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민심?

카페에서

by 돈태

"쌍놈의 새끼가 버티고 있어. 으이고"

"으이고."

"쌍놈의 새끼가 국민을 방패막이 삼아서 버티고 있어."

"으이고."


카페 옆자리에 앉은 부자(父子)가 자리를 일어나며 짧게 나눈 대화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게 지금 민심인가 보다. 아버지와 아들은 카페 근처에 있는 대학병원에 다녀온 길인 것 같다. 아버지한테 계속 담배를 끊으라는 아들과 알았다는 아버지. 아들은 다른 병원도 가봐서 검사를 해보자고 하고, 아버지는 괜찮을 거라면서도 오늘 진료 결과를 아들에게 묻는다. 주문한 라떼가 나오자 아버지는 왜 우유가 없냐고 말하자 아들은 라떼가 우유라고 말했다. 부자는 건강 얘기를 한참 하다가 바람을 쐬러 가자며 자리를 일어났다.


빈 잔을 갖다 주려고 아들이 쟁반을 들면서 혼잣말 비슷하게 욕을 내뱉었다. 누가 봐도 직무정지를 당한 대통령을 향한 말이다. 아버지는 동의한다는 듯한 후렴구로 아들의 혼잣말을 받아줬다. 본의 아니게 바로 옆자리에 앉아 부자의 대화를 안 듣는 척 귀를 기울였다.


윤석열 측 “체포영장 집행 오늘 이뤄지지 못할 것”

[속보] 공수처, 대통령 관저 진입…윤석열 체포영장 집행 시작


최근 며칠 기사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부자가 카페를 떠난 후 기사를 검색해 봤다. 검색어는 당연히 윤석열. 바로 뜨는 기사들의 제목에서 방금 떠난 아들의 심정이 짐작 갔다. 아들이 정치 고관여층이거나 야당 관계자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버지 건강 문제로 병원을 다녀온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아들의 입에서 나온 쌍욕이 지금의 민심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비슷한 느낌을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받은 적이 있다. 술집에서 주변에 앉은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가 잘 들렸다. 다들 한 가지 주제에 꽂혔을 때다. 코로나19로 폭락했다가 유동성 공급과 함께 급등하고 있던 주식 이야기다. 그때는 다른 무엇보다 자산시장에 대한 관심이 압도적이었다. 나랑 관계없는 사적인 말이 아니라 나 역시 알아들을 수 있는 특정 뉴스를 주변에서 비슷한 시각으로 말을 한다면 그것이 민심일 가능성이 높다. 언론사들이 자체적으로 중요하다며 1면에 내세우는 기사들보다.




#최근 며칠 기사를 못 본것과 마찬가지 이유로 어제 올려야 할 연재를 쓰지 못했다. 지각 마감이라도 하려고 억지로 시간을 만들어 노트북을 켰는데 뜻밖에 글감을 만나 후딱 먼저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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