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 자산가격
8일 국내 주요 신문들은 전 세계 자산시장이 급락한 뉴스를 비중 있게 다뤘지만, 내 눈을 끈 뉴스는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했다는 사실이다. 시차로 인해 이날 새벽에 벌어진 일을 주요 신문들이 지면에 반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이날 오전 인터넷 뉴스들에서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을 깊이 있게 다룬 기사는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다만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했다는 단순 사실을 전하는 속보성 기사들이 온라인을 채웠다. 뉴스와 정보가 넘처나는 시대, 뉴스를 접하는 순서보다 뉴스를 읽어내는 안목이 중요하다.
팩트를 보면
7일(현지시간)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하루 만에 23bp(1bp=0.01%포인트) 급등하며 4.62%를 기록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본격화한 2020년 3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이날 10년물 금리는 17bp 오른 4.177%, 2년물은 11bp 오른 3.769%로 거래됐다. 모든 만기물에서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이번 국채금리 급등의 원인을 분석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레이더들이 이 같은 국채 금리 급등을 설명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보도했다.
왜 이슈인가
모든 만기물 국채금리가 일제히 급등했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사실은 금리의 급격한 태세 전환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후 미국 국채금리는 꾸준히 하향 곡선을 그렸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지난주 4%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동부시간 오후 2시 40분 무렵 3.98%로 전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대비 7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3.9%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0월 초 이후 6개월 만이다.
꾸준한 하향세를 비웃듯 미 국채금리가 단숨에 올라 버렸다. 집권 초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펼치고 있는 트럼프 정부의 목표와도 배치되기에 더욱 충격이다. 현재 트럼프 정부의 최대 과제는 이자 부담 경감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금리 하락이 필요하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2월 워싱턴 DC에서 열린 호주 대사관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자신이 미국 국채 선호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이라며 "(10년물 국채 금리는)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베센트 장관은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트럼프와 나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답했다.
어떤 분석이 가능할까
현실 진단이 우선이다. 현재 자신시장은 극심한 변동성에 시달리고 있다. 주식, 원자재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까지 변동성에 노출되는 형국이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기존의 글로벌 무역질서를 재편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의 강도다.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경기 침체 가능성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이 공식적으로 의도하는 바는 '무역 불균형 해소'다. 미국이 지난해 9184억 달러(약 1349조 원)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에서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전용기에서 이뤄진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상호관세 이후 미국 주식시장이 폭락한 데 대해 “(주가가) 내려가는 것은 원치 않는다. 하지만 때로는 무엇인가를 고치기 위해 약을 먹어야 한다”며 “나는 중국, 유럽연합(EU), 다른 국가와의 무역 적자를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개적으로는 그렇지만 속을 더 들여다보면 관세를 통해 시장금리를 끌어내리려는 의도를 추론할 수 있다. 이는 '관세부과->물가상승->시장금리 인상 압력'이라는 교과서적인 상식과 엇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 행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관계를 고려하면 설득력을 높이는 추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Fed의 정책금리 결정에 개입할 수 없다. 대신 시장금리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단은 충분하다. 어차피 정부의 이자 부담은 시장금리에서 결정난다. 2024년 미국 국가부채 규모가 35조 4600억 달러(약 5경 1680조 원)였고 연방정부 순이자 지출이 8817억 달러(약 1280조 원)로 국방비보다 많았다. 시장금리를 내리는 일이 시급하다.
논리는 이렇다. 파격적인 관세정책은 앞서 말했 듯이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과 시장 불확실성을 높인다. 관세가 부과되면 기업은 늘어난 수입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지만 투자를 줄이거나 고용 축소 등의 비용 절감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이에 시장은 장기적으로 경기 둔화 신호를 읽는다. 결국 투자자들은 경기 침체에 대비해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유동성을 튼다. 시장 불확실성 역시 위험자산보다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는 유인이 된다. 국채 가격이 오르니 국채 금리는 내려간다. 트럼프가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제롬 파월 Fed 의장에 대응해 의도적으로 경기침체 가능성과 불확실성을 높여 시장금리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바닥론과 보복론.. 결국 유동성
그렇다면 왜 갑자기 미 국채금리가 방향을 바꿔, 그것도 급격히 올랐을까. 단순히 결과에 뒤따른 해석을 붙이자면 채권도 비로소 다른 자산들과 같이 변동성에 노출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보다 의미 있는 분석은 이 같은 현상을 야기한 원인을 살펴보는 일이다. 이는 향후 시장을 내다보는 토대를 제공하기에 개인들의 투자 판단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우선은 미국 증시가 바닥을 찾는 과정에서 미국 국채가격이 급락세로 빠르게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위험자산이 바닥을 찍고 반등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신호로,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바닥론이다. 아시아 시장과 유럽 시장 그리고 이어지는 미국 시장이라는 시간 순서로 보면 기존과 같이 떨어지던 미 국채금리는 유럽시장이 열리면서 상승세를 탔고, 미국 시장이 시작되면서 상승 폭을 키웠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중장기물에 대한 매도세가 강해지면서 국채 수익률 곡선은 '베어 스티프닝' 그림을 그렸다. 베어 스티프닝은 보통 경제사이클의 확장국면에서 나타난다. 미국 시장에서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반영돼 안전자산으로 몰렸던 돈이 위험자산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미 충분히 떨어졌다는 판단 아래, 위험자산에 대한 저가매수 심리가 꿈틀대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트럼프 당선 이후 미 국채가격이 오를 대로 올랐다는 심리가 팽배해지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다소 음모론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간과할 수 없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대한 중국의 반격이다. 치킨 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미국과 중국의 관세 대립이 미 국채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는 해석으로, 중국이 의도적으로 미국 채권을 시장에 쏟아낼 수 있다는 우려감에 대한 반응이다. 중국은 약 761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외국이 들고 있는 미국 국채의 약 10%를 차지한다. 만약 중국이 관세 전쟁의 무기로 자신들이 보유한 미 국채를 대거 매도할 경우 미국 금융시장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이에 시장은 중국의 '미국 국채 매도'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매도 물량이 시장에 쏟아질 경우 미 국채 입찰에서 외국인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까지 겹칠 수 있다. 채권시장에서 이 같은 불안감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채 공급은 늘어나고 수요는 줄어들며 국채가격은 떨어지고 국채금리는 오르는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
보복론을 생각하면 최대한 안전자산으로 자신의 자산을 지켜야 할 때다. 최고의 안전자산인 미 국채마저 변동성에 노출된 만큼 이제는 현금 확보라는 선택지가 남았다. 가치 투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어느 때보다 현금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다.
반면 바닥론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 같이 "부자가 될 기회"로 불 수 있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여전히 불확실성을 키우는 시점에서 바닥론에 따르는 투자판단은 리스크가 크다. 다만 바닥론에 힘을 싣는 신호가 감지되는 것도 사실이다. 투자 시장에서 격언처럼 나오는 말이 있다. "최고의 호재는 유동성."
비지오메트릭스에 따르면 지난 3일 글로벌 M2(광의통화) 공급량은 108조 2146억 달러로 집계됐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규모다. 글로벌 M2 통화량은 현금, 요구불 예금 및 쉽게 전환 가능한 준화폐 자산을 포함한 모든 유동성 통화의 합계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