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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나딘 Jul 17. 2020

[드라마] 북한에도 피자 레스토랑이 있을까?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과 김황, <모두를 위한 피자>, 2010

2019년 12월 14일부터 2020년 2월 16일까지 방송된 tvN 토 일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재벌 상속녀와 북한 장교의 로맨스를 담았습니다. 시청률 21.6%를 달성할 정도로 인기를 끈 이 드라마는 그 동안 정우성, 공유, 하정우 등이 보여주었던 인간병기의 모습과 달리 훈남 그 자체의 이미지로 많은 여성들의 감성을 달래주었죠.

북한엔 현빈처럼 생긴 군인은 없다는 것 빼고는 대부분의 일상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낸 드라마는 탈북민들이 보조작가나 자문으로 참여하여 실제 북한과 매우 유사하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동시에 북한을 미화한다는 명목 아래 한 정당에 의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당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생겼습니다.



이 드라마는 미국의 북한인권단체 ‘LiNK(Liberty in North Korea)’ 의 관심도 받았습니다. LINK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은 아래 주소를 참고하세요.


LINK는 이 드라마를 본 탈북민들의 생각을 담은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는데요. 북한에 거주하거나 북한이 고향인 분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는 점은 저에게 다소 낯설게 다가왔습니다. 물론 장마당에 가면 한국 화장품을 비롯해 여러 물건들을 생각 보다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으나 그것이 매번 확인 될때마다 또 다시 놀라운 것 역시 피할 수가 없네요.

북한 주민들에게도 잘 알려진 한국 드라마! 

이 부분이 바로 예술작품과 연결지어 이야기할 포인트입니다. 아래 이미지는 2010년 제작된 김황의 <모두를 위한 피자 Pizza for the people> 영상의 일부 화면을 캡쳐한 것입니다. 홍익대 금속조형학과, 영국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를 거친 김황은 현재 디자이너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2008년 우연히 북한에 고위층을 위한 피자 레스토랑이 생겼다는 뉴스를 접하고, 말 그대로 그는 북한 주민 모두가 피자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을 고심했다고 합니다.


김황, <모두를 위한 피자 Pizza fot the People>, 2010, DVD 영상 

김황은 북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두부와 채소 등을 활용하여 피자를 만들 수 있는 조리법과 매우 코믹하게 스토리를 구성하여 이질감이 없도록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중국 브로커를 통해 북한의 암시장에 무상으로 배포했습니다. 위험을 무릅쓴 작가의 행동은 일방적 전달을 넘어서 상호작용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DVD를 본 젊은 층들이 역시 브로커를 통해 회신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작가는 일종의 팬레터를 낭송하면서 물리적 경계를 넘어 작가와 관람자 사이의 소통을 완성했습니다.


저에게 이 상호작용은 그 어떤 스릴러 영화 보다 두려웠으며 동시에 낯설게 다가왔습니다. 영화 <강철비>에서 북한 공작원의 딸이 아버지(정우성)에게 “아바지, 지디(GD)라고 들어봤시요?”라고 말했을 때에도 유사한 감정이 전달되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 낯설게 두려운 감정을 보편적으로 언캐니(uncanny)라고 표현합니다. 언캐니는 독일어 운하임리히(unheimlich)를 영어로 번역한 단어입니다. 운하임리히는 직역하면 ‘집 같지 않음’입니다. 집에 있지만 '집 같지 않은' 감정에 ‘어색한’, ‘으스스한’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김황의 작품은 이 낯선 두려움을 상당히 코믹하게 담아냅니다. 영상 속 주인공의 방안 벽에  걸린 익숙한 김일성 초상과 그 아래에서 해외 여행을 위한 준비를 하는 장면, 힙합 가수와 같은 차림을 한 놀새(날라리의 북한식 표현)의 어설픈 춤은 문화교류에 대한 폐쇄적인 정책을 펴는 북한을 잘 알기에 웃음과 동시에 누군가 보고 있을까 두려움이 앞서게 만듭니다. 

김황, <모두를 위한 피자> , DVD 영상 일부.

이 장면들은   세계 유일의 폐쇄국임에도 불구하고 고위급을 위한 피자 레스토랑을 오픈했다는 모순과 암시장에서의 교류와 같은 역설적인 현실을 희화합니다. 

영상의 마지막 부분에 완성된 별 모양의 피자는 북한 인공기를 닮은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데요. 탁자 위 별 피자는 인공기에서 북한의 유일 집권당인 조선노동당을 상징하는 별입니다. 북한 ‘당’의  메타퍼(metaphor)로서의 피자는 영상 속 두 주인공이 피자를 먹어감에 따라 점점 사라져갑니다. 서양 음식인 피자의 섭취는 북한 주민들에게 서구 문물이 유입되고 있음을 상징합니다. 또한 별 피자의 사라짐은 북한의 폐쇄적인 체제의 와해 과정을 은유하며, 이미 소극적 형태로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수면 위로 올립니다.

<모두를 위한 피자>는 소통을 통해 폐쇄적인 모든 것을 들추어내는데요. 이는 이 작품을 바라보는 모든 이들에게 내재되어 고착화된 북한에 대한 인식을 가시화합니다. 김황은 두려운 낯섦은 감정을 야기시키면서 폐쇄적인 곳이라는 보편적 인식, 북한을 향한 획일화된 시각에 씌워진 이데올로기 와해의 필요성을 두부피자와 놀새, 북한 주민의 해외여행과 같은 상황을 통해 우회적으로 제기합니다. 

<사랑의 불시착>은 드라마에 불구했지만 그 속에 담긴 삶의 일상은 반공에 대한 인식에 갇혀있던 기존의 세대에게는 국가보안법 위반행위로 인식되었습니다. 한국인들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늘 붉은 색안경이 끼워져 있습니다. 북한을 소재로 삼은 대부분의 영화는 그들의 비루한 삶의 모습, 인간 병기로서의 모습을 담고 있었습니다. 평화를 향한 무수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시각의 툴이 드리워져 있다면 그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인정할 수 있을까요? 아주 오래전 서구인들이 동양에 대한 환상과 자신들의 우월의식을 내새웠다면 이제는 역으로 우리가 편협한 시각에 사로잡혀 북한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시기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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