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넘게 고마웠어

떠나보내는 일

by 돈태

일단불온 공지(도서 반환 접수)


2025년 1월 7일, 책방에 책을 보내준 독립출판 작가들에게 단체메일을 보냈다. 단체메일의 요지는 책방을 정리하는 중이고, 입고한 책을 반환받기 원하는 작가는 답메일을 주라는 내용이다. 다만 책방을 그만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옮길 계획을 갖고 있기에 반환요청을 하지 않은 작가의 책은 다음 책방에 그대로 놓겠다고 했다. 단체메일을 보낸 다음날부터 답메일들이 도착했다. 반환을 요청하는 메일과 함께 다음 책방에서도 함께 하겠다는 메일도 왔다. 책방을 응원하는 내용을 담은 메일은 감동이었다.


'예상보다 적은 반환요청'


반환은 2월부터 시작한다고 공지했다. 한 달 정도 답메일을 취합해서 일괄적으로 우편을 발송할 계획이었다. 2월 초 답메일을 최종 정리했다. 반환요청 메일은 생각보다 적었다. 단체메일을 받은 작가 리스트를 고려하면 답메일 자체가 많지 않았다. 무응답 작가들이 대부분이다. 반환요청 메일이기에 반환을 원하는 작가들은 답메일 자체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단체메일을 확인하지 못한 작가도 있었을 테다. 아무튼 답메일을 통해 반환요청을 하지 않은 작가의 책은 다음 책방에 잔류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반환할 책 규모가 예상했던 물량보다 한참 적었기에 발송 계획을 변경했다.


"오늘 우체국에서 책을 보냈습니다. 우편함 등을 확인 바랍니다."


당초 책방으로 택배기사를 불러 책을 보내는 방법을 고민했지만 직접해도 될 거 같았다. 책 사이즈랑 재고가 제각각이어서 다양한 크기의 박스가 필요했다. 우체국에서 박스를 종류별로 판매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반환할 책을 백팩과 에코백에 나눠 넣고 가장 가까운 우체국으로 향했다. 우체국 한쪽 벽에 내용물과 박스 크기를 비교할 수 있는 그림판 비슷한 것이 있었다. 크기에 맞게 서류봉투와 박스를 구매한 후 각 주소를 기입하고 우편물 접수를 끝냈다. 책방에 돌아와서 반환요청을 한 작가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20250203_독립출판 반환.jpg


책을 보내고 나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책방 인스타에 우체국에서 찍은 박스 사진을 올렸다. 책방이 2019년 3월부터 문을 열었으니, 돌려보낸 책들 가운데 5년 넘게 책방을 지킨 책도 있다. 내 새끼,라고 말하는 것은 오버고 정든 이와 헤어지는 느낌 정도는 되겠다. 잠시 감상에 젖은 듯하다가 여전히 책방을 지키고 있는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 있는 책들은 작가들에게 돌려보내는 일이 없기를!


책방 계약만료일은 3월 10일이다. 계약 기간이 한 달 정도 남았다. 독립출판물을 반환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책방 정리 작업에 돌입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날은 책방 공간에서 다른 장사를 하려는 사람이 중개인과 왔다갔다. 그 사람은 바버샵을 열 계획이라고 했다. 7~8평 규모의 책방이 생각했던 가게 크기와 맞는 모양새다. 정사각형으로 된 내부 공간 역시 마음에 들어 하는 분위기다. 꼼꼼히 책방을 둘러보며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 그 사람에게 주관을 섞지 않고 팩트에 한해 최대한 자세히 답을 해줬다. 다만 물어보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는 말을 보태지 않았다. 어차피 디테일은 스스로 겪어봐야 할 일이다.


다음 수순은 책과 물품을 당분간 보관할 장소를 찾는 일이다. 다행히 친척이 외부 창고를 갖고 있어, 조만간 거기를 보러 갈 참이다. 창고 공간이 적당하고 사용이 가능하면 이사 업체를 알아봐야 한다. 창고를 쓸 수 없으면 복잡해진다. 폐업신고도 해야 한다. 당장 책방을 이전하는 것이 아니니 폐업신고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별도의 보관 장소에 맡길 책과 집으로 갖고 갈 책을 나누는 일이다. 책방 이전이 늦어질 수 있다. 무료로 나눠줄 책도 고를 예정이다. 시험 삼아 며칠 전, 중고 아동도서 몇 권을 박스에 넣어 책방 앞에 내놓고 '필요한 한 분 그냥 가져가세요!'라고 적어놨는데 몇 시간 만에 박스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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