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돈태 Aug 11. 2018

1. 기습 시위

경은씨는 왜?

 

 


 2018년 4월 11일, <한겨레> 6면에서 한참 동안 눈을 못 뗐습니다. 교복을 입은 어린 여성이 누군가에게 끌려 나가는 듯 보입니다. 사진에 문장 전체가 담기지 않았지만 여성은 '18세에게도 투표권을 주ㅅ...'라는 글씨가 적힌 플래카드를 힘겹게 펼치고 있습니다. 뭔가를 외치는 듯한 입 모양과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눈매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성의 배경으로 눈이 갔습니다. 몇 년 전, 국회를 출입했던 정치부 기자로서 낯익은 얼굴들이 보입니다. 왼쪽부터 황영철 자유한국당 의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황 의원과 김 전 지사는 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담담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미소를 짓고 있는 홍 전 대표는 황 의원과 김 전 지사를 바라보고 있는 듯합니다. 어린 여성이 들고 있는 플래카드 뒤쪽으로 판사 출신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의 얼굴도 살짝 드러납니다.      


 그리고…


1914년 시위 도중 경찰에 연행되는 에멀린 팽크허스트 (출처 위키피디아)

 다른 한 장의 사진이 떠올랐습니다. 먼 과거, 다른 나라 사진입니다. 서프러제트. 20세기 초 영국에서 참정권 운동을 벌인 여성들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이들은 초기 평화적 캠페인을 펼치다 1908년부터 '말이 아닌 행동'을 구호로 내걸었습니다.      


 이후 급진적 투쟁으로 운동 형식이 전환됐고, 결국 10년 뒤 '30세 이상으로 일정 재산을 가진 여성'에 대한 제한적 투표권을 쟁취합니다. 다시 10년 뒤, 남성과 동등하게 21세 이상 모든 여성이 참정권을 갖게 됩니다.      


 100년이 넘는 시간을 건너뛴 두 장의 사진 속 성을 보면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절박함.  100여 년 전 여성들의 참정권이 보장되지 않았던 영국에서, 만 19세가 되기 전까지 투표를 할 수 없는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정치적 부당함’에 맞서는 절박함이었습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그리고…     

 

 2018년 4월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기습 시위를 펼쳤던 여성의 절박함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경은씨를 직접 만난 이유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날이 좋으니 노래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