와 함께 일하며, 미국시장에 확고히 진출한다는 기회로 보이니 의미 있는 소식입니다.  

사실 전기차 충전소는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곳곳에서 자주 목격이 됩니다. 심지어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도 있긴 하더라고요. 시그넷이브이는 전기차를 위한 충전단자나 충전시설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시그넷이브이는 2016년 12월 13일자를 분할기준일로 주식회사 시그넷시스템에서 인적 분할되어 전기자동차용 충전기의 제조 및 판매를 목적으로 신규 설립되었습니다. 본사는 전라남도 영광군 대마면 전기차로 49에 소재하고 있습니다. ‘전기차로’가 있다니 찾아보니 실제로 있네요. 이 회사는 코스닥, 코스피가 아닌 한국거래소 코넥스 시장에 상장되었습니다.

 ※코스닥시장 상장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장할 수 있도록 2013년 7월 1일부터 개장한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

주주구성은 리오제일호사모투자 합자회사가 35.51%, 황호철 12.97% 등으로 되어 있습니다.


바로 시그넷이브이 재무제표를 살펴 봅니다. 코넥스 상장기업이라서 사업보고서가  공시되어 있습니다. 2018년 기준 자산규모 607억 원 부채비율 108%입니다. 확인할 수 있는 재무제표가 2016~2018년 3개년치 밖에 되지 않습니다. 분기보고서가 없어서 2019년 재무제표를 얻을 수 없었고, 있으면 좀더 전망을 해볼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전기차 충전사업에 대해서 이해를 돕기 위해서 시그넷이브이 사업보고서에 나온 사업의 개요를 가져와 읽어 봅니다.

[사업의 개요] 당사는 주식회사 시그넷시스템으로부터 전기차용 충전기 제조 사업부문이 인적분할돼 설립(2016년 12월 13일)한 기업입니다. 당사는 2006년부터 전기차용 충전기 연구개발을 해왔으며 2011년 국내 최초로 일본 ChAdeMO 인증을 시작으로 닛산, 현대/기아차, BMW, Ford, 폭스바겐 등의 전기차에 각각 국내최초로 매칭 테스트를 완료해 충전기 납품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100Kw급 및 350Kw급 초급속충전기 개발 및 양산에 성공하여 미국 등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또한 당사는 세계 최초로 폐배터리 내장형 급속 전기차 충전기 개발에 성공하여 일본 후쿠시마 지역에 시범 설치, 가동 중이며 본격적인 수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방시장은 전기차(EV) 시장이며, 국내 전기차 충전인프라는 크게 전력공급설비, 충전기, 인터페이스, 정보시스템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상기 충전인프라의 4가지 구성요소 중 당사는 충전기 제조/판매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충전기는 충전하는 방식에 따라 직접충전방식, 비접촉충전방식, 배터리교환방식 등으로 구성됩니다.
직접 충전방식은 현재 대부분의 전기차 완성차 업체가 출시한 전기차에 적용되고 있는 방식입니다. 전기자동차의 충전구와 충전기를 커넥터를 통해 직접 연결하여 전력을 공급하며, 전기자동차 내부에 장착된 배터리를 일정 수준까지 재충전하는 방식으로 충전시간에 따라 완속충전과 급속충전으로 구분됩니다.
완속충전 방식은 자동차에 교류(AC) 220V를 공급하여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차량에 장착된 3~7Kw의 충전기가 교류 220V를 직류로 변환하여 배터리를 충전하게 됩니다. 이동형 완속 충전기는 일명 모바일 충전기라 불리며 계량기가 테이블 형태의 충전기에 부착되어 개인이 휴대하면서 건물 등의 콘센트를 이용해 충전한 후 비용은 차주가 부담하는 형태입니다. 완속 충전 방식은 배터리 용량에 따라 5~10시간 정도가 소요되며 약3~7Kw 전력용량을 가진 충전기가 주로 설치됩니다. 현재 국내의 경우, 완속 충전기에 대해서는 정부 및 지자체에서 보조금을 지급하여 충전인프라구축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급속충전 방식의 경우, 충전기가 자동차와 제어신호를 주고받으며 직류 100~450V 또는 교류 380V를 가변적으로 공급하여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고압/고용량 충전으로 충전시간이 적게 소요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한편, 급속충전 방식은 세부적으로 i) CHAdeMO(일본차 중심), ii) DC콤보(미국, 유럽차 중심), iii) AC 3상(유럽 르노社 등) 등으로 구분되며 각 차량제조사가 이 중 한 규격에 호환되는 전기차를 개발하기 때문에 충전기도 이에 맞게 충전해야 합니다. 현재 당사를 포함한 글로벌 주요 급속충전기 업체는 이 세 가지 충전방식이 모두 가능한 급속충전기를 제조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비접촉 충전방식은 바닥매설관 고주파 전력공급장치로부터 전기차 집전장치에 전자기 유도를 통해 전력을 전달하는 방식이고, 배터리교환방식은 충전인프라 운영업체에서 축전지를 구매하여 사용자에게 임대하는 방식으로 배터리 교환소에서 자동 교환하는 방식입니다.


