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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선생 Oct 19. 2021

남몰래합천살아보기 12일차,

합천읍 오일장 – 왕후시장

 합천을 돌아다니다보니 몸이 피곤해서 그런지 마음이 편안해서 그런지 불면증이 사라졌다. 일찍 자니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게 된다. 아침 6시도 안됐을 때 창문을 열고 밖을 보다 아주 부지런한 사람들을 보게 됐다. 작업복 입고 모자 쓰고 장화 신고 마스크 하고 수건까지 목에 두른 사람도 있다. 일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일찍부터 일터로 나가는 사람들, 치열한 삶을 생각했다. 요즘 합천 시골에서는 밤 따는 철이 지나고 양파 캐기가 한창이라는데 은근히, 현장을 따라가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오늘 꼭 해보고 싶은 일정이 있다. 바로 시골 오일장 보기다.

 3, 8일이 합천읍 오일장이고 오늘은 18일이라 장이 서는 날이다. 서둘러 짐을 챙겨 숙소를 나와 느긋한 마음으로 장에 갔다. 평일에는 사람들이 없고 상가 문이 대부분 닫혀 삭막하기까지 했던 장터가 오늘은 탈바꿈을 했다. 장터 안은 물론 밖 골목까지 갖가지 물건이 놓여 팔려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상인과 손님들로 복잡했다.  

 먼저 배가 고파 밥을 먹고 싶었다.

 “여기 추어탕집 있어요?”

어제부터 미꾸라지에 꽂혀 ‘추어탕을 먹어봐야’겠다 생각했다.

 “시장 지나서 좌측 첫 번째 골목으로 가보세요.”

젊은 여자가 대답을 해줬다. 그 쪽으로 가는데 한 아저씨가 쫒아오더니 말을 걸었다.

 “아 참 잘못 가르쳐 주그먼. 그리 가문 안디어. 시장 안으로 들어가야되는디”

 누구 말이 맞는지, 그 아저씨는 남의 말을 듣고 시정을 해주니 고마웠다.

 “감사합니다. 아저씨는 어디 사세요?”

 “그냥 시골 사요”

 참 퉁명스럽다. 합천 여행하면서 이 경상도 말투 때문에 서운하고 꼭 뭐를 잘못해서 혼나는 기분을 여러 번 느꼈다. 특히 아저씨들에게서, 그 후 말을 잘 안 걸었다.

 시정해 준 곳으로 가서 추어탕 집을 찾았는데 내게 팔 음식이 없다고 문전박대를 했다. 할매 말이 허리가 아파 많이 안 만들었고 그 한 솥마저도 다 예약이 됐단다. 에휴, 밥 먹기 어렵구나. 할 수 없이 합천여행 와서 10여 일 동안 세 번째 국밥을 먹으러 중앙식육식당에 들어갔다. 합천이 국밥으로 유명하다니까, 스스로 위로를 하면서......,

 부른 배를 안고 장을 어슬렁거렸다. 의외로 밤이 안 보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따는 철이 지났고 또 수매를 해서 장에는 내가 상상한 것만큼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꼬부랑 할머니들이 무릎 앞에 펼쳐놓고 파는 가지, 호박잎, 고추, 부추, 호박 등을 한아름 샀다. 구미에서 왔다는 오리알도 사고 밀양에서 유명하다는 국수 구경도 했다. ‘깎아 달라, 남는 게 없다.’ 줄다리기 하는 흥정도 재미있고 맛보고 사라는, 거절할 수 없는 유혹도 있다. 장터국수, 장터국밥, 전(부침개)집 등에서 흘러나오는 냄새도 한 몫 하는 왕후시장을 나왔다.

 이름이 권위가 있는 왕후시장에서 ‘왕후’는 고려 태조왕건의 다섯 번째 부인과 관련이 있다.  신성왕후의 고향인 합천 옥산동에 시장이 위치해 붙여진 이름이란다.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지만 고려시대 왕후의 고향이 수세기를 지나 앞으로도 계속 ‘왕후’란 이름을 이어갈 것 같다.

 오후에는 또 ‘급커브구간입니다.’를 연속적으로 들으며 황매산으로 왔다. 내비게이션도 제대로 작동을 안 해 어디쯤 가다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도 했다. 그래도 전화로 예약해 놓은 펜션에 도착을 했다. 길 안내 해주는 차도 있고 말도 통하고 몇 시간 운전하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여행은 ‘누워서 죽 먹기다.’ 배낭 메고 페루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던 2년 전까지 페루에서의 생활이 떠올라 모든 것이 고맙다.


합천읍 오일장 풍경 중, 할머니께 호박잎을 샀다.


또 국밥. 이번에는 중앙식육식당 국밥이다. '한 그릇 잡사봐'


펜션 앞 풍경. 멀리 합천 본댐이 보입니다.


해가 지고 있습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물 빠진 풀장과 고마운 내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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