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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선생 Oct 18. 2021

남몰래합천살아보기 11일차, 오후

함벽루와 황강 산책길

 볼 것이 자꾸 나타나서 합천을 떠날 수가 없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그냥, ‘나 홀로 시골에 가서 며칠 쉬다 와야지’ 했는데 합천이 화수분처럼 자꾸 가보고 싶은 곳이 나타난다. 오후에는 읍내를, 차를 끌고 슬슬 돌아다니다가 잠시 차를 정차해 놓고 걸어도 다녀봤다. 조용한 읍 분위기에 마음이 편해지고 재미도 있다. 

 어느 골목에서는 집 앞에 ‘칼 가는 아저씨’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고 옷가게는 ‘**패션’이 아니라 ‘**피복상점’이다. 슬며시 웃음이 나왔지만 꾸밈없고 정겹다. 시내에 작은 서점이 두어 개 보여 무척 반가웠다. 판매대에 학생들을 위한 학습지가 주류를 이루는 서점이지만 희망의 아이콘이다. 몇 개의 공립, 사립 중, 고등학교가 있는데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담한 북카페가 있어 들어가 봤더니 시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책이 많다. 복잡하지 않은 시골에서 이런 공간을 마련해 글 쓰고 책 읽고 커피를 내리고......, 참 좋아 보인다.

 읍사무소 입구에 ‘행복한 군민 희망찬 합천’ 구호 뒤에 있는 나무는 예술품 같았다. 합천은 행정, 교육, 문화 등이 조화를 이루면서 말 그대로 행복한 합천군인 것 같다.  


합천읍사무소 입구


 여행 안내지도에 나와 있는, 읍내에서 가까운 함벽루를 찾아갔다. 입구에 활터가 보이고 죽죽정이란 커다란 바위에 새긴 글이 있다. 알고 보니 합천군궁도협회 양궁장이다. 죽죽은 용감했던, 신라화랑 중 한 사람이었다. 노인 몇 사람이 활을 쏘고 있다. 난생처음 합천에 와서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재미있는 이야기, 다양한 모습들을 보는 여행의 맛에 푹 빠졌다.

 죽죽정에서 몇 걸음 더 가서 황강가 절벽에 세워져 있는 함벽루! 누각 추녀에서 떨어지는 물이 바로 황강에 낙하한다니 참 멋의 극치다. 1321년 고려 충숙왕대에 창건하였고 많은 시인과 묵객(먹으로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풍류를 즐긴 장소란다. 누각 내부에 이황, 남명 조식, 우암 송시열 등의 글이 현판으로 걸려있고 또 누각 뒤 암벽에도 여러 개의 글들이 새겨져 있다. 모두 한자라서 해석은 안됐지만 분위기는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조선시대 양반 남자들은 선택받은 삶을 산 것 같다. 

 넓은 황강이 사시사철 유유히 흐르고 건너편에는 모래밭이 펼쳐져 있는 절경을 앞에 두고 있는 함벽루! 그 아래 황강을 따라 데코가 만들어져서 사람들이 산책을 했다. 나도 그 길을 따라 걸었다. 우측으로 계속 걸어가니 대야성역사테마광장이 나왔다. 합천읍에 산다면 읍을 둘러싸고 있다는 황강마실길 4구간을 자주 걸을 것 같다. 합천호, 황강 물도 많고 가야산, 오도산, 황매산 등 산도 많은 합천이다. 거기다 정양늪 습지도 있다. 


함벽루 천장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황강


함벽루 아래 황강마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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