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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후삼집 2.

학생증

by 돈태

성우는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 잔들 채우고. 건배사는 내가”라고 외쳤다. 기다렸다는 듯 성우는 채워진 자기 잔을 머리 위로 올려 주위를 살폈다. 웃음기를 잠시 내려놓겠다는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웃음을 참았다.


“제가 ‘우리, 발에’라고 외치면 여러분은 ‘황축’이라고 외치면 됩니다. 그리고 다 같이 ‘황샷’이라고 소리를 지르며 원샷하는 겁니다."


만희가 끼어들었다.


"야. 근데. 너무 어렵다."


성우는 만희의 말을 무시한채 다시 건배사를 이어갔다.


"자. 해보면 쉽습니다. 내가 먼저 합니다. 자... 우리, 발에."

"황... 축..."


뜨문 뜨문 "황축"이라는 단어가 테이블마다 삐져나왔다. 성우가 한 숨을 쉬며 다시 잔을 머리 위로 올리며 소리쳤다.


"이번엔 내가 황축이라고 외치면 황샷이라고 말하며 원샷하는 거야."


건배사가 어설프게 끝나고 테이블마다 본격적인 술판이 벌어졌다. 후삼집 밖은 어느새 날이 저물고 있었다. 술집 안을 감싸는 노래도 잔잔한 음악으로 바꿨다. 귀에 익은 김광석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다. 후삼집에서 술을 마시다 보면 나올 때가 됐든데, 라는 생각을 할 때쯤 흘러나오는 노래다. 순간 인기척을 느꼈다. 학열이 자연스럽게 내 옆자리에 앉았다.


“선배님. 주장 축하드립니다. ”

“고맙다. 너희들이 있어 든든해.”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술도 자주 사주세요.”

“그래 그래.”


학열이와 잔을 부딪히는데 옆 테이블에 있던 종원이 출입문 쪽을 향해 힘껏 소리쳤다.


“오 왔다! 균봉 선배 여깁니다.”


균봉은 후삼집 안을 들어와 만희가 있는 끝 테이블로 직행했다. 눈으로 사람들을 살피면서도 어색하게 인상을 쓰고 있다. 딱 봐도 기분은 좋은데 괜히 머쓱할 때 나오는 표정이다.


“아... 씨바 열라 덥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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