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기대, 너무나 큰 차이

다른생각 / 기대

by 돈태

상사가 무언가를 시키면서 "기대할게"라고 말한다. "희망할게"라고 말하는 상사는 잘 떠올려지지 않는다. 상사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희망할게"라는 말은 생각만 해도 어색하다. 희망과 기대는 어떤 차이를 담고 있는 단어일까? 직감적으로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 정도로 비슷하게 받아들여지는데!


조금 딱딱하게 비교하면 이렇다. 희망과 기대는 모두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과 연결된다. 다만 발생 가능성과 관련된 감정 및 태도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다. 우선 희망은 어떤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감정이다. 소망이라고 써도 비슷하게 뜻이 통한다. 기대는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강하게 믿는 마음이 담겨 있다. 강한 믿음은 추상적인 감정이라기보다 합리적 이성에 근거를 둔다. 그래서 기대는 예상하거나 예측하는 행위에 가깝다. 이런 차이로 인해 희망은 그 대상에 '나'라는 한계가 그어지고, 기대는 대상의 범위가 나를 넘어설 수 있다.


발생 가능성의 측면에서 희망은 실현될 가능성이 낮거나 불확실할 때도 자라나는 감정이다. 현실적인 근거보다는 바람과 열망에 더 가깝다. 반면 기대는 어느 정도 논리적 근거나 경험을 바탕으로 일어날 확률이 높을 때 사용되곤 한다. '공부를 열심히 했으니 시험 잘 볼 거야'라는 말은 희망보다 기대에 가깝다.


그래서 희망은 실망할 할 가능성이 낮다. 희망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대는 결과에 대한 확신과 과정에서의 적극성이 개입되면서 실망이 클 수 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이란 말은 있어도 '희망에 미치지 못한'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은 아직 못 봤다.


이번엔 다소 문학적으로 두 단어를 비교해 보면 이렇다. 희망은 '빛처럼 방향만 있으면 되는 감정'으로, 기대는 '계산된 마음'으로 나눌 수 있겠다. 그래서 희망은 실현되지 않아도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될 수 있고, 기대는 빗나가면 쉽게 상처를 남긴다. 아무는데 시간이 걸린다. 사람은 희망 때문에 버티고, 기대 때문에 흔들린다고 표현할 수 있다.


자유라는 의미로도 비교가 가능하다. 희망은 구체적인 결과보다 방향성을 떠올리는 마음에 가까워서 선택지를 열어 둔다. 기대는 '이렇게 돼야 한다'는 전제가 따라붙어 선택지를 가둔다. 그래서 희망은 불확실성을 품고도 우리를 자유롭게 할 수 있고, 기대는 불확실성을 통제하려 하면서 우리를 긴장시킨다. 글 쓰는 입장에서 희망을 '꼭 쓰고 싶은 이야기를 끝까지 써보고 싶은 마음'에 비유한다면, 기대는 '내 글이 어떤 평가를 받을까 또는 이번 공모전에서 상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마음에 갖다 붙일 수 있을 거 같다.


여기까지 써놓고 보니 희망은 긍정적이고, 기대는 뭔가 부정적인 뉘앙스가 느껴진다. 이번 글을 쓰게 된 이유이자, 진짜 쓰고 싶었던 내용은 따로 있다. 지금까지의 뉘앙스에서 한걸음 더 들어가 희망을 더욱 긍정하고 기대를 더더욱 부정적으로 대한다. 희망은 인간성 키우고, 기대는 인간을 소외시킨다는 정도로까지 나아간다. 비주류 사상가의 이단적인 세계관 또는 가치관이 반영된 비교다. 생각해보지 못한 비교인만큼 섹시하게 다가온 생각이라서 기록해 두는 차원에서 글을 썼다. 이반일리치를 좋아하는 이유다. 내게는 '자립'과 '의존'으로 읽히는 비교다.


"희망이란 적극적인 의미에서 자연의 선함을 믿는다는 뜻인 데 반해, 내가 여기서 쓰는 '기대'라는 말은 인간의 계획과 통제에서 나온 결과에 의존한다는 뜻이다." <학교 없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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