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할책 / 메모의 순간
'메모적 쓰기.' 이거였다. 내가 좋아하고 즐기고 있었던 글쓰기 종류가. 이 개념을 우연히 알게 됐다. 잠들기 전 책을 보려는데 몸이 피곤해 핸드폰으로 뉴스를 검색하다가, 한겨레21에 실린 칼럼을 봤는데 거기 나온 개념이다. 칼럼에서는 김지원 작가가 쓴 <메모의 순간>이라는 책을 언급하며 '메모적 쓰기'라는 것을 소개했다.
"김지원은 ‘메모의 순간’(오월의봄 펴냄, 2025년)에서 그 순간의 순전한 즐거움으로 이루어지는 글쓰기를 “메모적 쓰기”라고 부른다. 그것은 책상이 아닌 곳에서, 생업에 종사하면서, 틈틈이 길 위에서 쓰이는 글들이다. 쓰고 싶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쓰기의 즐거움’이란 “오늘날 글쓰기 자동기계가 주목하지 않는 유일한 부분”이기도 하다."
김지원이 말하는 '메모적 쓰기'는 내가 매일 하고 있는 '글감 정리'를 연상시켰다. 책이나 기사 또는 하루 일과 중 글쓰기 소재가 떠오르면 어김없이 적어 놓은 후 다시 노트북으로 옮겨서 정돈하는 루틴이다. 그렇게 정돈된 글감들은 나만의 분류에 따라 카테고리별로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그렇게 쌓인 글감들을 볼 때면 빨리 글로 풀어내야 하는데,라며 한숨을 쉬곤 했다.
언젠가, 이렇게 모아둔 글감들에 조금 살을 붙여 브런치 등에 올려 볼까,라는 생각을 했다. 브런치 등에 글을 올리려고 할 때면 뭔가 딱 떨어지는 구조를 잡고, 세심한 퇴고를 거쳐 정제되고 완성된 글만 올려야 할 거 같은 부담이 앞섰다. 매일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은 날로 커지고 글은 잘 써지지 않는 날들이 이어지자, 메모처럼 모아 둔 글감들에 이런저런 사연을 붙이면 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이런 생각은 실천으로 옮겨지지 못했다. 글을 썼다고 말하기에는 뭔가 겸연쩍었다. 개인적으로 어떤 영감 비슷한 것이 떠올라 생각나는 대로 적어둔 메모를 글쓰기 플랫폼에 올리는 게 맞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이런 메모도 글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메모적 쓰기'라는 개념을 통해 하게 됐다. 무엇보다 매일같이 하는 글감 모으는 일을 나는 사실 너무 재밌어하고 있었다. 글쓰는 건 힘들고 하기 싫을 때도 많지만 글감 메모는...뭐라해야 하나... 할까, 말까 그런 생각조차 들기 전에 몸이 먼저 움직이는 그런 것이었다.
발상의 전환을 느낀, 그 잠들기 전, 칼럼의 내용 일부분과 당시의 감정 등을 카톡에 대충 적어 놨고 다음날 문장으로 정리하며 노트북에 옮겼다. 카테고리는 구할책이란 곳으로 정했다. 책방을 하면서 읽어보고 입고 여부를 결정할 책 목록과 그렇게 생각한 이유와 사연 등을 모아둔 카테고리다. 그리고 바로 도서관 사이트에서 책을 검색한 후 대출이 가능한 도서관에 예약을 걸었다. 기대된다. 이런 글도 글이 될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자각하고, 깊게 공감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