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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선생 Oct 18. 2021

남몰래합천살아보기 10일차,

정양늪 생태공원 탐방, 좋은 합천사람

 흙벽돌로 동그랗게 만든 방은 천장과 창이 아름답고 아늑하다. 자연친화적인 방이지만 침대에 익숙한 몸은 맨바닥이 그리 편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나무천장과 황토구들방에서 잤다는 생각에 건강해진 느낌은 든다. 여명이 창호지를 서서히 밝혀주는 바람에 다른 날보다 좀 일찍 일어났다. 가을비가 또 내린다. 여행 할 때 날씨는 기분을 50%이상 좌우하는 것 같다. 오늘은 합천읍으로 가야겠다.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카페에서 느긋하게 커피 한 잔하고 이런 저런 사람들의 모습도 보고 싶다. 서둘러 황토집을 나와 차를 몰았다. 


황토집


황토방 천장 


황토방 창호지 바른 창문


 “급커브입니다. 안전운전하세요”

계속해서 내비게이션에서 주의를 줬다. 굽이굽이 굽이진 길을 달려 30여 분만에 합천읍에 도착했다. 우리 인생도 이렇게 굽은 길을 도는 사람, 고속도로를 달리는 사람 등 다양할 것 같다. 어떤 길을 가든 안전하게 그리고 신나게 가는 게 중요하다.

 합천군은 1읍 16개 면이 있으며 군인구는 약 43,000명이 조금 넘는다는데 그 중 11,000명 정도가 읍인구란다. 읍에서 황강 위에 놓인 대교를 지나 가깝게 정양늪 생태공원이 있다. 합천에는 해인사에만 옛날에 한 번 와봤을 뿐 읍에는 처음 와 보는데 볼 것이 많다.

 차를 주차해 놓고 생태학습관에 들어가니 근무 중인 김**라는 남자 분이 아주 친절하게 설명을 잘해줬다. 늪에 대한 해설 영상을 보고 미디어아트로 물속에 들어간 듯한 체험을 했다. 1, 2층에 전시된 많은 자료들을 보고 3층 전망대에서는 망원경으로 늪 멀리까지 봤다. 학생들이 와서 체험하고 공부하고 늪을 직접 보면 무척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좋은 곳에 사람들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 나 혼자 느긋하게 늪 주위에 조성해 놓은 ‘생명길’이라 이름 붙은 탐방로를 걸었다. 약 500m정도 목재데코를 걸으면서 습지에 있는 여러 가지 수생식물, 조류, 어류들을 구경했다. 가시연은 두세 사람이 앉아도 될 만큼 넓다. 늪 주변에 군락을 이룬 갈대가 흔들리기도 하고 고추잠자리도 날고 붕어, 메기, 피라미 등의 고기들 움직임이 수면에 물결을 만들기도 한다. 수종들을 보호하기 위해 낚시를 금지하며 몇 대의 CCTV가 늪 주위에 설치돼 있다. 

 습지는 다양한 생물들의 보금자리뿐만 아니라 홍수를 막아주고 지구온난화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등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다. 좀 더 건강하게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데코가 끝나고 징검다리를 건너고 장군주먹바위도 보고 옆에 적어놓은 전설도 읽어보느라 혼자라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다시 흙길이 이어지고 둑방길로 잘못 가다가 다시 습지 가까운 길로 내려오는 등 그 짧은 길에서도 시행착오를 거쳤다.

 반쯤 돌았을 때 메타세콰이어가 양옆으로 줄지어 있는 길이 나왔다. 큰기러기, 큰고니, 말똥가리 등 45종의 조류가 이 늪에 있다는데 가끔 수면에 점선을 긋듯 물을 가르며 날아오르는 새들의 모습이 신기했다. 한 마리가 날면 연이어 따라서 날아오르는 무리는 친구들일까? 가족일까? 낚시를 금지하니 메기, 붕어가 자라고 자라서 등치가 클 것 같다. 그러다 노쇠해서 자연사하는 것인가? 1만 년 전부터 생겨났다는 습지는, 내게 여러 가지로 궁금증을 갖게 한다. 

 사진도 찍으면서 천천히 40분 정도 걸려 3.2km 정양늪 생명길을 걷고 나니 기분도 좋고 뿌듯하다. 


정양늪 생태학습관 내부. 금개구리가 반겨줍니다. 


정양늪 생태학습관 2층 휴게실


정양늪


정양늪


생명길 - 데코

생명길 - 징검다리

생명길 - 흙길


 저녁에 읍내로 돌아와 숙소를 정해 놓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한 식당에 들어갔는데 작은 방에 어른들과 아이 셋이 식사를 하는데 나를 그 방 남은 상에 앉으라고 종업원이 안내를 했다. 혼자 식당에 가면 4인용 식탁을 차지하게 돼 미안하다. 그래서 주인이 앉으라는 곳에 앉게 된다. 식사 중 어른 네 사람이 무척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하다가 내게 사과를 했다. 그게 계기가 돼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그들이 외지인인 나에게 식사대접을 하겠단다. 여러 번 사양해도 합천에 좋은 사람으로 기억해주면 된다고 해서 염치불구하고 얻어먹었다. 오늘도 남몰래합천살아보기는 성공적이고 보람있고 재미있고 대접까지 받은 행운의 날이다. 


합천 좋은 사람들이 사준 회덮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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