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비판하며 '건배'

배너광고

by 돈태

온라인 기사를 읽다가 혀를 찼다. 예전에는 온라인 기사의 스크롤을 내리며 눈살을 찌푸리거나, 한 숨을 쉰 적이 있다. 이번에는 유감스러운 감정이었다. 과거 온라인 기사를 읽으며 튀어나오는 배너광고의 선정성에 불쾌하거나 배너광고로 도배된 기사를 보면서 느낀 짜증과는 조금 다른 감정이다.




지난해 9월 숨진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에 대한 경향신문 온라인 기사를 클릭했다. 이번 사안과 연결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권 사각지대를 지적하는 시각도 연구자료 등을 통해 담았다. 단순한 사실 전달을 넘어 짧게라도 사회적인 문제를 짚었다. 진보성향의 경향신문은 해당 온라인 기사를 지면에도 실었다. 언론사 자체적으로 이번 사안에 중요도를 높게 판단한 것이다.


스크롤을 내리다가 사진 한 장이 눈에 거슬렸다. 술집을 연상시키는 어두운 배경을 뒤로하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환호하듯 맥주잔과 맥주병을 부딪히고 있다. 특정 맥주의 상표와 함께 '모두의 마음을 Fresh 하게'라는 문가가 박혀있다. 기사에서 '숨진 지 4개월 뒤인 지난달에야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는 유서를 남긴 사실이 알려졌다'라는 문장 바로 아래 배치된 배너광고다.


오요안나 경향기사.jpg 경향신문 온라인 기사


배너광고 다음에 나오는 기사 문장인 '프리랜서 노동자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응하기 어렵다'를 읽다가 더 이상 기사를 읽을 마음이 사라졌다. 프리랜서 방송인의 열악한 근로환경, 직장 내 괴롭힘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보여줄 수 있는 팩트들을 취재해 이번 사안과 연결시킨 기자의 노력이 무색진 셈이다.


과거 기자 시절, 회사 내 기자들의 자체 기구에서 온라인 기사에 달리는 배너광고에 대한 문제제기를 회사에 했던 기억이 났다. 온라인 기사를 클릭하고 들어가면 페이지를 도배하다시피 한 배너광고 때문에 회사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 지저분한 온라인 기사 페이지로 인해 장기적으로 독자를 잃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전달했다. 내가 쓴 기사를 온라인에서 볼 때 지뢰 피하기 게임을 하듯 짜증이 컸다.


무엇보다 온라인 기사에 따라붙는 배너광고의 이미지와 문구가 불편했다. 성적인 표현은 물론 특정 행위를 연상케 하는 사진에 얼굴을 붉히는 경우가 많았다. 저급한 내용의 배너광고가 유독 많아서 기사까지 저질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클릭수가 나날이 떨어지는 배너광고이다 보니 이미지와 문구가 자극적으로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다. 저널리즘보다 수익을 추구하는 언론사의 방치도 한 몫했다.


오전에 네이버 신문보기로 해당 온라인 기사를 봤다. 지면으로도 나간 온라인 기사인 것이다. 오후에 글을 쓰면서 다시 해당 온라인 기사에 들어갔다. 혀를 차게 만든 배너광고가 사라졌다. 광고 계약 때문인지, 언론사의 내부 문제의식이 작동한 건지. 씁쓸하지만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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