상기 내용을 보니 완속충전은 5~10시간이 걸리고,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을 해준다고 합니다. 급속충전방식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궁금하네요. 여하튼 전기차 산업에 있어 이 배터리 충전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시그넷이브이는 2016년 이후 자산이 늘어난 것처럼 매출액도 51억 원 → 316억 원 → 458억 원으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아직 사업초기단계라 영업이익은 23억 원(영업이익률 5%)로 작습니다. 부채항목을 보니 자금조달이 힘들었던지 전환사채 발행금액이 160억 원이나 됩니다. 주주구성도 다양한 투자자들이 보이고, 지난해 리오제일호사모투자 합작회사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사업 초기에 기술력이 있어서 무형자산 개발비로 35억 원 장부에 기재하고 시작했던데, 2018년에는 재고자산폐기손실이 50억 원 보이기도 합니다. 만들어 놓고, 팔지 못했던 것도 있네요. 지속적인 제품개발과 투자를 위해서 자금이 필요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장님께서 투자자 모으느라 고생 좀 하셨을 것 같습니다. 지금의 주주구성은 그래서 만들어 진 것 같은데… 현재 황호철 대표의 지분은 13% 정도뿐입니다.”


2018년 결손 (81억 원) 그리고 전환사채 조기상환 주석 등을 보면, 경영자의 스트레스를 가늠해 봅니다. 사업을 시작할 때 적자가 생기고, 자본금을 까먹는 순간마다 경영자는 성공의 희망으로 버틸 것입니다.


Outro | 전기차 충전기 시장도 경쟁으로 힘들 


재무제표 외에는 그다지 최근 자료가 없어서 시그넷이브이의 IR자료(2019.11)를 다운 받아 봤습니다. 임직원수가 146명입니다. 시그넷이브이는 전기차 충전장치 및 모듈개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 충전기 11,753유니트를 전세계 시장에 공급했는데 대부분은 우리나라 정부기관, 공기업 등 국내입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이번 해외수주가 수출 부문에 있어,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추정합니다. 전기차 충전소 사업은 아직 민간의 요구보다는 정부 정책적인 “정부 친환경차 보급 목표” 등이 주요한 시장환경 변화임을 자료에서 알 수 있습니다.

유의미한 점은 2018년부터 시그넷이브이 전체 매출액 중 61%가 해외에서 발생했습니다. 그렇다면 아직 발표되지 않아서 알 수 없는 2019년도 매출액 급증을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수출 수주가 반영되었다면 말이죠.


다시 정리해 보면 우리나라 전기차 시장은 물론 충전소 사업은 국내 수요에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완성차 브랜드 중 현대자동차는 수소차 개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전기차 관련 배터리, 소재  신생업체가 한 때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그 뒤 대기업이 진출하는 등 시장 재편이 이뤄졌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충전기 회사인 시그넷이브이도 쉽지 않은 시장 속에서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고 봅니다. 해외진출 집중은 '신의 한 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상기 내용은 FY17~14 연결감사보고서 첨부된 재무제표 기준이며, 재무제표에 있는 내용만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리뷰한 것이오니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



글쓴이 소개- 숫자울렁증 재무제표 읽는 남자 저자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094377  

이미지 출처 - 상기 사용한 모든 이미지는 Dart 또는 pixabay.co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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