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에 관한 나의 긴긴 오해

긴긴 연휴 동안 읽은 책소감1

by 오늘의 혼자

최근에는 정말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다. 마음이 누에고치가 되어버렸는지, 꾸물꾸물 거리며 누워만 있었다. 이렇게 된 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지금에 와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고, 사실 생각도 잘 안 난다. 그냥 누워 있는 동안 뭘 읽었는지 돌이켜 보려 한다. 이름하야 내가 연휴 동안 누워서 본 책.


1. 한마디 먼저 건넸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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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력 제로인 나를 위해 구매한 책. 정말 솔직한 평으로는 머릿말과 역자 후기가 좋았다. (그럼 본문은...????) 이 두 섹션에 중요한 말이 다 들어가 있다. 바로 잡담력을 키워야 할 게 아니라 상대를 향한 마음을 키워야 한다는 것. 상대와 좋은 대화를 나누는 비법은 연결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본문 내용은 생각보다 기술적(?)이지만, 저자가 이 기술을 터득하기까지의 과정은 인간적이어서 좋았다. 역자님을 찾아 책을 쓴다면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


2. 그렇게 가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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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이 책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먼저, 왜 이 책을 읽게 되었는지부터 이야기하자.


내가 가장 어려워하는 주제가 세 개 있다. 바로바로... 정치, 경제, 사회. 누군가는 분명 이 무책임한 시민을 보고 혀를 찰 테지만, 이 세 가지 중 하나의 이야기로 진입하는 순간 내 머릿속은 암전 상태가 된다. 사회학으로 분류된 까닭에 알라딘 장바구니에 처박혀 있던 <그렇게 가족이 된다>를, 어느 날 하릴 없이 누워 있던 내가 이북 결제를 했다. (결국 왜 읽었는지 모른다는 얘기) 평소의 나는 이날의 나를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게 가족이 된다>는 입양과 가족, 그리고 입양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재미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미있었다. (여기서 '재미'는 책을 계속 읽어나가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는 의미임을 덧붙인다.) 좋은 책은 생각하게 만든다. 좋은 책은 느끼게 만든다.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내가 가져보지 않은 감정을 느끼게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재미있고, 정말 좋은 책이다. (사회 장르를 주로 다루는 동료 편집자에게 책을 소개하며 제발 이 작가님의 다음 책을 내달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나는 입양에 대한 생각도, 의견도, 감정도 없어야 했다. 내 머릿속의 나는 꽤 편견 없는 사람이었고, 멀고 먼 이야기인 입양에 대해서는 더더욱이 그랬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입양과 가족, 그리고 입양가족에 대한 나의 암묵적이고 뒤틀린 편견들을 끝없이 마주해야 했다. 나의 일그러진 시선은 책장 위 먼지처럼 고요하게 그리고 두텁게 쌓여 있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레이어를 더해 간 이 캐캐묵은 편견들을 닦아내느라 나는 거의 대청소를 해야 할 지경이었다.


정말 좋았던 부분이 많았지만, 다 소개할 능력도 자신도 없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딱 한 부분만 적어 보려 한다.


입양을 하는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과 다른, 대단하고 선하고 좋은 사람들일까? 많은 예비 입양부모들이 입양 전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진다고 한다. '아이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내 욕심으로 입양을 진행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자녀에게 동생을 만들어 주고 싶어 다른 아이를 입양한다면 비윤리적인걸까?', '더 좋은 부모에게 갈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은 아닐까?' 봉사활동에 관해서도 비슷한 맥락의 질문들이 따른다.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위해 봉사를 하는 건 아닐까?', '내가 하는 봉사가 정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까?' 사회적으로 대단하고 선하고 좋은 일이라고 여겨지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항상 이러한 자기 검열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 듯하다.


저자는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입양에 관한 이기심 자체 또한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한다. 입양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고 자식을 키우고 싶은 이기심에 바탕을 두는 것이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입양, 그 이후다. 아이를 원했음을 인정하고 부모와 자식간에 깊은 대화를 통해 서로의 진심을 공유한다면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지금의 관계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입양은 "자선도 신앙의 실천도 아닌, 적당히 이기적인 보통 사람들의 선택"이니까.


만약 어떤 이가 "저, 아이를 입양했어요."라고 한다면 나는 뭐라고 답할까? 적절한 대답을 찾아 산기슭을 헤매이는 나의 두뇌를 본 일이 있는가... 작동 오류가 난 머리가 김을 폴폴 날리고, 간신히 꺼낸 "아, 정말요?" 이후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방긋 웃고만 있을 내 모습이 생생하다. 책을 읽고 난 뒤에도 100점짜리 대답이 뭔지 알 수 없었지만, 이제는 우리 주위의 보통 사람들이 (버려진 것이 아닌 하나의 생명으로서의) 보통 아이를 입양하고, 그 소중한 결정에 내가 건네야 하는 것은 '축하'임을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어느 가정의 대를 잇기 위해 장남으로 입양된 나의 아버지. 아버지가 견뎌야 했을 그 수많은 모멸의 시선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참 아팠다. 내 가족부터 남의 가족까지, 이 세상 온 가족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밤이다.


이 책의 알라딘 평에는 이런 말이 있다. "내 안의 많은 편견이 도려내진 기분이고 그만큼 세상을 넓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이분만큼 자신있게 말할 순 없지만, 마음 한 구석이 시원해진 것은 사실이다. '아, 나 이래서 책 읽었지.' 이 책을 필두로 읽어내려간 책들이 다섯 권쯤 더 남았다. 가을맞이 머릿속 대청소는 이제야 막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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