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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한 척

삼촌네 개

by 돈태

경기도 시흥에 있는 창고에 책방 이삿짐을 옮겼다. 외삼촌 창고인데 비워있어서 내가 쓰기로 했다. 할머니가 사셨던 삼촌의 시골집 앞마당에는 넓은 주차장이 있고, 집 옆쪽 언덕을 올라가야 창고가 나온다. 창고 주변은 낮은 산길에서 바라보는 시골 논, 밭 풍경이다.


창고는 외숙모가 화원 겸 카페를 했던 곳이다. 이삿짐을 편히 옮기려면 집 앞 주차장이 아니라 집 뒤쪽으로 돌아 비포장 언덕길을 오른 후 창고 근처에 차를 대는 것이 편하다. 삼촌 집과 창고 지번은 같다. 책방 짐을 실은 이삿짐 업체의 트럭이 집 앞 주차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예상했던 일이다.


차에서 내려 트럭을 향해 멈추라고 손짓을 했다. 트럭 쪽으로 다가가 따라오라고 말하며 언덕길을 향해 걸었다. 창고가 있는 언덕길 초입에 들어서는데 "월, 월"하며 우렁찬 개소리가 가까워졌다. 삼촌이 집 밖에 풀어놓고 키우는 하얀 똥개인 거 같다.


언덕 위쪽에서 모습을 드러낸 개가 우리쪽으로 달려오며 더 크게 짖는다. 당황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개를 향해 손등을 흔들며 입으로 "쯔쯔" 소리를 냈다. 창고를 향해 앞서 걸으며 연신 개를 확인했다. 개는 더 이상 가까이 다가오지 않고 계속 짖기만 했다. 그래도 신경이 쓰였다. 갑자기 달려들 수 있다는 불안한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며 걸음을 서둘렀다. 따라오는 트럭의 눈치도 보였다. 트럭에 타고 있는 이삿짐 업체 사람들은 나를 창고 주인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개와의 친분도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리고 빠르게 개를 지나쳤다.


몇 년간 삼촌이 있는 시골집에 갈 일이 없었다. 책방 짐을 맡기게 되면서 삼촌집을 자주 찾아야 할 거 같다. 똥개와 빨리 친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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