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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월감

개인과 구조

by 돈태

석영이 형의 한 마디로 술자리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대학에 회의적이라는 석영이 형의 말은 등록금에 대한 경제적인 부담을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고, 대학 교육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의식을 드러낸 말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난 알아챘다. 석영이 형의 말은 자본주의에 대한 반감을 품고 있다는 것을. 군대 가기 전에 석영이 형이 일했던 회사에서 최상위 리더의 강연 내용이 떠올랐다. 기득권의 말을 잘 듣고, 자본가들에게 돈을 더 많이 벌어다 줄 충실한 노동력을 키우는 곳이 바로 현재의 대학이라고. 순간 만희가 이건 아니지,라는 뉘앙스를 풍기며 말했다.


“그래도 대학은 졸업해야지.”


만희를 바라보는 석영이 형의 이마에 주름이 깊게 졌다. 그렇다고 인상을 쓰거나 못마땅한 표정은 아니었다. 살짝 입꼬리가 올라간 것으로 봐서, 만희가 귀엽다는 얼굴에 가까웠다. 오히려 균봉이 인상을 쓰고 있었다. 쓸데없는 말 그만하자고 얼굴로 말하는 중이다. 그러면서도 균봉이 한 마디 얹혔다.


“대학 졸업장 없으면 어때. 형이 알아서 하겠지. 등록금 아까운 건 맞잖아.”


이번엔 성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성우의 진지한 얼굴도 오랜만이다. 성우의 입이 근질근질 할 텐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석영이 형이 어떤 말을 할지 궁금했다. 내 짐작이 맞을까? 만희 역시 석영이 형이 무슨 말을 할지 기다리는 눈치다. 균봉의 말이 거슬렸지만 굳이 대꾸할 필요를 못 느낀다는 듯이. 잠깐의 침묵은 역시 성우를 목 견디게 하고야 말았다. 다른 사람들이 말이 없는 틈을 성우는 놓치지 않았다.


“나는 대학은 졸업해야 한다고 봐. 하지만 형의 선택을 존중해. 다 같은 길로 갈 수 없잖아. 그런데 형은 취업 생각은 하고 있는 거야?”


비로소 석영이 형의 입을 열게 했다.


“취업이라. 어디에 취업을 해야 하지?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대학을 졸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회고... 뭐 중소기업도 마찬가지겠지. 대학에 수천만 원을 등록금으로 내고, 기업이 원하는 기술을 열심히 익힌 후 월급쟁이가 되는 길 말고 다른 길을 가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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