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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선생 Oct 18. 2021

남몰래합천살아보기 11일차, 오전

신소양체육공원 핑크뮬리와 노랑코스모스

 단풍이나 꽃구경은 때를 잘 맞춰야 한다. 지금 합천은 단풍이 이른 대신 핑크뮬리가 한창이다. 전국적으로 핑크뮬리 명소로 유명하다는 신소양체육공원은 합천읍에서 1.4km, 차로 2~3분 걸린다. 황강나루수변에 자리 잡고 있는데 구경하러 온 사람들의 차로 주차장이 꽉 찼다. 입장료나 주차료는 없다. 주차장 옆에 있는 야구장에서는 청소년팀 야구연습이 한창이고 입구 좌측에는 억새가 만발해 바람에 은빛물결로 일렁였다.

갈대? 억새? 으악새?


 “와우!”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올 만큼 온통 진분홍빛으로 빛나는 핑크뮬리동산. 천천히 걸어가면서 분홍색에 빠져들었다. 핑크뮬리(Pink Muhly)는 여러 해 살이 식물이다. 미국이 본산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생태계위해성 2급 외래종이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정부에서 잘 관찰하고 있다니 다행이다.

 나선형으로 올라가는 나지막한 핑크동산 아래 펼쳐진 분홍빛이 햇빛을 받아 더욱 아름답다. 꽃밭에 들어가지 말라는 팻말이 있고 단속하는 사람이 있어도 눈치껏 여기 저기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여행하다 보면 사진 찍느라 제대로 감상을 못하거나 나중에 비슷한 사진이 너무 많아서 골라내기도 어려울 때가 있다. 그래도 자꾸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게 된다.



 핑크뮬리 군락지 끝에서 개천을 건너 노랑코스모스 단지가 있다. 그곳은 온통 진노랑세상이다. 그 빛깔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안 갈 수가 없다. 징검다리를 건너가는데 물이 맑아 바닥이 보였다. 아주 작은 새끼 물고기들이 물살을 거슬러 한 방향으로 올라가려 애를 썼다. 그 모습이 신기했다. 연어새끼들인가? ‘거꾸로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노래가 마음속에 떠올랐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가 웃음을 자아냈다.

 “야 이 미꾸라지 새끼들 봐라”

 “미꾸라지 아니고 붕어새끼들 아닌가?”

 연어, 미꾸라지, 붕어 등등 그러나 어떤 고기인들 어떠리. 맑은 황강에서 살아가는 고기들이 대견하고 귀엽다.

하천에 고기새끼들

 

스프링클러까지 설치해 놓고 꽃을 가꾸는 정성이 대단하다. 노랑코스모스 단지 안으로 좁은 길을 조성해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꽃을 감상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했다. 이 꽃은 멕시코가 원산지다. 한두 해살이로 재배하기도 쉽고 황금코스모스로 불리기도 한다. 조금은 지고 있는 상태지만 들판 전체에 피어있으니 아주 아름답다.

노랑코스모스


 나 혼자 어슬렁어슬렁, 이리 저리 마음 내키는 대로 걸어 다니며 꽃 감상 삼매경에 빠졌다.

 한참 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시내로 돌아가려고 주차장에 왔다. 그런데 처음에는 꽃에 정신이 팔려 안 들어왔던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징검다리’를 ‘징금다리’로 적어놓은 것을 보고 혼자 웃음이 터졌다. 옆에 있던 주차정리해 주는 아저씨와 함께 웃었다. 경상도 발음에서 ‘검’이 안 돼 ‘금’이라고 발음하니 그대로 적은 걸까? 그것도 참 좋다.


 점심은 순할매손칼국수집에 갔는데 합천맛집이다. 대를 이어 식당을 운영하는 곳으로 음식맛이 깊었다. 배가 고파 만두, 엄나무닭칼국수를 주문해 배부르게 먹고   먹은 만두는 포장을 해가지고 나왔다. 다음 달에 식당 장소를 이전한다고 하는데 계속해서 성업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식당 주방에서 손칼국수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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