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은씨는 왜?
2018년 4월 11일, <한겨레> 6면에서 한참 동안 눈을 못 뗐습니다. 교복을 입은 어린 여성이 누군가에게 끌려 나가는 듯 보입니다. 사진에 문장 전체가 담기지 않았지만 여성은 '18세에게도 투표권을 주ㅅ...'라는 글씨가 적힌 플래카드를 힘겹게 펼치고 있습니다. 뭔가를 외치는 듯한 입 모양과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눈매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성의 배경으로 눈이 갔습니다. 몇 년 전, 국회를 출입했던 정치부 기자로서 낯익은 얼굴들이 보입니다. 왼쪽부터 황영철 자유한국당 의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황 의원과 김 전 지사는 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담담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미소를 짓고 있는 홍 전 대표는 황 의원과 김 전 지사를 바라보고 있는 듯합니다. 어린 여성이 들고 있는 플래카드 뒤쪽으로 판사 출신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의 얼굴도 살짝 드러납니다.
그리고…
다른 한 장의 사진이 떠올랐습니다. 먼 과거, 다른 나라 사진입니다. 서프러제트. 20세기 초 영국에서 참정권 운동을 벌인 여성들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이들은 초기 평화적 캠페인을 펼치다 1908년부터 '말이 아닌 행동'을 구호로 내걸었습니다.
이후 급진적 투쟁으로 운동 형식이 전환됐고, 결국 10년 뒤 '30세 이상으로 일정 재산을 가진 여성'에 대한 제한적 투표권을 쟁취합니다. 다시 10년 뒤, 남성과 동등하게 21세 이상 모든 여성이 참정권을 갖게 됩니다.
100년이 넘는 시간을 건너뛴 두 장의 사진 속 성을 보면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절박함. 100여 년 전 여성들의 참정권이 보장되지 않았던 영국에서, 만 19세가 되기 전까지 투표를 할 수 없는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정치적 부당함’에 맞서는 절박함이었습니다.
그리고…
2018년 4월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기습 시위를 펼쳤던 여성의 절박함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경은씨를 직접 만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