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기억
“그럼 석영이 형은 계속 그 일을 하고 있는 건가?”
군대를 가기 전 석영이 형을 만났던 이야기를 끝내자 성우가 물었다. 나는 “아닐껄”이라며 술잔을 들었다. 잔을 부딪히며 균봉이 “왜 진작 말하지 않았냐”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만희는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기 좀 그랬을 수 있겠네”라며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술잔을 비웠다.
“그런데 내가 군대에 있을 때 석영이 형 회사를 뉴스에 본 적이 있어. 다단계 사기 피해자들이 그 회사 건물 앞에서 시위를 하는 모습도 나오고. 아마 회사는 없어진 거 같아.”
나는 빈 잔을 만지작거리며 뉴스에서 봤던 석영이 형의 회사 이야기를 했다. 성우와 균봉 그리고 만희는 놀란 눈치였다. 뉴스를 봤을 수도 있지만 자신과 관련된 일이 아니기에 사건 자체를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나는 테이블 위에 있는 잔들에 소주를 채웠다. 괜히 말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학기 마지막 시험을 끝내고 후련하게 즐길 술자리를 무겁게 만든 거 같아 멋쩍었다. 분위기를 전환할 겸 다시 술잔을 드는데 인기척이 느껴졌다. 어느새 후삼집 사장님이 테이블에 가까이 와 있었다.
“학생. 그 회사 이름이 뭐라고 했지?”
사장님의 표정이 평소와 달리 어두워 보였다. 평소의 온화한 미소를 찾기 어려웠다. 나는 앉은자리에서 사장님을 올려다보며 “GF Business Academy에요”라고 답했다.
“혹시 거기서 GF의 뜻이 뭔지 알 수 있을까?”
나는 눈을 크게 뜨며 사장님을 다시 올려봤다. 평소 말이 없는 것은 물론 먼저 말을 건네는 경우도 흔치 않은 사장님이다. 최상위 리더라는 남성이 강연을 할 때 마지막 부분에서 회사 이름을 설명해 줬던 기억이 떠올랐다.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으며 입을 뗐다.
“그게... 글로벌이랑... 하나 더 있는데.. 그게 잘 생각이...”
“혹시 ‘자유’ 아니던가?”
“아... 맞아요. 세계 어디서든 경제적 자유를 만드는 시스템이라는 설명을 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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