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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의 리더의 계급론

"여러분이 바로 농부입니다"

by 돈태

석영이 형은 군대를 제대하고 두 학기째 복학을 하지 않았다. 형과 균봉이 군대를 가기 전 후삼집에서 술을 마셨던 '그날' 이후, 난 석영이 형을 따로 만난 적이 있었다. 그날 정장 차림으로 온 석영이 형은 며칠 뒤 내게 전화를 걸어 술자리에서 했던 말(“봐서 잘 되면 너도 한번 부를게.”)을 지켰다.


"어, 형."

"그날 술 잘 마셨어. 술값 꽤 나왔을 텐데. 고마워."

"별말씀을. 형 (군입대) 얼마 안 남았네."

"그렇지. 슬슬 준비해야지. 그런데 너 이번 주말에 뭐 해?"

"뭐. 별거 없는데. 왜?"

"아니. 전에 내가 말했던, 우리 회사 한 번 와볼래?"

"아... 내가 가도 되는 거야?"

"그럼. 한 번 와봐. 주말에 행사도 있어. 너도 좋아할 거야."

"그래? 알았어."

형이 부른 날은 주말이었고, 난 별다른 약속이 없었다.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한 건물 이름을 알려준 형은 오전 9시까지 와야 한다고 했다. 집이랑 가까운 위치라 부담이 없었다.


석영이 형이랑 약속한 주말, 형이 말한 시간보다 10분 정도 빨리 도착했다. 광명사거리 근처에 있는 오래된 빨간색 벽돌 건물 출입구 앞에 서서 위를 올라다 봤다. 이 건물 2층이 석영이 형이 일하는 곳이다. 계단을 올라 2층에 도착하니 철문에 ‘GF Business Academy’라고 쓰인 플라스틱 표지판이 붙어 있다. 무슨 뜻인지, 정확히는 이곳이 뭐 하는 곳인지 전혀 힌트를 주지 않는 이름이다. 철문 손잡이를 돌리려는데 안 쪽에서 사람들 소리가 들린다.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듯했다.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니 가벽으로 칸막이가 쳐진 공간들과 중앙에 의자들 그리고 의자에 앉을 사람들의 시선이 향하는 벽 쪽에 빔 프로젝터와 스피커 등이 세팅돼 있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니 벽에 걸린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다. 회사 대표인 듯한 중년 남자가 어딘지 모를 행사에서 꽃다발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그 중년 남자는 또 다른 사진에서 마이크를 잡고 발표를 하고 있다. 다른 쪽 벽면에는 고급 승용차 사진들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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